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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체급식 입찰 전환 본격화?…대·중소업체 엇갈린 표정


입력 2021.08.17 07:03 수정 2021.08.13 18:45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삼성전자, 사내식당 공개입찰…올해만 두번째 진행

대기업 계열 업체, 다양한 리스크 떠안아야…불안감 커

중소업체, 사업 확장과 미래먹거리 확보 차원…긍정적


서울 동대문구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감염 확산 방지를 위해 구청 구내식당 마주보는 좌석 사이에 아크릴 재질의 투명 칸막이를 설치했다고 23일 전했다.ⓒ동대문구

대기업집단 계열사 및 친족기업이 독점하던 1조2000억원 규모의 구내식당 단체급식이 본격적으로 경쟁입찰로 전환되고 있는 가운데, 이를 바라보는 급식업계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중소업체들에겐 새로운 사업의 기회이자 미래 먹거리 확보가 될 수 있지만, 대기업 계열 업체들은 다양한 리스크와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외부에 일감을 개방해야만 한다는 이유에서다.


1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가 올 들어 ‘일감 몰아주기’를 앞세워 대기업 압박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급식 부당지원 혐의로 역대 최대 규모의 과징금을 맞은 삼성 웰스토리가 첫 표적이 된 이후 상생·자율적 유도를 앞세워 사실상 강제로 밀어붙인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최근 삼성전자는 올 상반기 사내식당 2곳에 대해 외부 급식업체를 선정한데 이어 추가로 6곳을 개방했다. 기존 2곳을 포함해 총 8곳의 사내식당이 외부 업체에 문을 연 것이다. 이번 공개 입찰은 상생 협력 강화 차원에서 중소·중견업체를 대상으로 진행한다.


이는 삼성전자가 사내식당 운영과 관련해 내놓은 두번째 공개 입찰이다. 앞서 지난 2월 수원과 기흥 2곳의 사내식당 운영권을 두고 입찰을 진행한 바 있다. 하반기 공개 입찰 대상 식당 6곳은 모두 중소기업들이 참가할 수 있는 하루 2000식(食) 이하의 중소 규모로 알려졌다.


다만 이를보는 대기업 계열 급식업체들의 표정은 씁쓸하기만 하다. 겉으론 자율을 강조하지만 사실상 기업들은 강제로 외부에 구내식당을 개방해야만 한다는 이유에서다. 내부거래 축소가 상생 취지를 살리기 보다는 산업경쟁력만 해치는 결과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삼성전자 사내급식은 그간 계열사인 삼성웰스토리가 도맡아왔다. 이런 가운데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6월 삼성전자와 주요 계열사들이 2013년부터 사내급식 물량 전부를 삼성웰스토리에 몰아주며 부당지원했다는 이유로 과징금 2349억원을 부과하며 제재를 한 바 있다.


경제계에선 공정위의 예측과는 다르게 외국계 기업이 사업권을 가져갈 공산이 크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수천 명의 식사를 한 번에 제공해야 하는 대규모 사업장 급식은 중소기업이 감당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가장 큰 문제는 급식사고다. 대규모 회사에서 식중독 사태라도 한 번 터진다면 업무 마비로 이어질수 있다는 점을 걱정하고 있다. 관리 인력이 대기업 대비 현저히 적기 때문이다. 기업들에 있어 급식은 단순히 밥을 제공하는 일을 넘어 ‘리스크 관리’ 영역으로 여겨진다.


급식업계 관계자는 “단체급식 사업의 입찰 경쟁이 본격화하면 기존 급식 사업 비중이 높은 업체는 타격이 클 수 있다”며 “보통 연초에 재계약 시즌인데 내년에 공정위가 중소한테 할당주라고 강제하면 위기가 본격 가시화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경쟁을 통해 선정된 업체가 고품질 식사를 유지하는 게 가장 좋은 결과이겠지만, 구내식당 및 식재료 운영‧관리‧안전‧제조물류 등 필수 인프라를 갖춘 업체가 맡지 않을 경우, 식단가 인상 및 식사 품질 저하, 위생사고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고 덧붙였다.


충북 청주 솔밭초등학교에서 발열확인을 마친 학생들이 한 방향으로 앉아 조용히 급식을 먹고 있다.ⓒ뉴시스

반대로 중소업체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에 따라 정상 학교 급식이 어려운 상황에서 또 다른 기회로 작용할수 있다는 점에서 희망을 거는 모습이다. 코로나 사태 이후 전국 초·중·고교의 원격 수업이 계속되며 피해가 눈덩이 처럼 불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사태 이후 1년 반이 넘도록 불규칙해진 학사 일정 탓에 많은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에 따라 급식 인원이 들쑥날쑥 바뀌면서 정상적인 영업 활동에 차질이 빚어졌기 때문이다.


통상적으로 중소 급식업체는 한학기 또는 연 단위로 나라장터의 경쟁입찰을 통해 학교와 계약을 맺는다. 납품 계약을 맺으면 미리 인력과 식재료를 구매하지만 학교 측은 매월 배식 인원을 체크해 추후에 정산한다. 매달 나가는 고정비가 부담스러운 까닭이기도 하다.


특히 위탁급식 업체들은 코로나 사태의 특수 상황에서 계약한대로 정상 이행을 하지 못한 손해를 보고 있지만, 뾰족한 보상을 받지도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더군다나 급식업체들은 고위험시설군에도 포함되지 않아 특별피해업종 대상으로 지급된 정부지원금 혜택을 보지도 못했다.


김호균 한국급식협동조합 이사장은 “중소업체들이 초중고교 학교에 급식을 하고 있지만 2010년도부터 학교에서 직영급식을 하고 있기 때문에 급식실이 공사중이라든지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수주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이런 가운데 기업 구내식당이 개방돼 새로운 먹거리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다만 입찰경쟁 조건이 너무 높아서 자격조차 되지 않아 참여하지 못하는 업체가 많다”며 “연매출 500억 기준에서 100억원대로만 낮춰도 당장 50여개의 업체들이 참여할수 있다. 경쟁력도 좋고 인력구성도 탄탄한데, 결국엔 풀무원, 신세계푸드 등 또다른 대기업에 기회로 돌아간다는 점이 아쉽다”고 덧붙였다.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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