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적 법 규정으로 의견 분분
도정 공백 우려 vs 천문학적 세금
국민의힘 내에서도 찬반 엇갈려
27일 경남 선관위 실시 여부 결정
김경수 전 지사의 실형으로 인해 공석이 된 경남도지사 보궐선거 실시 여부에 정치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내년 6월로 예정된 지방선거까지의 도정 공백 등을 감안할 때 새로운 도지사를 선출해야 한다는 찬성 의견과 340억원 상당의 혈세 투입 등의 현실적 문제를 볼 때 선거를 치르지 말아야 한다는 반대 의견이 분분하다.
22일 정치권에 따르면 경남도지사 보궐선거 실시에 대해 찬반이 나뉘는 배경에는 유동적인 공직선거법 규정이 꼽힌다. 이번 김 전 지사의 지사직 상실의 경우 보선 실시에 대한 법적 강제력이 없는 상황 속에서 경상남도 선거관리위원회의 자의적 판단에 의해 실시 여부가 결정되는 탓이다.
공직선거법 제35조를 살펴보면 '지방자치단체의 장의 보궐선거·재선거 중 3월 1일부터 8월31일까지 실시사유가 확정된 선거는10월 첫번째 수요일에 실시한다"고 명시돼 있다.
단 같은 법 제201조에 '보궐선거 등은 그 선거일부터 임기만료일까지 기간이 1년 미만인 경우에는 실시하지 아니할 수 있다'고 특례규정을 두고 있어 이를 따라야 하는지를 놓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김 전 지사의 임기 만료일은 내년 6월 30일로, 특례규정 적용 대상에 해당된다.
경상남도 선관위는 선거법에 따라 오는 27일 오전 위원회를 개최해 선거 실시 여부를 결정해 공고하기로 했다. 이미 의견 수렴을 위해 각 정당과 도의회에 공문을 보내 의견을 보내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김경수 전 지사의 실형으로 인한 궐위에 따라 보선 실시 가능성이 생겼고, 전통적으로 보수세가 강한 지역인 만큼 '제1야당' 국민의힘 입장에서 적극적으로 보선 실시를 주장할 만 하지만 내부적으로 찬반 의견이 엇갈리는 모양새다.
먼저 마땅히 선거를 치러 도정 공백을 최소화하는 한편 차기 대선을 앞두고 또 한 번의 대규모선거를 승리해 바람을 타는 것이 옳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차기 경남도지사 출마 후보군으로도 거론되는 국민의힘 이주영 전 국회부의장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김경수 전 지사는 도지사가 되기 전부터 수사를 받기 시작해 4년 임기 중 3년 넘게 수사와 재판을 받아왔다. 도정 공백을 초래한 것은 물론 도민의 자존심에 큰 상처를 남긴 것"이라며 "선거관리위원회는 법에 정해진 보궐선거 실시로 남은 도정공백을 최소화하기 바란다"고 언급했다.
한 PK 지역 현역 의원은 통화에서 "보선이 열리게 된다면 내년 3월 대선을 앞두고 PK 지역의 지지를 한 데 끌어모으는 긍정적 계기가 되지 않을까 싶다"며 "대선 이전 민심을 살펴보는 바로미터가 될 수 있을 것"이라 내다봤다.
단 1년 미만 임기의 지자체장 선출을 위해 수백억의 혈세가 들어간다는 점에서 자칫 '정치공학적 접근에 매몰돼 세금 소비를 나몰라라 한다'는 비판에 휩싸일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한 국민의힘 핵심관계자는 "8개월 남짓 임기의 도지사를 뽑기 위해 천문학적인 예산이 투입되어야 한다는 점을 무시할 수 없다"며 "이미 김 전 지사의 실형으로 경남 지역의 민주당에 대한 정치적 심판이 뒤따를 것은 자명한 사실 아닌가, 내년 지방선거까지 기다려도 큰 타격은 없다는 생각"이라 말했다.
실제 이날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 비공개회의에서도 경남도지사 보선 실시 여부에 대한 논의가 오간 것으로 전해진다. 지도부 차원의 입장 표명은 조금 더 당 내외 의견을 수렴한 뒤 이르면 주말께 이뤄질 전망이다.
한 최고위 관계자는 "도정 공백의 책임이 민주당에 있는 만큼, 민주당이 어떤 방식으로든 책임에 대한 입장 표명을 하는 게 우선이라고 본다"며 "보선 실시에 대한 부분은 현실적 문제를 고려해 신중하게 판단할 것"이라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