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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희숙 사퇴 "쇼" 치부했지만…곤궁해진 與 당혹


입력 2021.08.26 00:00 수정 2021.08.26 05:08        이유림 기자 (lovesome@dailian.co.kr)

정치권 놀라게 한 대선 경선 포기-의원직 사퇴

'책임지는 정치인' 모습에 우호적인 여론 형성

與 대외적으로는 "쇼" 비난…내부에선 "놀랐다"

본회의 표결 거쳐야…與 '찬성도 반대도 어렵네'

25일 국회 소통관에서 국민권익위원회의 부동산 전수조사에서 농지법 위반 의혹이 제기된 의혹으로 국민의힘 윤희숙 의원이 의원직 사퇴를 선언한 가운데 이준석 대표가 기자회견장으로 찾아와 윤 의원을 만류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저는 임차인입니다'라는 연설로 주목을 받은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초선·서울 서초갑)이 25일 대선 경선 포기와 의원직 사퇴를 전격 선언해 정치권에 파장을 일으켰다. 국민권익위원회의 부동산 전수조사 결과 부친의 농지법 및 주민등록법 위반 의혹이 제기된 데 따른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정치 쇼'라며 비아냥을 보냈지만, 여론은 책임지겠다는 윤 의원의 모습에 대체로 우호적인 분위기다. 무엇보다 권익위 명단에 함께 포함된 김의겸 열린민주당 의원이 '문제 없다'는 식의 해명을 내놓고, 앞서 민주당이 부동산 불법 의혹이 제기된 자당 소속 의원들에 대해 미온적으로 대처한 것과 비교되며 윤 의원이 더욱 돋보였다는 평가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재명 경기도지사 ⓒ데일리안 박항구, 홍금표 기자
정청래 "쇼"…이재명 캠프 "언론플레이"

강성 친문인 정청래 민주당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윤 의원 사퇴와 관련해 "사퇴 쇼로 끝날 공산이 크다"며 "국회의원은 당선되기도 어렵지만 사퇴하기도 어렵다. 이전에 수많은 국회의원이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 의원직 사퇴를 천명했지만 성공사례는 없었다"고 단언했다.


정 의원은 "(윤 의원이) 눈물의 사퇴 회견을 했고, 사퇴의 뜻을 관철시키려면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지만 내 감으로는 성공하기 어렵다"며 "사퇴 쇼로 끝날 공산이 크지만 혹시 모르겠다. 기필코 성공할지"라고 비꼬았다.


이재명 캠프 김남준 대변인은 논평에서 "윤 의원은 지난해 국회 연설에서 자신은 임차인이라며 서민 코스프레를 했지만 연설 직전까지 2주택 소유자였음이 밝혀지면서 국민을 기만하는 쇼를 했다는 비판을 받았다"며 "진정 사퇴 의사가 있다면 언론플레이를 할 것이 아니라 국회의장을 찾아가 사직서를 제출하라"고 비판했다.


김 대변인은 "사퇴 의사는 전혀 없으면서 사퇴 운운하며 쇼하는 것에 불과하다는 '속 보이는 사퇴 쇼'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다"며 "말로만 사퇴하겠다고 하다가 당의 만류로 의원직을 유지하는 사퇴 쇼가 현실이 된다면 주권자를 재차 기만한 후과가 간단치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인 김성환 의원도 t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사퇴 쇼일 가능성이 높다"며 "본회의에 올라왔다면 그때는 결과를 예측하기는 쉽지 않겠지만, 아마 국회의장의 캐비닛에서 나오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윤 의원은 민주당과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비판하면서 유명해졌는데 정작 본인과 부친이 굉장히 큰 부동산 토지 소유권으로 문제가 되니까 사실상 내로남불에 해당하는 것"이라며 " 그 화살을 돌리기 위한 의도"라고 주장했다.


국민권익위원회 조사에서 부동산 관련 불법 의혹이 제기된 국민의힘 윤희숙 의원이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與 내부 "솔직히 놀랐다" 자성론

이같은 대외적인 메시지와 달리, 민주당 내부에서는 윤 의원의 초강수에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가 감지됐다. 그저 '쇼'라고 치부할 일은 아니라는 것이다.


민주당 초선 의원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윤 의원답다는 생각을 했다"며 "실제로 사퇴할 가능성에 더 무게를 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는 비례대표 의원 두 명을 출당한 것 외에는 한 게 없지 않으냐"며 "국민들은 국민의힘이 더 깔끔하게 정리했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지난 6월 귄익위의 부동산 전수조사 결과 불법 의혹이 제기된 지역구 의원들에게 자진 탈당을 권유했으나, 해당 의원 10명은 지금까지도 당적을 유지하는 등 흐지부지됐다.


민주당 지도부에 속한 의원은 "처음 사퇴 기자회견을 접했을 때 '오!' 놀랐다"고 말했다. 민주당 재선 의원은 "윤 의원이 미래에 배팅할 줄 아는 정치인 같다"고 평가했다.


국회의원 사퇴는 국회 본회의 표결 절차를 거쳐야 한다. 현행 국회법에 따르면 재적의원 과반 출석에 과반 찬성이 필요하다. 다수 의석을 확보한 민주당으로 '공'이 넘어가는 셈이다.


그러나 찬성과 반대 어느 쪽도 쉽사리 결정 내리지 못하는 곤궁한 처지가 됐다는 토로가 민주당 내부에서 나온다. 또다른 초선 의원은 "좀더 살펴봐야겠지만 윤 의원의 부동산 의혹이 가벼운 사안으로 확인되면 여당으로서 표결이 부담스러울 수 있다"고 말했다.


ⓒ권경애 변호사 페이스북
정치권 밖에서도 '용단' 높이 평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출신 권경애 변호사 역시 페이스북에서 "윤희숙 의원은 대단한 승부사이자 공격수"라며 "의원직 사퇴가 국회 본회의 의결로 가능하겠나. 민주당은 가결할 수 있음 해봐라, 니들이 자격 있어?(라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이어 "민주당은 진퇴양난이다. 경제 분야의 철학과 공격법은 '세련된 전희경'이라고 봤는데 정치적 셈법과 공격력은 인정"이라고 덧붙였다.


윤평중 한신대 철학과 교수는 "신선한 충격. 감동이 사라져버린 한국 정치에 죽비를 때리다"라며 "'정치인 윤희숙'은 지금은 죽은 것 같지만 다시 살아나게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유창선 시사평론가는 "흠집 난 작은 정치인으로 연명하느니 어려운 결심 위에서 장차 큰 정치인으로 부활할 수 있는 길이라 생각한다"며 "자신이 책임지고 가겠다는 윤희숙에게 국민의힘은 엎드려 절을 해야 할 판이다. 여야 불문하고 정치인들에게서 오랜만에 보는 장면"이라고 치켜세웠다.


권익위에 따르면 윤 의원의 부친은 2016년 세종시 전의면 신방리 농지 1만871㎡를 매입한 뒤 직접 농사를 짓겠다고 농업경영계획서를 제출했으나 현지 주민이 대리 경작을 한 의혹을 받고 있다. 또 윤 의원의 부친은 경작을 위해 세종시 전의면으로 주소지를 옮겼으나 실제 거주하지 않아 주민등록법 위반 의혹도 제기됐다.


윤 의원은 사퇴 기자회견에서 "염치와 상식의 정치를 주장한 제가 신의를 지키는 길"이라고 했다. 권익위 조사 결과에 대해서는 "야당 의원의 평판을 흠집 내려는 우스꽝스러운 조사"라면서도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실패, 그 최전선에서 싸워 온 제가 정권 교체 명분을 희화화시킬 빌미를 제공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유림 기자 (lovesom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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