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카 손발 묶어 욕조에 머리 담그고 개대변 강제로 핥게 해…징역 30년
무차별 폭행·물고문 '처참한 조카의 시신'…온몸 멍투성이·갈비뼈 골절·식도엔 빠진 치아
5~7세때 꽁꽁 묶여 아버지에게 구타 당한 이모, 2019년 아버지 살인 밝혀달라며 靑청원
가정폭력 가해 경험 36.7%, 아동기 때 피해 경험
조카를 물고문해 숨지게 한 이모가 자신 역시 가정폭력의 피해자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폭력의 대물림'에 대한 경각심이 커지고 있다. 실제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조사 결과 가정폭력 가해자 절반 이상이 유년 시절 피해 경험이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수원지법 형사15부는 지난 13일 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이모 A씨에게 징역 30년을 선고하면서 대물림된 학대에 대해서도 판단했다.
재판부는 "설령 어린시절 학대를 당한 경험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피해아동에게는 학대행위를 대물림하는 잘못을 저지르지 말았어야 함을 스스로 잘 알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럼에도 피해 아동을 학대하는 외에 살인 범행을 주도하였고, 사망의 결과에 결정적인 행위 기여를 했으므로 책임의 정도가 더 무겁다"라고 밝혔다.
A씨는 지난 2월 경기도 용인시 한 아파트 화장실에서 10살 조카의 손발을 빨랫줄과 비닐로 묶어 움직이지 못하게 한 뒤 머리를 물이 담긴 욕조에 여러 차례 강제로 넣었다가 빼는 등 30분 이상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학대는 지난해 12월 말부터 C양이 숨지기 전까지 폭행을 비롯해 도합 14차례에 걸쳐 반복됐는데 이 중에는 자신들이 키우는 개의 대변을 강제로 핥게 한 행위도 있었다.
숨진 조카의 시신은 처참했다. 온몸이 멍투성이였고 갈비뼈가 골절됐으며 식도에서는 빠진 치아가 발견됐다. 사망 원인은 무차별한 폭행과 물고문으로 인한 쇼크사 및 익사였다.
하지만 A씨는 2년 전 가정폭력 관련 인터뷰에 출연해 "아버지로부터 지속적인 가정폭력에 시달렸다"고 밝히면서 가정폭력과 아동학대에 대해 분노를 표출한 장본인이었다.
A씨의 아버지는 2019년 3월 전북 군산에서 아내를 살인해 항소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B씨다. 당시 그는 아내를 10시간 넘게 때려 숨지게 한 뒤 시신을 논두렁에 버렸다. 숨진 아내는 B씨와 재혼한 관계로 A씨 친모는 아니었다.
이와 관련해 A씨는 2019년 8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군산 아내 살인 사건 피의자 딸입니다. 저희 아버지의 살인을 밝혀 응당한 벌을 받게 도와주세요'라는 청원을 올리기도 했다.
해당 글에서 A씨는 "5~7세 무렵 아버지가 바깥을 방황하다 돌아오면 저를 꽁꽁 묶거나 매달아 두고 구타를 했다. 2~3개월 넘도록 저를 혼자 집에 두고 방치했다"며 "동네 사람들이 빵과 음료를 사 먹여 살 수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하지만 2년 만에 그는 법정에서 고개를 숙인 채 중형을 선고받는 신세가 됐다. 아동학대 대물림이 또 다른 비극적인 사건을 만들어 낸 셈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생애주기별 학대 경험의 상호관계성 연구'(2019년)를 보면 가정폭력 가해 경험이 있는 2153명 중 52.8%가 아동기와 성인기 때 모두 피해를 경험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36.7%는 아동기에 학대 등 피해를 겪었고, 생애 과정을 통틀어 피해 경험이 없는데도 가정폭력을 저지른 경우는 9.1%에 불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