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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전세 쏟아지진 않지만"…'2년 실거주' 규제 치우니 정상 조짐


입력 2021.07.22 05:18 수정 2021.07.22 08:07        배수람 기자 (bae@dailian.co.kr)

가을 이사철 전 폐지, 한숨 돌린 집주인 매물 '속속'

콧대 높은 우·선·미 전세매물도 등장

전문가 "여전히 규제 산적, 하반기 전세난 지속"

"전세시장 안정위해 임대차법도 없애야"

앞서 12일 국회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안 가운데 재건축 조합원에게 2년 실거주 의무를 부여하는 조항을 빼기로 했다. 강남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경.ⓒ데일리안 배수람 기자

"뉴스에서 떠드는 것처럼 매물이 막 쏟아지는 정돈 아니에요. 2년 실거주 의무 폐지됐단 소식을 듣고 집주인이며 세입자며 문의가 점점 늘기 시작하는 상황입니다. 가을 이사철 다가올수록 물량은 더 많아지겠죠."


지난 21일 찾은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일원 은마아파트. 상가 내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기자에게 이렇게 답했다.


재건축 2년 실거주 의무 백지화로 전세매물이 대거 쏟아지고 있을 거라는 예상과는 달리 현장 분위기는 생각보다 잠잠했다.


다만, 그냥 놔두기만 했어도 자정능력을 갖췄을 전세시장이 정부의 실책으로 '동맥경화'처럼 꽉 막혔다가 이제야 다시 정상적으로 혈류가 도는 모습이라고 한목소리를 냈다. 투기를 잡겠다고 내놨던 대책들이 시장에 부작용만 남겼다는 질책이다.


앞서 12일 국회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안 가운데 재건축 조합원에게 2년 실거주 의무를 부여하는 조항을 빼기로 했다. 정부의 6·17대책 핵심 내용이었으나 집주인의 실거주로 세입자에게 피해가 전가된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1년 만에 결국 백지화됐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21일 현재(오후 2시 기준) 은마아파트 전·월세매물은 총 301건이다. 지난 12일(154건)과 비교하면 95.5% 급증했다.


은마 상가 내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아직 현장에서 체감할 정도로 물량이 늘지는 않았다"라며 "지금 나오는 매물은 계약 만기로 나오는 게 대부분이어서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이어 "시기적으로 비수기라 물량이 나오는 속도가 느리지만, 가을 이사철이 다가올수록 매물은 더 늘어날 것"이라며 "비수기에 독소조항을 폐지했다는 게 이번 정부가 가장 잘한 일 아니겠냐"라며 웃어 보였다.


실제 기자가 취재하는 동안, 전세 시세를 알아보기 위해 부동산을 찾는 집주인들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고객상담을 하거나 임차인에게 전세물건을 보여주기 위해 길을 나서는 공인중개사도 더러 있었다.


아실에 따르면 21일 현재(오후 2시 기준) 은마아파트 전·월세매물은 총 301건이다. 은마아파트 상가 내 공인중개업소에 붙은 매물 정보.ⓒ데일리안 배수람 기자

또 다른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집주인들이 한시름 놨다는 게 확실히 느껴진다"며 "실거주 의무 때문에 신고만 하고 세입자를 받지 않은 빈집들을 다시 매물로 내놓겠단 집주인들의 문의 전화가 오기 시작했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전셋값도 차츰 조정을 받는 모습이다.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은마는 지방에 거주하는 집주인 비중이 꽤 크다 보니 세입자를 빨리 받겠다는 분들은 아예 저렴하게 물건을 내놓는다"며 "31평형대 시세가 보통 10억~11억원 정도였는데 5000만~1억원가량 싸게 급매로 나온 전세매물도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가을 이사철이 다가올수록 물량이 더 늘어날 거라고 본다"며 "그때 전세매물이 소진되는 걸 보면 지금보다 가격 조정이 더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인접한 개포우성·선경·한보미도(우·선·미) 상황도 비슷하다. 이곳 단지들은 은마아파트와 달리 단지 내 학교가 자리하고 있고 상대적으로 학군이 탄탄해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도 3억~4억원 이상 전세 시세가 높은 곳이다.


선경아파트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우·선·미는 학부모 수요가 워낙 많아 매물이 귀한 곳"이라며 "은마와 달리 가격 조정은 없지만 한 달 전까지만 해도 전세물건이 하나도 없었는데 지금은 4~5개 정도 나와있다"고 설명했다.


아실 통계에 따르면 개포우성2차(33건), 선경1·2차(43건), 한보미도(235건) 전·월세매물은 지난 12일 대비 각각 13.8%, 13.2%, 27.0% 증가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정부에서 그나마 제도 도입 자체를 취소함으로 인해 시장 안정을 일정 부분 가져온 것"이라며 "비수기여서 효과가 상대적으로 커 보이지만 물량이 얼마 안 되기 때문에 하반기에도 전세난은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가을 성수기가 돌아오면 일부 물량이 더 나오겠지만 전세시장 가뭄을 해갈할 정도라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그마나 이 정도라도 물량이 나오고 있으니 다행"이라고 평가했다.


권 교수는 또 "서민을 위한 정책이 아닌 힘들게 하는 정책이라는 점에서 처음부터 시장에서 우려했던 부분인데 이제 와 무산시켰다는 건 국민을 우롱한 거나 마찬가지"라며 "실질적인 전세시장 안정을 위해선 임대차3법 역시 대폭 수정하든지 없애야 한다고 본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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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수람 기자 (ba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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