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층 계급에 문제 생긴 듯"
북한이 코로나19 델타 변이의 전 세계적 확산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방역 고삐를 바짝 죄는 가운데 북한 방역망에 구멍이 났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김준형 국립외교원장은 28일 "그동안 북한이 굉장히 원시적인 방법으로 완전히 닫아걸었는데도 뭔가 자세한 거는 모르겠지만, 방역에 구멍이 생겼다는 관측들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북한 내부 입장에선 식량, 코로나19 백신 등을 받을 입장이 아닌 것으로 안다"며 이같이 밝혔다.
남북 연락통신선 복원을 계기로 식량, 코로나19 백신 등 대북 인도적 지원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지만, 북한 여건상 단기간 내 현실화되긴 어렵다는 뜻이다.
김 원장은 "워낙 (국경을) 닫고 있기 때문에 정확한 건 모른다"면서도 "분명히 문제가 생겼고 북한에 나오는 담론들을 보면 위기감들이 자꾸 등장한다. 확진자는 없지만 계속 위기상황이라고 얘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그는 이달 초 한 강연회에서 북한이 국경을 완전히 걸어 잠그는 방역정책으로 어느 정도 성공을 거뒀다면서도 "한계가 있다. 최근 북한에서 코로나 상황이 뭔가 터진 것 같다. 상층 계급에 좀 문제가 생긴 거 같다"고 말한 바 있다. 다만 그는 "추측이고 분석"이라며 서둘러 발언을 주워 담았다.
한편 그는 북한이 연락선 복원에 나선 '일차적 목적'은 그간 견지해온 '상호주의 접근'의 일환이라고 평가했다.
김 원장은 "북한 입장에선 미국의 대북정책 검토, 한미정상회담 결과가 나쁘지 않았다"며 "북한의 비난 수위도 상대적으로 크지 않았지만, 북한이 협상장에 나올 정도의 인센티브는 없었다. 그러니 그 속도대로 북한은 맞추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원장은 "북한도 미국이 좋게 나왔는데 판을 깨고 싶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내부적으로 힘들고 북중관계에 공을 들이지만, 대남채널과 대미채널을 살려두는 땅 다지기 필요성이 생긴 것"이라고 밝혔다.
'대화'와 '대결'에 모두 준비되어있다던 북한은 그간 미국의 거듭된 대화 제안을 외면하며 중국과 밀착해왔다. 이에 북한이 '대결 준비에 기운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힘을 얻자 남북 연락통신선 복원이라는 '우회로'로 대화 의지를 피력했다는 평가다.
아울러 김 원장은 연락선 복원이 남북협상의 '결과'가 아닌 '첫 단추'에 불과하다며 섣부른 낙관을 경계했다.
그는 "남북미가 연결되고 북미가 연결되는 얘기가 나오고 있고, 그렇게 갈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전제하더라도 너무 쉽게 모든 일이 일어날 거라는 건 또 다른 희망고문이 될 수 있다"며 "조금 더 냉철해야 될 필요가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