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약발 안듣는 부동산 경고③] 사전청약 흥행도 집값잡기 '무용지물'


입력 2021.08.10 06:32 수정 2021.08.09 17:00        배수람 기자 (bae@dailian.co.kr)

높은 청약경쟁률, '국민평형' 물량 극소수

내 집 마련 기대감↓…매수심리 여전히 거세

"기존 주택 구매여력 생기면 갈아타는 수요도 늘 것"

3기 신도시 등 사전청약이 높은 경쟁률을 기록하며 본격화됐으나 서울·수도권 일대 집값 상승세는 꺾이지 않고 있다.ⓒ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3기 신도시 등 사전청약이 높은 경쟁률을 기록하며 본격화됐으나 서울·수도권 일대 집값 상승세는 꺾이지 않고 있다.


정부는 대규모 공급대책이 시작되는 만큼 청약 대기수요를 흡수해 매수심리가 진정될 거라 자신했지만 시장은 오히려 반대 행보를 나타내고 있다.


10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달 첫째 주 서울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107.9로 일주일 전 대비 0.3포인트 상승했다. 지난 3월 첫째 주 108.5를 기록한 이후 5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치솟았다.


매매수급지수는 부동산시장 내 수요와 공급 균형을 가늠하는 지표로 0에 가까울수록 수요보다 공급이 많고 200에 근접할수록 그 반대를 의미한다. 통상 지수가 100을 넘으면 매수심리가 강한 것으로 판단한다.


지난달 28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각 관계부처장까지 한자리에 모아 또다시 '집값 고점' 경고 메시지를 던졌다. 정부의 공급대책으로 향후 시장에 풀릴 물량을 감안해 추격매수에 신중하라고 당부했으나, 불과 일주일 사이 매수심리는 더 강해졌다.


업계에선 같은 날 시작된 사전청약이 무주택자들의 시장 불안을 잠재우기 역부족이란 평가가 나온다. 당초 예상과 달리 청약경쟁이 치열한 데다 여전히 입주 시기를 가늠하기 어려워 차라리 지금이라도 중저가 아파트 매수에 나서자는 수요자들이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1차 사전청약 물량 4333가구 가운데 실수요자 선호도가 높은 전용 84㎡는 전체의 1.7%(73가구)에 불과하다. 노형욱 국토부 장관이 과천지식정보타운 55A형 신혼희망타운 모델하우스를 살펴보고 있다.ⓒ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첫 사전청약 대상 3955가구 모집에는 약 4만명이 신청했다. 공공분양 특별공급은 15.7대 1, 신혼희망타운 당해지역 우선공급은 4.5대 1의 경쟁률을 나타냈다. 인천계양 전용 84㎡은 240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는데 이는 최근 10년간 공공분양 청약 가운데 최고경쟁률이다.


정부는 국민 호응과 공급대책에 대한 성과라며 높은 사전청약 경쟁률을 적극 홍보했지만, 수요자들 사이에선 기대와 달리 당첨 확률이 희박하단 인식만 키운 셈이다.


사전청약 물량 대부분이 소형평형이라는 점도 문제다. 올 연말까지 4차례에 걸쳐 진행되는 1차 사전청약 물량 4333가구 가운데 실수요자 선호도가 높은 전용 84㎡, 일명 '국민평형' 물량은 전체의 1.7%(73가구)에 불과하다.


정부가 시세 대비 저렴하게, 많은 물량을 공급하는 데만 집중한 탓에 수요자의 니즈는 전혀 고려하지 않은 모습이다. 물량은 적고 인기는 많다 보니 240대 1이라는 경쟁률이 가능했던 거다.


중간 접수결과 최고경쟁률을 기록한 인천계양 전용 84㎡는 20가구 모집에 4796명이 몰렸으며, 남양주진접2 같은 평형대는 36가구 모집에 2279명이 대거 접수해 63.3대 1의 경쟁률을 나타냈다.


그나마 신혼희망타운은 전용 46·55㎡로만 구성됐다. 중대형 평형이 아예 없어 이제 막 결혼한 신혼부부는 입주하더라도 둘 이상 자녀 계획을 세우기 힘들고, 자녀가 학교에 다닐 정도로 성장했을 때를 고려하면 좁게 느껴질 수 있단 반응이다.


지역별 전매제한 및 거주의무기간도 정해져 있어 이사도 수월하지 않다. 이 때문에 실제 신혼희망타운 경쟁률은 공공분양 특별공급 경쟁률보다 현저히 낮았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가령 30평형대 아파트를 쪼개면 15평형대 2가구가 탄생하듯이 같은 면적에 비슷한 돈을 투입해 공급물량은 배가되는 효과"라며 "정부 입장에선 수요자들이 시세 대비 저렴하게 내 집 마련에 나설 수 있게 하려면 작은 평형을 많이 만들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추후 있을 사전청약에서도 국민평형 물량의 경쟁률 자체는 꽤 높을 것"이라며 "다만 무주택 실수요자들은 사전청약에 일단 넣고 기존 주택 매입여력이 생기면 갈아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배수람 기자 (bae@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관련기사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