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 디지털 화폐...가격 변동 없어
신속한 통화정책·거래 투명성 장점
"비트코인 등 저장수단으로서 유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비대면 열풍과 전자 결제 활성화로 현금 사용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급격한 금융환경의 변화로 각국의 중앙은행들은 디지털화폐로 눈을 돌렸다. 한국은행도 이같은 흐름에 동참하면서 선제 대응에 나섰다. 과연 중앙은행의 디지털화폐는 기존 화폐 대신 미래의 화폐로 자리잡을 수 있을까. 디지털 화폐가 안착한다면 비트코인은 사라지게 될까. 디지털화폐 도입 효과에 대해서는 전문가들도 의견이 분분하다. 다만 확실한것은 화폐 패러다임 변화는 이미 진행중이라는 것이다.<편집자 주>
가상자산 시장 활성화로 CBDC(Central Bank Digital Currency)가 화제다. 해외에서는 중국과 스웨덴이 CBDC 도입에 박차를 가하는 중이며 미국과 유럽도 합류했다. 국내에서는 한국은행이 오는 8월 관련 모의실험 연구사업에 착수할 예정이다.
◆ CBDC 뭐길래?...비트코인과 달라
CBDC는 중앙은행이 전자적 형태로 발행하는 디지털화폐이다. 암호화폐와 마찬가지로 블록체인(분산저장) 기술을 활용하지만, 기존 법정화폐와 1대1로 교환할 수 있고, 암호화폐(비트코인, 이더리움 등)와 달리 가격변동성이 거의 없어 현금과 동일한 가치를 갖는다. 또 발행량이 제각각인 민간 암호화폐와 달리 법정통화인 CBDC는 발행량이 정해져 있지 않다. 정부가 발행하는 스테이블 코인으로도 볼 수 있겠다.
사실 CBDC는 디지털 형태로만 만들면 되기 때문에 중앙화된 전산망의 ‘단일원장방식’도 가능하다. 그러나 데이터 관리의 용이성과 보안성이 높은 ‘분산원장’ 기반의 블록체인이 대세로 자리잡았다. 블록체인으로 화폐 유통 과정 자체를 암호화거나 디지털 지갑 속 숫자에 암호화된 인식 기술을 넣는 방법 등이 개발중이다.
CBDC 도입 논의는 2009년 비트코인이 등장한 이후, 2019년 페이스북의 ‘리브라(현 디엠)’ 개발 선언으로 급물살을 탔다. 페이스북은 스테이블 코인인 리브라를 출시하려다, 중앙은행들의 반발로 현재까지 서비스를 내놓지 못했다. 월간활성자 28억명(지난해 4분기 기준)을 보유한 페이스북에게 중앙은행의 화폐주도권을 빼앗길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당시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는 리브라 출시건으로 미국 의회 청문회까지 가야 했다. 결국 페이스북은 지난해 12월 리브라에서 ‘디엠'으로 명칭을 바꾸고, 발행 주체 등을 수정해 연내 출시를 도모하고 있다. 여기에 코로나19 팬데믹이 비대면 금융거래를 촉진시키면서 디지털화폐의 필요성을 더욱 부각시켰다.
◆ 중앙은행 통제↑...‘빅브라더’ 우려도
CBDC가 도입되면 우선 실물화폐를 발행, 저장, 운반할 때 비용을 대폭 절감할 수 있다. 거래 투명성이 향상되고 통화정책 효과도 기대된다. 중앙은행이 구축해 놓은 전자화폐 유통망을 따라 돈이 흐르다보니 불법 거래 추적이 용이해지고, 위조를 막을 수 있다.
즉각적인 통화정책도 펼칠 수 있다. 정책 목적에 따라서 이자 지급, 보유한도 설정, 이용시간 조절 등 관리가 용이하다. ‘재난지원금’처럼 유동성을 공급할 때 개인에게 곧바로 CBDC를 지급할 수 있어 빠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 특히 실물화폐와 달리 디지털화폐에 마이너스 금리를 직접 적용할 수 있어,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이 실물경제와 바로 연결된다. 은행계좌를 보유할 필요가 없어 금융 취약계층의 상품과 서비스 이용기회가 확대되는 것도 또 다른 장점이다.
반면 중앙은행이 모든 거래내역을 관리하기 때문에 목적에 따라서 전국민의 개인정보 수집도 가능하다. 또 금융접근성 제고는 은행의 입지를 약화시킬 수 있다. 디지털화폐 등장으로 시중은행의 예금이 줄어들면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CBDC도입 이후에도 암호화폐는 살아남을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지급수단으로써의 기능은 퇴색하지만 다른 용도로는 계속 활성화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 3월 “비트코인 등 암호자산은 높은 가격 변동성으로 인해 지급 수단 및 가치 저장 수단으로서 기능하는데 제약이 있다”며 “CBDC가 도입되면 특히 지급수단으로서 암호화폐 수요는 감소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건형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CBDC가 그린 화폐의 미래’라는 보고서에서 “CBDC의 등장으로 거래 수단으로써 암호화폐 입지는 위축될 전망”이라면서도 “희소성, 영속성, 편의성 등으로 가치저장 수단으로서의 비트코인의 매력은 유효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CBDC시대 본격화②]에서 계속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