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공동채용박람회 내달 연기
IT ·디지털 인력 위주 채용 진행
은행권 취업문이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디지털 전환 가속화로 지난 1년간 4대 은행(KB국민• •신한•하나•우리)에서는 2000여명의 정규직이 떠났지만, 일반 행원 공채 실시는 감감무소식이다. 여기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4차 대유행으로 그나마 잡힌 채용 일정들이 미뤄진 상황이다.
26일 은행권에 따르면 시중은행들은 하반기 채용 계획을 확정 짓지 못했다. 국책은행인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기업은행은 하반기 공채 방침을 밝혔으나 주요 시중은행은 물론이고 지방은행 들도 채용 계획이 ‘미정’이다.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은행은 하반기 채용 실시 여부도 정하지 못했다. 일부 은행은 디지털, ICT부문 위주로만 인력을 뽑았다. 국민은행은 올해 상반기 일반행원 채용 대신 IT·데이터 부문에서만 신입·경력 직원을 200여명 채용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최근 상반기 IT 데이터 부문 수시 채용이 막 마무리돼서 아직 하반기 채용 일정과 규모 등은 정해진 바 없다”고 말했다. 상반기 상당한 규모의 인력을 채용했기 때문에 하반기 대규모 공채 시행이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올해 상반기 공채를 실시하지 않은 신한은행도 아직 하반기 채용 계획은 나오지 않았다. 신한은행은 디지털, 경력직, 영업직 등을 대상으로 채용 규모는 지난해 하반기(150명)보다 늘리는 방향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은행은 지난 16일까지 AI, 데이터 사이언스, 클라우드·인프라, 뱅킹시스템, 정보보호 등 5개 분야에서 디지털·ICT 수시채용 석박사 특별전형을 진행했다.
하나은행과 NH농협은행은 하계 채용 연계형 인턴십 진행중이다. 대상은 디지털•IT분야 인력이다. 인턴으로 선발되면 정해진 기간 동안 인턴과정을 거쳐 최종 입사 합격 여부가 결정된다. 다만 하나은행의 경우 예년에 공채를 진행하지 않았던 상반기 100여명의 채용을 진행했었고, 두 자릿수 규모의 디지털 하계 인턴십을 진행중이어서 하반기 공채 일정이 유동적이다.
우리은행은 국가 유공자 보훈 채용 계획이 있지만, 역시 하반기 공채 일정과 규모는 구체화하지 못했다. 지방은행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주요 은행들은 당초 하반기 공채츨 진행하려했으나 델타 변이 확산이 변수로 작용했다. 2019년의 경우 대부분 은행들이 9월말까지 공채 일정을 확정했다. 채용 및 연수 일정 등을 감안해도 9월초에는 공채가 진행돼야 하지만 올해는 추석 이후에 윤곽이 나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은행뿐만 아니라 증권사 등 국내 대표 55개 금융권 기업이 참여하는 ‘금융권 공동 채용박람회’도 이번주 개최 예정이었으나, 다음달 8~9일로 연기됐다. 비대면 면접으로 진행되며 우수 면접자는 1차 서류전형이 면제된다.
은행권 관계자는 “올해 하반기 공채는 10~11월에야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해마다 영업점포가 줄어들고 있고, 디지털 금융 체질 개선 작업으로 하반기 일반 행원 공채 규모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 은행권에서 일반 행원이 설 자리는 점점 좁아지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4대 시중은행의 점포 수는 지난해 말 3304개에서 올해 상반기 3257개로 47개가 줄었다. 점포 감속은 급격하게 이뤄지는 중이다. 영업점은 지난 2018년부터 2019년까지 40개 미만으로 줄었으나, 비대면 가속화로 지난해에는 200개가 넘는 점포가 없어졌다.
은행원들도 급감하고 있다. 상반기 4대은행 직원은 5만7550명으로 지난해 말보다 1192명이 줄었다. 전년동기대비로는 2000여명이 떠났다. 은행권의 희망퇴직도 한창이다. 5대 시중은행에서는 상반기 약 2500명이 희망퇴직으로 짐을 쌌다. 일부 은행은 희망퇴직 횟수를 한차례에서 두 차례 이상 진행하기도 하고, 연령도 30~40대까지 낮아지는 추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