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 탄핵' 과거사에 당당한 정세균
"도덕성? 정치인 상위 1% 자신"
이재명·이낙연에 조직력 안 밀려
좀처럼 뜨지 않는 지지율에는 '한 숨'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이 후보자들 사이 네거티브로 혼탁해지는 가운데 논란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후보가 있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다. 정 전 총리는 민주당 적통성은 물론이고 도덕성이나 조직력에서 모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최근 적통성 검증의 잣대로 떠오른 ‘노무현 대통령 탄핵’ 관련해서 정 전 총리는 당당하다. 당시 재선의원이었던 정 전 총리는 의장석을 점거하며 탄핵 표결을 몸으로 막아선 바 있다. 탄핵에 참여한 뒤 삼보일배 참회의 시간을 가진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나 찬반 논란이 있는 이낙연 전 대표에 비교 우위에 있는 대목이다.
22일 CBS 라디오에 출연한 정 전 총리는 이 전 대표의 탄핵 찬반 여부를 묻는 질문에 “당시 이낙연 후보는 다른 정당에 있어서 내부 사정을 자세히 모른다”면서 “그때 내부 사정을 잘 아는 분이 추미애 후보일 것이다. 같이 그쪽에 계셨다”고 답했다. 점잖은 어조로 경쟁자 두 명을 한 번에 겨냥한 셈이다.
노 전 대통령의 오른팔로 통했던 이광재 의원이 정 전 총리와 경선 후보 단일화를 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반이재명 연대’라는 프레임에 갇혔지만, 실은 “친노 연대가 더 정확한 표현”이라는 게 캠프 관계자의 설명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발탁이 있었다는 것도 ‘민주당 적통’ 논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요인이다.
도덕성은 정 전 총리가 내세우고 있는 최대 강점 중 하나다. 출마선언 때부터 도덕성을 강조해왔고, 심지어 “세계 정치인 중 도덕성 테스트에서 상위 1%에 들어갈 자신이 있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지난해 국무총리 청문회에서도 도덕성 관련해 특별한 의혹이나 문제는 제기되지 않았다.
캠프의 규모도 이재명 경기도지사나 이 전 대표와 비교해 작지 않다. 한때 “민주당 최대 계파는 정세균계”라는 말이 있었던 만큼, 적지 않은 수의 현역의원들이 캠프에서 활동하고 있다. ‘균형 사다리’라는 이름의 전국 단위 조직도 새롭게 정비했다.
최재형과 경쟁구도로 편승효과 기대
문제는 좀처럼 오르지 않는 지지율이다. 22일 엠브레인 등 4개 여론조사기관이 발표한 7월 셋째 주 전국지표조사에 따르면, 대선후보 지지율에서 정 전 총리는 1%에 그쳤다. 이 지사(27%)나 윤석열 전 검찰총장(19%), 이 전 대표(14%)는 물론이고 홍준표 의원(4%), 최재형 전 감사원장(3%),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3%),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2%)보다도 낮았다.
MBC 의뢰로 코리아리서치가 지난 17~18일 실시한 조사에서도, 정 전 총리 지지율은 1.3%에 불과했다. 같은 조사에서 이 지사는 27.1%, 윤 전 총장 19.7%, 이 전 대표 14.6%를 각각 기록했다. 추 전 장관의 경우에도 2.9%로 정 전 총리 보다 소폭이지만 높았다.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복수의 캠프 관계자들은 답답함을 호소한다. 특히 예비경선을 거치며 한차례 판이 출렁였음에도 반사효과를 보거나 상승세를 타지 못했다는 점에서 심각한 분위기다. 출발이 다소 늦었다는 분석이 있지만, 정 전 총리의 인지도를 감안하면 설득력을 얻기 힘들다.
일각에서는 편승효과를 누리지 못했다는 점을 지적한다. 예를 들어 이 지사와 이 전 대표의 공방, 윤 전 총장과 추 전 장관의 갈등,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박용진 의원의 40대 기수론 등과 비교해 정 전 총리는 대칭 혹은 대비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상대가 없다는 것이다.
이에 정 전 총리는 국민의힘에 입당한 최재형 전 감사원장과의 경쟁 구도를 내심 노리는 상황이다. 정 전 총리는 “지금까지는 이재명, 윤석열 두 분이 적대적 공생 관계가 만들어져 오지 않았느냐”며 “양강 체제에 균열이 시작되면서 앞으로는 정세균, 최재형의 구도가 되지 않을까 판단한다”고 말했다.
정 전 총리 측 관계자는 통화에서 “다음 주 토론회를 시작으로 경선이 재개되면 다시 한번 변화가 오는 시기가 올 것”이라며 “네거티브가 아닌 도덕성이나 정책경쟁으로 정세균의 길을 꾸준히 걷는다면 가시적인 성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