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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불로 지지고 성폭행한 친아빠를 용서합니다"…딸의 탄원서 진심일까?


입력 2021.07.21 06:06 수정 2021.07.20 23:24        이배운 기자 (lbw@dailian.co.kr)

전문가 "딸의 진심인지 의심…방관자였던 엄마의 의사 반영 됐을듯"

"남편 수차례 범행 눈감고 있던 부인…딸 대신 남편 편들어 왔을 것"

"아동의 처벌불원, 감경사유로 적용 안하거나 인정 요건 강화해야"

아동학대 ⓒ게티이미지뱅크

아버지에게 수차례 성폭행·학대당한 초등학생 딸이 법원에 아버지의 선처를 호소하는 탄원서를 올리면서 그 까닭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법조계 전문가들은 피해 아동의 실제 의사와는 다른 탄원서 제출이 이뤄졌을 수 있다고 지적하면서, 미성년자의 탄원서를 감경 사유로 인정하는 데 대단히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대전지법 형사11부(재판장 박헌행)는 20일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13세 미만 미성년자 강간) 등 혐의로 기소된 남성 A씨(33)에게 징역 13년을 선고했다.


법원에 따르면 A씨는 2∼3년 전부터 자신의 집에서 아내와 다투고 나면 화풀이로 초등생 딸의 팔을 부러뜨리고 불로 지지는 등 반복적으로 심하게 학대했으며, 심지어 성폭행도 수차례 가했다.


재판부는 "딸을 성적 욕망과 분노 표출의 대상으로 삼은 잔혹하고 반인륜적인 범행"이라고 질타하면서도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탄원서를 제출한 점 등을 고려했다”며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이런 감경 사유와 관련해 법조계 전문가들은 "미성년자인 딸이 과연 진심으로 아버지를 용서하고 자신의 의지로 탄원서를 제출했는지 의심스럽다"며 "겉으로 드러난 행동과 달리 마음 속은 깊은 상처로 상당한 고통을 겪고 있을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특히, 아이가 탄원서를 작성한 배경엔 아버지의 범행을 방관해온 어머니의 의사가 반영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한 전문가는 "부녀 성폭력 사건은 거의 대부분 남편의 편을 드는 부인의 방관 하에서 발생한다"며 "당초 부인이 남편의 행동이 잘못된 것임을 인지했다면 최초의 성폭력 및 학대 시도가 있었을 때 사력을 다해서 막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가족 성폭력 사건에 있어 부인은 거의 대부분 '어차피 내 남편인데 감옥에 간들 나에게 도움이 되겠느냐' 혹은 '너희 아버지가 하는 일인데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인식이 깔려있기 마련"이라며 "특히 아버지가 계부일 때는 부인이 더욱 노골적으로 딸 대신 남편 편을 들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스스로 완전한 판단을 내릴 수 없는 아동들이 실제 의사와 무관하게 범행을 저지른 부모를 편드는 경우가 없도록 아동의 처벌불원 의사를 감경 사유로 적용하는 데 보다 신중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박은정 보건복지부 아동학대 대응과 과장은 "아동학대 범죄의 가해자는 통상 아동의 부모일 가능성이 매우 크고 이 경우 아동의 친인척 등이 피해 아동에게 처벌불원 의사를 압박할 가능성이 있다"며 "범죄의 통상적 감경 요소인 처벌불원은 아동학대 범죄에서는 적용하지 않거나 아동의 이익에 가장 부합하는지 신중하게 고려해야만 한다"고 말했다.


법무법인 인의 허용 변호사는 "아동학대 피해의 중대성과 피해 아동 의사가 왜곡될 우려 등을 고려하면 아동의 처벌불원 의사는 인정 요건을 강화하거나 특별감경 인자에서 삭제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이배운 기자 (lbw@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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