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명 불기소·6명 기소 의견…"정부가 원전폐쇄 손실보상" 주효
검찰수사심의위원회가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배임·업무방해교사 혐의에 대해 불기소 의견을 의결했다.
월성 원전 1호기 폐쇄에 따른 손실을 정부가 보상할 것이라는 백 전 장관 측 주장이 주효해 추가 기소를 반대했다는 게 법조계 안팎의 해석이다.
수사심의위는 18일 오후 대검찰청에서 열린 현안위원회에서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에 연루된 백 전 장관을 배임·업무방해교사 혐의로 재판에 넘기지 말아야 한다는 권고안을 의결해 수사팀에 권고했다.
현안 위원들이 수사팀과 백 전 장관 측이 제출한 A4 용지 30쪽 이내의 의견서를 토대로 배임·업무방해교사 혐의에 관한 추가 기소의 타당성을 심의한 결과 현안위원 15명 중 9명이 불기소 의견을, 6명이 기소 의견을 냈다. 수사 계속 여부에 대해서는 만장일치로 모두가 수사를 중단해야 한다고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수사팀은 원전 조기 폐쇄로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1480억원의 손해를 입었다며 백 전 장관에게 배임교사 혐의를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백 전 장관 측은 정부가 원전 폐쇄에 대한 손실을 보전하기로 한 만큼 한수원이 손해볼 것이 없으며 배임 혐의 역시 성립할 수 없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실제로 산업부는 최근 전기사업법 시행령을 개정, 전력산업기반기금을 통해 원전 폐쇄 비용을 보전할 수 있도록 했다. 배임 교사 혐의를 입증하려면 원전 폐쇄로 한수원에 손해가 발생할 것을 백 전 장관이 알면서도 고의로 지시했어야 하는데 이미 정부의 비용 보전이 예정돼 한수원이 손해를 보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다는 것이다.
백 전 장관은 한수원 측으로부터 월성 원전 조기 폐쇄 의향을 받아낸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업무방해)로 지난 6월 이미 기소됐다. 기소 당시 대전지검 수사팀은 백 전 장관에게 배임·업무방해교사 혐의도 적용하려고 했으나, 김오수 검찰총장은 일단 기소를 보류했다.
김 총장은 이어 수사심의위를 소집해 기소 여부를 판단해 볼 것을 지시했다. 수사심의위는 국민적 의혹이 제기되거나 사회적 이목이 쏠린 사건의 수사 과정을 심의하고 수사 결과의 적법성을 평가하기 위해 열린다. 다만 수사심의위의 권고는 구속력이 없어 검찰이 꼭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수사팀이 무리하게 기소를 고집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번 수사심의위에서 대검과 수사팀 간 내부 이견을 정리하려는 취지로 검찰총장이 직권 소집했다는 점에서 수사팀이 불기소 권고에 따를 가능성이 높고, 추가 기소가 어렵게 되면 관련 수사는 그대로 마무리될 것이란 관측이다.
대전지검은 수사심의위원회의 불기소 의견 의결에 대해 공식적인 반응을 내놓지는 않았다. 수사팀은 논의 내용을 충분히 검토해 수용 여부를 결정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미 기소된 백 전 장관의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업무방해 혐의 사건 공소 유지에 집중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