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확산 후 유연근무제 확산
은행 이어 증권사도 탄력근무 활용
비대면 회의 안착, 단체모임 금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금융권에서 유연근무제가 더욱 확대되고 있다. 특히 최근 코로나19 4차 대유행으로 방역을 강화하면서도 업무 효율성을 잡기 위한 재택•순환근무가 속속들이 안착하고 있다. 업무강도가 높은 증권사에서도 주 52시간 도입 이후 시차출퇴근제 안에서 탄력근무를 활용하는 추세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유연근무가 가장 활발한 곳은 은행권이다. 시중 은행들은 시차출퇴근제를 운영중인 가운데, 코로나 확진자가 다수 발생하자 재택-분산근무 비중을 최소 30%에서 최대 40%까지 높였다. 은행원들이 집에서 일하거나 회사가 아닌 다른 공간에서 업무를 보는 등 근무환경이 과거와 확연히 달라진 것이다.
KB국민은행의 경우 ▲시차출퇴근제 ▲선택적 근로시간제 ▲탄력적근로시간제를 모두 도입해왔다. 출퇴근 시간을 조정하되 근로시간 8시간만 유지하는 시차출퇴근제의 경우 첫 출근을 7시, 8시, 10시, 11시, 12시, 13시 중에 선택하면 된다. 더 나아가 1개월이나 3개월 이나 평균 근로시간 범위내에서 직원들이 자유롭게 근로시간을 결정할 수 있게 했다. 지난 9일부터는 코로나19 재유행으로 방역당국의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격상에 발맞춰, 기존 본부 인원의 30% 재택근무 ‘권고’를 ‘실시’로 강화했다.
신한, 하나, 우리은행도 비슷한 상황이다. 신한은행은 재택 및 이원화 근무 비율을 15%에서 40%로 높였다. 팀 내 회의도 화상회의를 권고하고 있으며, 외부인 출입을 금지하고 미팅도 자제중이다. 최근에는 재택근무에 대한 정보 보안을 강화하기 위해 안면인식 보안기술인 ‘페이스락커도’ 도입했다. 우리은행과 하나은행도 분산 및 재택근무 비율을 20%에서 30%로 확대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비대면 회의가 안착했으며, 단체 회식이나 모임이 없어진지 오래다. NH농협은행도 분산근무 비율 30%를 사전에 상향 반영해 실시해왔다. 회식과 사적 모임, 대면 회의, 출장 등을 자제하도록 하는 것을 원칙적으로 금지시켰다.
수도권(서울 경기 인천)에 있는 은행 영업 시간도 오전 9시~오후 4시에서, 오전 9시30분~오후 3시30분으로 1시간 줄었다. 거리두기 4단계에 맞춰 시행한 해당 제도를 다음달 8일까지 연장한다. 경남 진주시, 여수시, 부산광역시 등의 비수도권 은행 지점들도 고객 밀집을 막기 위해 운영시간을 1시간 축소했다. 일부 은행점은 영업내 대기 고객 제한 조치도 시행중이다. 대기고객은 10명 이내로 제한하며, 고객 간 거리는 2m 이상 유지하는 것을 조치하고 있다.
이 외 산업 및 수출입 은행도 정부 지침에 따라 재택근무를 병행한 탄력근무제를 실시하고 있다. OK, 웰컴, 페퍼 저축은행등도 출퇴근 시간을 자유롭게 조정 가능한 주5일 근무를 유지중이다. 인터넷뱅크와 핀테크는 좀 더 자유로운 유연근무제를 실시하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자체 ‘워크온’ 시스템에 맞춰 오후 11시~오후 4시를 제외하고 출퇴근 시간을 조절할 수 있다. 토스는 오는 9월까지 3개월간 모든 계열사에 주4.5일 근무제를 시범 운영한다. 오전 11시~오후 7시 융통적 근무에 금요일 오후 3시에 퇴근하는 방식이다.
보험사들도 워라밸을 반영한 선택적 근로시간제가 안착했다. 한화생명의 경우 점심시간을 60분에서 90분으로 확대 실시하고, 퇴근 시간을 30분간 앞당겼다. 월 단위부터 분기단위까지 주 평균 40시간 근로시간에 맞춰 근무시간을 조정했다. 현재는 코로나 상황에 따라 부서별 최소 30%에서 100%까지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
DB손해보험도 선택적 근로시간을 운영중인 가운데 연장근무를 하면 대체휴무를 부여하고 있다. 점심시간에는 직원들의 쏠림 현상을 방지 하기 위해 2부제도 도입했다. 삼성생명은 1개월 범위 내에서 필수근무시간(오전 10시~오후 3시)를 제외한 나머지 시간에 임직원들이 자유롭게 선택해 근무할 수 있게 했다. 그밖에 교보생명, 신한라이프, 현대해상, KB손해보험도 시차출퇴근제를 적용하고 있다.
주요 카드사들도 재택근무 비율을 늘리면서 대응중이다. 여의도에 본사를 두고 있는 현대카드는 여의도 증권가에 코로나19 확진자가 대거 나오자 재택근무 비율을 50%에서 70%까지 대폭 상향했다. 신한카드도 지난 12일부터 재택근무 등 부서별 이원화 근무 비율을 기존 20%에서 30%로 상향 조정했고, BC카드도 임직원의 50%가 집에서 근무중이다. 회사는 기존 시차출퇴근제, 점심시차 이용, 층간이동 금지 등을 준수하도록 강력하게 권고중이다.
주 5일 내내 증권시장이 열리기 때문에 유연근무 도입이 어려운 증권사도 코로나 재확산으로 근무 방식에 변화가 생겼다. 한국거래소를 비롯한 한국예탁결제원, 금융투자협회, 나이스신용평가, 한국신용평가 등 다수의 기관은 대부분 재택근무 비중을 30% 이상으로 높인 순환 근무를 하고 있다. 한국거래소의 경우 광화문 임시 사무실을 활용하는 등 분산 근무 거점도 확충했다. 증권맨들이 자주 찾는 여의도 식당에서 감염이 속출한만큼, 점심시간 도시락 등의 이용도 늘었다.
KB증권, 하나금융투자, NH투자증권, 한화자산운용, 현대차 증권 등도 시차 근무제를 유지하면서, 코로나 전개 상황에 따른 재택근무를 시행중이다. NH투자증권은 재택근무 30%, 일반업무 인력은 20% 비율을 유지하고 있다. 한화자산운용이 업계 최초로 도입한 전직원 원격 근무제(드림워크)는 코로나 시국에 빛을 발하고 있다. 약 400명의 임직원들이 회사 대신 고객이나 집 근처로 출근하며, 장소에 제약받지 않고 업무를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