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청약 물량, 신혼부부에 집중
중장년 무주택자 '허탈감'
주거지원책, 청년층끼리도 갈등 부추겨
정부가 실질적인 공급 성과는 내지 못하는 상황에서 세대 간 갈등만 부추긴단 지적이 나온다. 시장 내 공급물량과 주거 지원방안 등이 특정 세대에 집중되면서 배제된 이들을 중심으로 역차별이란 불만이 잇따르고 있다.
15일 국토교통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에 따르면 오는 16일 3기 신도시를 포함한 수도권 주요 공공택지에 대한 1차 사전청약 입주자모집공고가 나온다. 1차 사전청약 물량은 4333가구 규모로 이 중 45% 정도인 1945가구가 신혼희망타운으로 공급된다.
연말까지 계획된 전체 사전청약 물량으로 확대해 보면 총 3만200가구 가운데 1만4000가구가 신혼희망타운 물량으로 배정됐다. 나머지 1만6200가구 중에서도 30%가량은 신혼부부 특별공급 물량이다.
당장 중장년층을 중심으로 허탈하단 볼멘소리가 나온다. 정부 규제로 도심 내 일반분양 물량이 현저히 줄어든 가운데 정부 정책에서도 소외돼 내 집 마련 기회를 박탈당했다는 거다.
국민청원에 글을 남긴 A씨는 "젊은 부부도 집이 필요하지만, 사춘기 자녀를 두거나 20살 넘어 자립하지 못하는 자녀와 함께 사는 40~60대 가정에도 집이 절실하다"라며 "나라에서 내놓는 무주택 서민 주거대책은 오로지 신혼특공, 특별분양뿐"이라고 분노했다.
그러면서 "갓 결혼한 사람은 신혼희망타운에 바로 당첨됐는데 수십 년 기다린 무주택자는 또 무주택자"라며 "집 한 칸 없이 세금 꼬박꼬박 내며 살아온 중년은 분양 자격조차 주지 않는 것이 공정하냐"고 비난했다.
청년층도 불만이 쌓이긴 마찬가지다. 서울 등 도심에서 공급하는 일반분양 단지의 진입장벽이 너무 높아서다. 정부는 투기과열지구로 묶인 9억원 이상 단지들은 특별공급을 제외하고는 가점제로만 당첨자를 뽑도록 규제하고 있다.
한 30대 직장인 B씨는 "돈이 있고 없고를 떠나서 무주택 기간, 청약통장 가입 기간을 다 더해도 가점이 20점에도 못 미치기 때문에 일반분양은 생각조차 할 수 없다"라며 "중장년층만 입지 좋고 교통 편리한 서울에 살 수 있고 청년들은 수도권 외곽으로 나가라고 등 떠미는 것 같다"고 털어놨다.
최근 분양한 서울 서초구 반포동 일원 래미안원베일리는 일반분양 224가구 모집에 20~30대 1만7323명이 접수했지만, 실제 당첨자는 2명에 불과했다.
여기에 청년·신혼부부의 주거부담을 완화를 위해 마련된 전세임대는 젊은 세대 사이에서도 편 가르기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13일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 전체회의에서 국토부는 2차 추경을 통해 청년층을 위한 전세임대 5000가구를 추가 공급하겠단 계획을 내놨다. 주택도시기금 운용계획을 변경해 2000가구를 확보하고, 신혼부부용 공급을 줄여 3000가구를 충당하겠단 방침이다.
이를 두고 시장에선 "40~50대 물량 뺏어서 신혼부부 주더니 이제는 신혼부부 지원을 축소해 청년들 준단다"라며 "집이 없어서 결혼도 미루는데 지원책을 확대하기는커녕 돌려막기 급급하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부동산 전문가는 "공급이 차질 없이 잘 되고 있다는 정부의 말이 신뢰를 잃었고 부동산정책은 '지금이 아니면 내 집 마련을 할 수 없다'는 인식을 계속해서 심어줬다"라며 "전 연령층이 뛰어들어 제한된 물량을 놓고 경쟁하다 보니 갈등만 심해지고 누구 하나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가 공급을 너무 안 해서 불거진 문제"라며 "처음부터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객관적으로 보고 정책을 폈어야 했다"고 설명했다.
심 교수는 또 "지금에 와서 규제를 푼다고 해도, 어떤 대책을 내놓는다고 해도 답이 없을 정도로 시장이 심각하게 꼬였다"며 "당분간은 해소할 방법이 전혀 없는 답보상태를 지속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