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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관계, '언어'부터 바꿔야…민족 특수성에서 국제사회 보편성으로"


입력 2021.08.31 04:30 수정 2021.08.30 23:23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국제규범 '취사선택'하는 북한

비판하기보다 적용 범위 확대토록

각종 지원방안 모색할 필요성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평양사진공동취재단

북한이 유엔의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이행 현황 등을 담은 자발적 국가별 검토(VNR) 보고서를 발표한 것과 관련해 다양한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북한이 일찍이 관련 준비를 해온 만큼 확대해석을 경계해야 한다는 평가부터 대북 인도적 지원 필요성을 국제사회에 환기하려 했다는 관측까지 결이 다른 주장들이 혼재한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국제규범에 일정 부분 호응하고 있다는 데 주목하는 분위기다. '속내'가 어떻든 북한이 국제사회와 접점을 찾으려는 '과정'에 의미를 부여할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최규빈 통일연구원 부연구위원은 30일 통일연구원이 주관한 VNR 관련 전문가 화상 좌담회에서 북한이 VNR을 통해 사회주의 체제 강화를 언급했다며 "북한의 국가발전계획과 연계해 '우리식 SDGs'를 표방한 게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최 부연구위원은 북한이 VNR을 통해 국제사회 규범에 호응하는 측면이 있다면서도 "북한식으로 변용해 수용했다는 걸 알 수 있다"고도 했다.


무엇보다 "북한이 이번 VNR 이행을 위해 지난 2015년 이후 국제기구 회담 및 각종 회의에 십여 차례 참여한 것으로 파악된다"며 "VNR은 갑작스레 나온 것이 아니다. 북한이 지속 가능한 발전 등 관련 담론에 대해 관심이 있었던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북한은 지난달 1일 유엔에 제출한 VNR 보고서에서 △인민생활 향상 △농업 △보건 등 SDGs가 규정한 17개 분야의 현황과 향후 과제 등을 담았다. 다만 SDGs 16번째 목표인 '평화롭고 포용적인 사회와 법치 및 거버넌스'에 포함되는 인권, 무기거래 등에 대해선 수용의사를 밝히지 않았다.


사실상 북한이 국제규범을 취사선택하며 체제 옹호 의지를 재확인한 셈이지만, 북한을 몰아붙이기보다는 점진적으로 수용 범위를 넓혀갈 수 있도록 지원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일례로 VNR 곳곳에서 발견되는 '엉터리 통계'를 비판하며 신뢰성 문제를 제기하는 대신, 개선 방안 마련에 도움을 줄 필요가 있다는 평가다.


홍제환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VNR 통계는 신뢰하기 어려운 측면이 많고 정치적 포장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면서도 "통계를 구축할 수 있는 행정 역량이 부족한 데서 오는 현상일 수 있다"고 말했다.


홍 실장은 "북한이 생각보다 다양한 지표를 VNR을 통해 제시했다"며 "보고서 중간중간 '통계가 미흡하다' '국제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얘기를 하고 있다. 노동력에 대한 조사 등 경제성장 관련 체계적 데이터 수집 필요성과 통계 발전계획 수립도 언급하고 있다. 북한이 예전보다 사회경제 분야에 대한 통계 필요성과 중요성에 대해 인식하는 게 아닌가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장기적으로 북한의 통계구축 역량 강화를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부연했다.


이주성 대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 사무총장은 "북한이 이렇게 (공식 통계) 자료를 많이 발표한 것 자체가 처음"이라며 "그들 입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중요한 자료이다. 신뢰하고 안하고의 문제가 아니라 두 번째 VNR이 나오게끔 협력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규빈 부연구위원 역시 "전략적으로 (북한의) SDGs 이행을 지원하며 북한 (경제)발전뿐만 아니라 북한 주민 인권과 평화에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같은 맥락에서 향후 남북관계를 꾸려가는 데 있어서도 국제규범에 부합하는 접근법을 취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민족 간 특수거래'라는 기존 관점에서 벗어나 '국제사회 보편성'을 중심으로 국제사회 공감대를 넓혀갈 때, 보다 안정적으로 남북관계를 발전 시켜 나갈 수 있다는 뜻이다.


이주성 사무총장은 북한이 국제규범에 맞게 국제사회와 연대하겠다는 취지에서 '언어'를 바꾸고 있듯 "남북 간에도 언어를 바꿀 필요가 있다"며 "한국 정부나 민간이 'SDGs 언어'를 사용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그는 "SDGs(언어)를 가지고 국제사회를 설득해야 한다"며 "과거엔 민족 간 거래 명분으로 국제사회가 뭐라고 하든 '우리 문제는 우리가 풀어갈 것'이라고 했지만, 대북제재 상황 속에서 남북관계는 국제사회 설득 없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 민족 감정을 통해선 나아가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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