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낸드 2·3위 합병 추진에 위협받는 삼성 고심 깊어지나


입력 2021.08.27 06:00 수정 2021.08.26 19:06        이홍석 기자 (redstone@dailian.co.kr)

美 WD의 日 키옥시아 인수 추진...낸드 시장 재편 예고

성사되면 턱밑까지 추격...3강 체제 재편으로 경쟁 심화

비메모리 경쟁력 강화에 집중하면서 낸드 수성도 해야

삼성전자 중국 시안 반도체 공장에서 현지 직원들이 생산라인을 살펴보고 있는 모습(자료사진).ⓒ삼성전자

전 세계 낸드플래시 2·3위 업체간 인수합병(M&A) 추진 가능성이 다시 제기되면서 왕좌가 위협받게 될 삼성전자의 대응이 이목이 쏠릴 전망이다.


삼성으로서는 D램과 함께 메모리반도체 한 축인 낸드에서 위협 요인이 발생하는 것으로 파운드리(반도체위탁생산)와 시스템반도체 등 상대적으로 약한 비메모리 분야 경쟁력 향상을 위해 투자 등 자원을 집중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고심이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27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낸드 2위 기업인 미국 웨스턴디지털이 3위 일본 키옥시아를 인수하면 1위 삼성전자에 큰 위협이 될 전망이다.


키옥시아는 원래 도시바의 낸드플래시 사업부문이었지만 지난 2018년 도시바의 재무위기 속에서 사업을 분사해 만든 회사로 도시바의 지분은 40% 수준이다.


앞서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25일(현지시각) 웨스턴디지털이 키옥시아를 200억달러(약 23조3000억원) 이상에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매체는 양사 간 협상이 수 주 이상 지속됐으며 이르면 9월 중순 합의에 이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WSJ는 지난 3월에도 웨스턴디지털과 마이크론테크놀로지스가 키옥시아 인수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어 성사 여부를 단언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라는게 업계의 시각이다.


WSJ도 딜이 아직 논의 단계로 앞서 키옥시아가 계획했던 도쿄 증시 상장이나 다른 선택지도 가능하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키옥시아는 지난해 한 차례 도쿄 증시에서 기업공개(IPO)를 추진했지만 시장 변동성과 가치 저평가 등의 이유로 상장을 연기했다. 당시 키옥시아의 가치는 160억 달러로 거론됐는데 이르면 내달 상장 재추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키옥시아가 도쿄 증시에 상장하면 웨스턴디지털의 인수는 사실상 쉽지 않게 된다.


미국 인텔은 지난달 전 세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업계 4위인 글로벌 파운드리 인수를 검토했지만 최근 글로벌파운드리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IPO 신청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인수 시도가 사실상 무산됐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키옥시아 홈페이지 캡쳐.
 美·日 합종연횡으로 시장 재편 가능성에 긴장감 고조

업계에서는 양사간 협상 및 합의 과정을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신중한 입장이지만 성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긴장감은 한층 높아지는 분위기다.


성사되면 지난해 10월 SK하이닉스가 90억달러(약 10조3000억원)에 인텔 낸드 사업을 인수하기로 한 것에 이은 추가 대형 딜(Deal)로 업계가 재편 소용돌이에 휘말리면서 후폭풍이 상당히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웨스턴디지털로서는 1위 삼성전자를 추격하면서 비슷한 지위에 있던 SK하이닉스에 확실히 앞설 수 있다는 점에서 인수는 효율적으로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카드이기도 하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 1분기 기준 낸드 시장 점유율은 삼성전자가 33.5%로 1위, 키옥시아가 18.7%로 2위, 웨스턴디지털이 14.7%로 3위, SK하이닉스가 12.3%로 4위, 마이크론이 11.1%로 5위다.


2·3위 업체간 합병은 단순수치로만 계산하면 점유율이 33.4%로 1위 삼성전자와 0.1%포인트 차이로 턱밑까지 추격하게 되는 것이다.


SK하이닉스가 인수를 결정한 인텔의 낸드 시장 점유율은 7% 안팎으로 인수가 마무리되더라도 점유율은 20% 안팎 수준이어서 웨스턴디지털·키옥시아보다 10% 이상 차이가 난다.


이는 반대로 그동안 낸드 시장에서 줄곧 1위를 수성해 온 삼성전자에게는 큰 위협 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는 의미다.


점유율 측면에서 턱밑까지 추격 당하는 것 뿐만 아니라 시장이 삼성전자·웨스턴디지털·SK하이닉스의 3강 체제로 재편되면서 D램(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처럼 업체들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가 지난달 26일(현지시간) 인텔 액셀러레이티드(Intel Accelerated) 웹캐스트 행사에서 인텔의 향후 공정 및 패키징 기술 로드맵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인텔
선택과 집중 필요한데 위협 요인 증대...커지는 고민

업계에서는 낸드 시장에서의 위협 요인 증대가 선택과 집중이라는 측면에서 삼성의 고민을 더욱 키울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약한 비메모리분야에 자원을 보다 집중할 필요가 있는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강한 메모리분야의 수성에도 배분을 하게 되면서 힘이 분산될 수 있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오는 2030년 시스템반도체 글로벌 1위 달성이라는 야심찬 포부를 제시한 터라 향후 적극적인 투자와 인수합병(M&A)에 나서야 하는 처지다.


파운드리분야만 놓고 봐도 압도적 1위 타이완 TSMC와의 격차가 크게 벌어진 상황에서 종합반도체 1위 경쟁자 인텔도 지난 3월 파운드리 사업 재진출을 선언하며 샌드위치 신세가 될 처지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올 1분기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17%로 TSMC(55%)의 3분의 1 수준이다. 인텔은 사업 재진출을 선언하며 미국 애리조나에주에 200억달러(약 23조3800억원)를 투입해 반도체 공장을 건설하기로 했고 TSMC도 애리조나에 파운드리 생산라인 건설할 예정이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지난 5월말 한·미 정상회담에 맞춰 발표한 170억달러(약 19조원) 규모의 미국 현지 신규 파운드리 투자와 관련 공장 건설 입지 지역도 3달이 되도록 아직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앞으로 비메모리 분야 경쟁력 강화를 위한 투자와 M&A에 좀 더 역량을 쏟아야 하는 상황에서 안방이나 다름없는 메모리 분야에서의 위협요인 증대는 삼성의 머릿속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메모리 분야에서 앞선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고 해도 경쟁자들의 위협이 증대되는 것은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는 부분”이라며 “특히 비중과 중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는 비메모리 분야 역량 강화에 보다 전력해야 하는 상황이라는 점에서 고심이 더욱 깊어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오른쪽에서 세 번째)이 지난 1월 4일 임직원들과 함께 경기도 평택 3공장 건설현장을 점검하고 있다.ⓒ삼성전자

이홍석 기자 (redsto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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