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조건부 합의' 맞다는데
원내지도부는 "합의한 것 아니다"
지도부 갈등에 원내 반발도 '활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와의 회동에서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에 합의한 것을 두고 국민의힘 내부가 발칵 뒤집혔다.
이 대표 측은 소상공인을 더 두텁게 지원한 뒤 '남는 재원이 있다면'이라는 전제조건을 달고 전국민에 지급하기로 한 것은 맞다고 했지만, 원내에서는 '전국민 지급 합의 자체가 사실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지도부간 입장이 정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소속 의원들의 반발 목소리는 커져가는 모양새다.
이준석 대표는 13일 BBS라디오 '아침저널'에 출연해 "선별지급, 선별지원이 저희 당론이다. 소상공인 지원을 현행 3조9000억원에서 훨씬 늘리자는 게 저희 선별지원을 강화하는 것"이라면서도 "(재난지원금 지급) 방식 부분에서 행정비용이나 경계선 문제가 있다고 하면 긍정 검토해야 한다고 동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소상공인 지원을 우선적으로 두텁게 하되, 남은 예산에 대해 행정비용 등의 문제가 있을 경우 전국민에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러한 방식으로 국민의힘 당론인 '선별지원'과 민주당 당론인 '보편지원'을 서로 양해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앞서 전날 이 대표와 송 대표는 만찬 회동이 끝난 뒤 재난지원금 지급과 관련해 소상공인 지원 강화와 전국민 지급에 합의했다고 밝힌 바 있다. 황보승희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현재까지 검토된 안에 비해 훨씬 상향된 소상공인 지원을 두텁게 하는 안, 그리고 전 국민 지난재원금을 지급하는 방향으로 하고, 지급 시기는 방역 상황을 봐서 결정하기로 했다"고 했다.
이후 당내 반발이 나오자 황보 수석대변인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충분히 지원한 뒤 "만약 남는 재원이 있을시에 재난지원금 지급대상범위를 소득하위 80프로에서 전국민으로 확대하는 것까지 포함하여 방역상황을 고려해 필요여부를 검토하자는 취지로 합의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황보 수석대변인은 이날 데일리안과 통화에서도 '전국민 재난지원급 지급 합의' 자체는 사실이 맞다고 확인했다. 그는 "이 대표가 (전국민 지급) 약속을 대외적으로 했다. 남는 재원이 있을시에 한다는 것에 대해 많은 해석이 있겠지만, 이 대표가 한 말을 지키려고 하지 않겠느냐"며 "지키려면 원내를 설득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김기현 원내대표의 설명은 달랐다. 김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가 끝난 뒤 취재진과 만나 "전 국민 지원에 합의했다는 사실 자체가 팩트가 아니기 때문에 그 부분에 오해가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 입장은 달라진 게 전혀 없다. 종전 입장과 똑같은 입장을 가지고 앞으로도 추경안을 심사할 것"이라고 했다.
전날 여야 대표 회동과 관련 원내지도부와 교감이 있었는지를 묻는 질문에는 "그런 이야기는 없었다"고 일축했다.
윤희숙 "원칙 뒤집는 합의를 불쑥하는 당대표라니"
조해진 "우리당 기존 입장은 반대…발언에 신중해야"
원희룡 "실망스럽다…송영길이 비웃고 있을 것"
당내에서도 즉각 반발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국민의힘 '경제통'인 윤희숙 의원은 합의 내용이 알려진 직후 "그(이 대표)는 젊은 당대표의 새로운 정치를 기대한 수많은 이들의 신뢰를 배반했다"며 "당내 토론도 전혀 없이, 그간의 원칙을 뒤집는 양당 합의를 불쑥하는 당대표를 보게 될 줄은 몰랐다"고 맹공했다.
이어 "재난의 충격을 전혀 받지 않은 인구에게까지 모두 재난지원금을 뿌리는 것에 도대체 무슨 정책 합리성이 있는가"라며 "대선 후보라면 매표행위로 비난받아 마땅하다"고 개탄했다.
조해진 국민의힘 의원도 "우리 당의 기존 입장은 반대였다. 사실이라면 황당한 일"이라며 "이 대표가 당내 소통에 좀 더 노력해야 하고, 발언에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1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런식의 판단, 실망스럽다"며 "국민을 표로 보니까 금액을 줄여서라도 전국민에 지급하려고 하는 여당의 의도를 비판해야지, 야당도 동의했다며 숟가락을 얻으려고 해서는 안 된다. 표는 동의해준 야당에는 오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코로나가 안정될 시기가 대선에 더 가까운 시기가 될 것"이라며 "여당이 더 좋아하는 의도대로 동의해준 것이다. 송영길 대표가 국민의힘을 비웃고 있을 것"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