美 ,하루 앞당겨 철군 종료 발표
탈레반 축제분위기...폭죽·환호성
2001년 뉴욕무역센터 등에 대한 9·11 테러에서 촉발한 미국과 아프가니스탄 무장조직 탈레반과의 전쟁이 20년 만에 종료됐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아프간에서 미군 철수를 공식 발표했으며, 탈레반은 ‘아프간의 완전한 독립’을 선언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30일(현지시간) 아프간 미군 철수 종료 직후 낸 성명에서 “아프가니스탄에서 20년간의 우리 군대 주둔이 끝났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17일간 미군은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공수작전으로 12만명이 넘는 미국과 동맹의 시민들을 대피시켰다”며 “그들은 용기와 전문성, 의지를 갖고 해냈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31일 오후 대국민 연설을 할 예정이다.
미국 국방부는 예정 시한 31일보다 하루 앞당겨 철군 종료를 발표했다. 더 많은 사람이 아프간을 떠날 수 있도록 철수 기한을 연기해야 한다는 미국 동맹국들의 주장이 있었으나, 바이든 대통령은 더 오래 주둔할 경우 발생할 안보 위험에 따라 이른 철군을 결정했다.
AP통신과 미국 CNN 등에 따르면 이날 케네스 매켄지 미국 중부사령관은 워싱턴 국방부에서 열린 기자회견을 통해 “아프간 철수와 미국인, 제3국 국적자, 아프간 취약층 대피 임무가 완료됐다”고 밝혔다.
마지막 미 공군 C-17기는 미국 동부시간 30일 오후 3시29분, 아프간 시간 31일 0시께 카불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에서 이륙했다. 매켄지 중부사령관은 “이후에도 미국인과 아프간 조력자의 출국을 돕기 위한 외교적 임무는 계속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탈레반은 축제 분위기다. AP통신에 따르면 탈레반 대원들은 마지막 미군기가 공항을 떠나는 모습을 지켜보며 승리를 자축했다. 카불 시내에서는 폭죽이 터지고 환호성이 울린 것으로 전해진다.
자비훌라 무자히드 탈레반 수석대변인은 이날 “미군이 카불 공항을 떠났으며 우리나라는 완전한 독립을 얻었다”며 “아프간 전체가 탈레반 통제 아래 있다”고 밝혔다. 알자지라 방송도 탈레반 관계자를 인용해 카불 공항이 탈레반 통제에 있다고 보도했다.
아프간전은 9·11 테러 배후로 지목된 알카에다의 수장 오사마 빈라덴에 대한 인도 요구를 당시 아프간 정권을 쥔 탈레반에서 거부하자 미국이 동맹국들과 함께 아프간을 침공함으로써 시작됐다.
미국은 친미 정권을 세우고 2011년 5월 빈라덴까지 사살했지만, 탈레반을 완전히 축출하지는 못했다. 버락 오바마, 도널드 트럼프 등 정권마다 아프간전 종식을 내세웠지만 조금만 더 밀어붙이면 탈레반을 소탕할 수 있다는 국방부 등 매파의 주장에 밀려 뜻을 이루지 못했다.
미국의 전쟁 비용은 1조달러(1165조원)에 달하며, 인명 피해도 크다. 20년 전쟁의 결과가 도돌이표라는 점에 미국 내 전쟁 책임론 역시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4월 기준 아프간전으로 희생된 이는 약 17만명으로 아프간 측 피해가 대부분이다. 아프간 정부군(6만6000명), 탈레반 반군(5만1000명), 아프간 민간인(4만7000명) 등이다.
미군도 2448명이 숨지고 미 정부와 계약을 한 요원 3846명,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등 동맹군 1144명 등 미국 역시 적지 않은 희생을 치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