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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기한 유예’ 한숨 돌린 유업계, 이번엔 가격 인상 고민되네


입력 2021.07.30 07:06 수정 2021.07.29 15:25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내달 1일부터 원유 가격 2.3% 인상

유업계, 원재료 값 인상에 제품 가격조정 불가피

베이커리 업계 등에 영향…도미노 가격 인상 예상돼

서울 서초구 농협하나로마트 양재점에서 한 소비자가 우유를 고르고 있다.ⓒ뉴시스

정부가 올해 안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힌 ‘소비기한 표시제’가 10년 유예된 가운데, 원유(原乳) 값 인상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우유업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원재료 값 부담에 따른 가격인상이 불가피해졌지만 연관 업계에 미칠 여파와 소비자 외면 등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30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따르면 식품 유통기한 대신 소비기한을 표시토록 하는 ‘식품 등의 표시·광고에 관한 법률 개정안’ 수정안은 지난 13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다만 우유에 한해 소비기한 표시 적용을 10년간 유예하는 내용으로 일부분 수정됐다.


식품 중에서도 유제품의 변질 가능성이 높고 유통 환경에 따라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점이 인정된 것으로 분석된다. 유업계는 당장 큰 고비를 넘겼다는 반응이다.


문제는 원유값 인상이다. 당장 내달 1일부터 우유의 원재료인 원유 가격이 L당 926원에서 947원으로 2.3%(21원) 오르기 때문이다.


지난 2018년과 비교해 원유 가격 인상폭이 큰 데다 최저임금과 물류비 상승 등의 요인까지 더해져 우유 가격 인상폭이 더 확대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우유업계는 가격인상 카드를 섣불리 꺼내지 못하고 있다. 저출산 인구감소 등으로 우유 소비가 지속해서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가격이 인상되면 소비자로부터 외면을 당하는 악순환을 이어질 수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낙농가는 시장 수급과 무관하게 우유 생산비에 따른 원유 가격을 보장받으면서 수익을 유지하고 있지만, 우유 회사들은 재고 처리에 대한 부담 등으로 수익성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특히 지난해 말부터 이어진 먹거리 가격인상 행렬에 우유까지 가세하면 소비자 부담으로 직결된다는 우려도 한 몫 하고 있다.


우유업계 관계자는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인건비가 크게 늘어난 상황에서 원재료 부담까지 더해지면 가격 인상은 피할 수 없는 선택”이라며 “제품 가격 인상 시기를 놓고 내부적으로 회의를 거듭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낙농산업을 보호하고자 하는 취지는 이해하지만, 지금처럼 수요를 반영하지 않는 원유가격연동제는 장기적으로 봤을 때 낙농산업을 보호하기 어렵다”며 “이 상태로 간다면 우유 소비 자체가 줄어서 낙농가와 유업체 모두 위태로운 상황이 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덧붙였다.


서울 서초구 농협하나로마트 양재점에서 우유가 판매되고 있다.ⓒ뉴시스

우유 가격이 인상되면 이를 원료로 사용하는 빵, 과자, 커피, 분유, 아이스크림 등 가공식품 가격도 덩달아 오를 가능성이 높다.


2018년 사례만 봐도 명확하다. 당시 원유 가격이 1L당 922원에서 926원으로 4원 오르자 관련 물가가 일제히 상승했다.


우유업계 1위인 서울우유가 소비자가격을 1L당 3.6% 올렸고, 기업 간 거래 시 납품가도 10%가량 인상하며서 도미노 인상이 현실화 된 바 있다.


이 때문에 베이커리 업계를 중심으로 긴장감이 역력하다. 파리바게뜨와 뚜레쥬르 등 프랜차이즈 업체에서 판매되고 있는 빵 가격의 경우 올해 초 가격을 한 차례 인상한 바 있는데 우유 제품 가격이 인상되면 하반기 또 다시 가격 조정에 나서야 할 가능성도 있다.


올해 1월 뚜레쥬르는 원재료와 인건비 인상을 반영해 90개 제품 가격을 평균 9% 올렸고, 파리바게뜨는 2월 총 660개 품목 중 약 14.4%에 해당하는 95개 제품을 대상으로 가격을 인상한 바 있다. 평균 인상폭은 5.6%다.


베이커리 업계 관계자는 “부담 요인이 있는데 올리지 않을 수는 없는 상황”이라면서도 “우유가 안 들어가는 빵도 많고 가격 인상엔 여러 가지 요인이 복합적이어서 말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고 말을 아꼈다.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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