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3:3 비율 ‘안건조정위’ 꼼수...4:2로 만들어
최순실 특종보도한 김의겸이 앞장선 아이러니
19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를 통과한 ‘언론중재법’은 ‘현대판 분서갱유’란 말로 가장 잘 표현된다. 허위·조작 보도에 최대 5배의 징벌적 손해배상을 적용하는 내용을 담은 이 법은 국민의힘은 물론 정의당까지 ‘언론에 재갈을 물리는 악법’이라고 반대했다.
야권과 언론계, 시민단체 등 모두의 비난 속에서 더불어민주당은 180석이라는 힘을 악용해 결국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강행 처리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기자 출신 정치인, 김의겸 열린우리당 의원이 있었다.
김 의원이 비판의 중심에 선 이유는 전날 열린 ‘안건조정위’ 때문이다. 총 6인으로 구성되는 조정위는 상임위 내 이견 조정을 위해 마련되는 장치다. 의석수가 가장 많은 제1교섭단체인 민주당 측 조정위원 3인, 야당 측 위원 3인으로 구성된다.
민주당은 ‘꼼수’를 썼다. 김 의원을 야당 측 위원 3인 중 한 사람으로 넣은 것이다. 이렇게 되면 사실상 조정위 여야 비율은 4:2가 된다. 국민의힘에서 “김의겸 알박기”라고 비난한 것은 이러한 배경에서 나온 것이다.
기자 출신 김 의원이 언론중재법 처리에 앞장선 모습은 참 아이러니하다는 평가다. 그는 한겨레 신문 기자 시절 박근혜 정부의 이른바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을 특종 보도했다. 언론중재법이 있었다면 김 의원의 최순실 보도는 불가능했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김 의원은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더불어민주당의 거수기가 아니라 열린민주당 당원으로서 언론중재법 안건조정위원회에 성실히 임했다”며 “일부 언론이 말하는 ‘알박기’는 한 사람 한 사람이 독자적인 입법기관인 국회의원을 모독하는 발언”이라고 반박했다.
민주당 , 언론중재법 처리에 왜 속도낼까
그렇다면 민주당은 왜 이러한 편법을 쓰면서까지 언론중재법 처리에 사활을 거는 것일까.특히 민주당은 ‘8월 임시국회 내 언론중재법 개정안 처리’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여권에서 ‘언론 장악’의 필요성을 느꼈을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도 언론중재법에 침묵모드를 이어가며 사실상 민주당 편을 들고 있다.
국민의힘 측은 “내년 대선을 앞두고 언론을 손에 넣어 장악해서 재미 좀 보자는 것 아니겠나”며 “언론 개혁이라 말하고 싶겠지만, 결과적으로 시간이 지나면 이것도 코메디 한판이 될 게 뻔해 보인다”고 질타했다.
물론 민주당은 언론중재법이 8월 임시국회에서 처리된다고 해도 발효까지 6개월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대선용’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법이 공표되는 것 자체로 언론은 압박을 느낄 수밖에 없다. 또한 대선 직전인 내년 1월에는 법이 효과를 발휘하기 때문에 ‘언론 장악’ 기도라는 의심은 떨치기 어렵다.
민주당이 언론중재법 처리에 속도전을 내는 또 다른 이유로는 새로운 상임위원장 임기 시작 전, 언론중재법을 처리해야 한다는 의지가 컸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현재 문체위 상임위원장은 도종환 민주당 의원이지만, 25일부터는 박대출 국민의힘 의원으로 교체된다. 안건조정위 구성 권한은 최종적으로 상임위원장에게 있기 때문에, 야당에서 상임위원장을 가져가면 ‘김의겸 알박기’ 같은 상황을 만드는 것은 사실상 어려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