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지지자-반대자 서로 고성·욕설…"회장님 화이팅!" "재용씨 속죄하라"
핼쑥한 이재용 출소 첫마디 "국민 여러분께 큰 걱정 끼쳐 죄송하다"
가석방 기간 보호관찰·취업제한 적용, 사법리스크 여전…"경영활동 전념하기 쉽지 않을 것"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3일 서울구치소에서 출소했다. 지난 1월 '국정농단' 공모 혐의로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고 형이 확정돼 재수감된 지 207일 만이다.
이 부회장은 일단 자유의 몸이 됐지만, 완전한 자유를 얻기까지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다. 우선 형 집행이 완료될 때까지 보호관찰을 받아야 하고, 5년간 취업제한도 받는다. 여기에 '사법 리스크'가 여전히 남아 있어 경영활동에만 전념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13일 오전 10시 이 부회장이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 정문에 모습을 드러냈다. 정장에 노타이 차림의 이 부회장은 눈에 띄게 핼쑥해졌고 흰머리도 부쩍 늘어난 모습이었다.
이 부회장은 수감기간 동안 급성충수염을 앓아 수술을 받았다. 수술 과정에서 괴사 상태였던 대장의 일부를 절제한 탓에 정상적으로 식사를 못했고 체중이 7㎏나 빠진 것으로 전해졌다.
이 부회장이 모습을 드러낸 순간 그를 응원하러 온 시민들은 "이재용 이재용!" "회장님 화이팅!"을 열렬히 외치며 환호했다. 이들은 "환영 대한민국을 부탁합니다" "세계 일류 기업 삼성그룹 필승! 월드 반도체 전쟁!" "세계 초일류 기업을 만드십시오" 등등의 현수막을 흔들었다.
이 부회장을 규탄하러온 시민들은 "이재용은 좋겠다 재산은 세습받고 죄는 사면받고" "재용씨 죄를 지었으면 속죄해야해" "이재용 풀어주는 문재인 정권은 촛불 참칭 찬탈정권" 등의 플래카드와 대형 현수막을 흔들며 이 부회장을 규탄했다.
이들은 또 확성기를 통해 "문재인 정부는 뭐하는 정부냐!"며 "민주주의를 짓밟은 사람에게 자유를 주라고 줬던 자리가 절대 아니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고, 이를 지켜본 보수 유튜버들은 "불법집회인데 경찰들이 체포도 안 한다" "쓰레기 좀비 XX들아"라며 욕설을 내뱉기도 했다.
구치소 정문 앞 포토라인에 선 이 부회장은 "국민 여러분께 너무 큰 걱정을 끼쳐 정말 죄송하다"며 90도로 허리 숙여 사과했다. 그러면서 "저에 대한 걱정, 비난, 우려 그리고 큰 기대를 잘 듣고 있다"며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특혜 논란을 어떻게 보는지' 등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는 답하지 않고 승용차에 올라 구치소를 떠났다.
이 부회장은 지난달 말로 형기의 60%를 채워 가석방 심사 대상에 올랐다. 법무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가 장기화되고, 국가경제 상황과 글로벌 경제환경 등에 대한 고려 차원에서 이 부회장을 가석방하기로 결정했다.
법조계는 가석방은 사면과 달리 '조건부 석방'에 가까워 일상에 제약이 많은데다 여전히 사법 리스크가 해소되지 않아 이 부회장이 경영 활동에만 전념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는다.
이 부회장은 형을 면제해주는 사면과 달리 구금 상태에서만 풀려나는 것이기에 가석방 기간 동안 대외 활동에 상당한 제약을 받게 된다. 특히 보호관찰을 받아야해 돼 거주지를 이전하거나 1개월 이상 국내·외로 출국할 경우 미리 보호관찰관에게 신고해야 한다.
취업제한 규정도 그대로 적용된다. 특정경제범죄 가중 처벌법상 5억원 이상 횡령·배임 등의 범행을 저지르면 징역형 집행이 종료되거나 집행을 받지 않기로 확정된 날부터 범죄행위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기업체 등에 취업할 수 없다.
더욱이 이 부회장은 2개의 재판에 참석하기 위해 수시로 서울 서초동 법원을 나와야 한다. 그는 삼성물산·제일모직 불법 합병 사건과 프로포폴 불법 투약 혐의로 별도의 재판을 받고 있다. 사법 리스크가 온전히 해소되지 않은 것이다.
무엇보다 가석방 기간 중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아 그 판결이 확정되면 가석방은 취소된다. 다만 정치평론가 서정욱 변호사는 "이 부회장의 국정농단 사건 형기는 내년 7월이 만기인데, 프로포폴 불법 투약 의혹 건은 아직 첫 공판조차 열리지 않은 상황"이라며 "가석방 기간 중 대법원까지 형이 확정될 가능성이 낮다"고 진단했다.
서 변호사는 이어 "경영 활동에 영향을 받는 것은 불가피해 보인다"며 "활발하게 해외 활동을 했던 이 부회장이 국정농단 사건으로 구속되기 전까지 도합 5년 가까이 미국을 간 적이 없다는데 이 부회장 측에서 출국 신청을 할지도, 법무부에서도 승인해줄 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