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자기준 92% 찬성으로 가결…선원법상 쟁의행위 제한적
해상노조, 25일 단체사직서 제출 예정…회사와 협상 가능성도 열어놔
HMM 해원연합노조(해상노조)의 파업 찬반투표가 가결되며 물류대란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23일 HMM 해상노조에 따르면 전날 정오부터 이날 정오까지 조합원 453명을 대상으로 파업 찬반투표 진행한 결과 434명이 참여해 400명이 찬성표를 던졌다. 투표자 기준 찬성률은 92.1%이고, 조합원수 기준 찬성률은 88.3%에 달한다.
해상노조는 조합원 찬반투표가 가결됨에 따라 오는 25일 사측에 단체 사직서를 제출한다는 계획이다. 이후 부산항에 입항하는 선박에 대해선 집단 하선을 진행하고, 하역인부와 작업인부의 유전자증폭(PCR) 검사 증서 제시 전까지는 작업자 승선도 거부할 예정이다.
또한 HMM 선원들을 대상으로 채용작업을 했던 스위스 해운업체 MSC에 단체 지원서도 낸다. 해외 대형 해운사 MSC는 지난달부터 초대형 컨테이너선 탑승 경력이 있는 한국인을 대상으로 채용에 나서고 있다. MSC는 HMM 연봉의 약 2.5배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정근 해상노조 위원장은 “가정을 지키고자 MSC로 이직을 위해 단체 사직서를 제출할 생각”이라며 “교대할 선원이 없는 것은 그만한 해상노동의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입장문을 통해 밝혔다.
이어 “선원법의 쟁의행위 제한으로 파업도 못하게 막아놨는데 처우개선도 못해준다는 것은 인력 착취”라고 덧붙였다. 선원법상 운항 중이거나 해외 항만에 기항하는 선박은 파업할 수 없고, 국내에 정박 중인 선박만 파업할 수 있다.
해상노조는 지난 20일 사측과의 중앙노동위원회 2차 조정이 조정 중지로 마무리되면서 쟁의권을 확보했다. 육상노조는 앞서 19일 3차 조정 결렬로 쟁의권을 확보했다.
HMM은 노조 측에 8.0% 임금 인상과 격려금 300%·생산성장려금 200% 지급, 5~10만원 교통비 인상, 50만원 상당의 복지포인트를 지급하는 안을 제시한 바 있다. 노조가 요구했던 ▲임금 25% 인상 ▲성과급 1200% 지급 등과 차이가 크다.
이처럼 국내 유일 원양 컨테이너선사인 HMM이 파업 위기에 놓이며 우리나라 수출기업의 물류대란 우려는 커지고 있다.
현재 수출 물동량 증가와 치솟는 해상운임으로 수출기업은 선복을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20일 기준 상하이 컨테이너 운임지수(SCFI)는 4340.18포인트로 지난달 16일부터 4000선을 돌파했다. 선복부족으로 HMM은 지난해 8월부터 최소 월 2회 임시선박을 투입해오고 있다.
다만 해상노조 측은 곧 진행될 육상노조(사무직 노조)의 파업 투표 결과를 보고 함께 쟁의행위에 나설 가능성도 열어 두고 있다. 또 사측이 전향적 안을 제시할 경우 교섭을 이어갈 의사도 있다고 해상노조 측은 밝혔다.
전정근 해상노조 위원장은 “회사에서 전향적인 안을 가지고 온다면 다시 협의가 가능하다”며 “선원들이 코로나 최전선에서 목숨 걸고 고군분투하고 있다는 것을 이번 기회를 통해 알아달라”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