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때는 다 그랬다"며 경찰 사칭 옹호
윤석열 향해선 "고발 심했다" 비판
野 "내 편이면 착한 위반? 코미디"
조국 등 與 내로남불 사례도 재조명
김의겸 열린민주당 의원이 경찰을 사칭해 윤석열 후보 배우자 김건희 씨 논문 관련 의혹을 취재하던 기자를 두둔해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다. 전형적인 ‘내로남불’이자 법과 상식을 배제한 편 가르기식 진영논리와 다를 바 없다는 점에서다.
12일 YTN 라디오에 출연한 김 의원은 경찰 사칭과 관련해 “나이 든 기자 출신들은 사실 굉장히 흔한 일이었다. 제 나이 또래에서는 한두 번 안 해본 사람이 없을 것”이라며 “상대방이 경찰인 것처럼 믿게 하려고 경찰서의 경비 전화를 사용한 경우도 많았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윤 후보가 (기자를) 고발한 건 너무 심했다”고도 했다.
해당 발언이 알려지자 야권에선 비난이 쏟아졌다. 편을 갈라 다른 기준을 적용한 것도 문제지만, 과거 본인의 잘못된 행동을 일반화해 전체 기자들을 싸잡아 욕 보이고 있다는 게 요지다. 김 의원은 ‘한겨레 신문’ 기자 출신이다.
국민의힘 양준우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내 편이면 착한 위반, 네 편이면 나쁜 위반이라는 잣대를 들이밀면서 언론개혁을 운운하는 것도 코미디가 따로 없다”며 “정치적 이익을 위해 취재윤리 위반행위까지 옹호하는 것은 현장에서 땀 흘리는 일선 기자들을 모욕하는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소속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채널A 기자는 한동훈 검사장과 친분을 과시한 취재만으로도 검언유착으로 규정되었고 강요미수로 구속수감 됐다”며 “이번 경찰 사칭은 친분 정도가 아니라 아예 속였고 강요미수에 그친 게 아니라 강요를 자행했다. 작년 채널A 기자와 비교하면, 당연히 구속감이고 기소돼야 마땅하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문재인 정부 들어 수차례 논란이 된 범여권 인사들의 ‘내로남불’ 사건들도 재조명 됐다. 당장 김 의원부터 정부가 ‘투기와의 전쟁’을 선포했을 때,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 대출로 분양권을 구입해 집값 상승에 일조한 바 있다. 이 밖에도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자녀 표창장 위조, 윤미향 의원의 후원금 횡령 의혹,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박원순 전 시장 성추행 의혹과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 등 일일이 거론하기 힘들 정도다.
진중권 "운동권은 구제불능…어떤 나쁜 짓도 정당화 가능"
문제는 사과는커녕 상대진영을 ‘악마화’ 함으로써 자기 합리화를 하고 있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특히 여권의 운동권 출신들에게 두드러진 특징으로 진단한다. 거악과 싸움에 사소한 흠결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식이다. 이 같은 세계관에서 검찰과 언론은 실제와 상관없이 ‘거악’이어야만 하며, 여기서 형성된 증오심이 권력을 유지하는 힘이 된다는 분석이다.
강준만 전북대 교수는 ‘인물과 사상’에서 “증오의 정치 프레임에 갇힌 사람들은 반대편이 증오를 필요로 하는 대상이라는 걸 입증하기 위한 악마화를 시도하면서 자신의 증오를 정당화한다”며 “정치 산업과 부족주의적 동맹 관계를 맺고 있는 각종 하위 산업이 자신들의 밥그릇을 지키기 위해 온갖 명분으로 증오 선동에 앞장서고 있다”고 꼬집었다.
586에 대해서는 “젊은 시절 보수 기득권 체제를 없애는 일이 공통의 사명이자 목적이었다”며 “때로 우리 편이 잘못했을지라도 어느 편이 권력을 잡는지가 매우 중요한 세대”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검찰개혁을 하나회 척결과 동일시하는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 사례를 들어 “반독재 투쟁을 하던 운동권 시절로 되돌아간 건지도 모르겠다”고 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지난 8일 정의당 강연에서 “운동권은 부끄러운 줄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 도덕적 확신에 빠져 부끄러운 짓을 해도 잘한 짓인 줄 알고 설득 자체가 안되는 구제불능 상태”라며 “이념에 의해 아무리 나쁜 짓을 해도 정당화 가능한 기제가 만들어져 있다. 머릿속에만 있는 것도 아니고 집단적으로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더 큰 문제는 이들의 행태가 이념이나 진영 갈등과 별개로 지켜져 온 대한민국의 법치와 국민의 상식마저 붕괴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진 전 교수는 “대한민국의 시스템 자체는 자유민주적 시스템을 가지고 있는데 그들이 들어와서 하나하나 무력화 시키고 있다”고 비판한 바 있다.
기자 출신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탈법과 편법, 불법의 경계를 아무 죄의식 없이 넘나들면서 부동산 투기에 목숨 걸었던 정권의 핵심들. 검찰을 믿지 못해 컴퓨터를 은닉해서 증거를 보전했다는 사람. 법의 기준과 잣대를 고무줄처럼 바꾸는 사람들. 피해자의 인권조차 우리 식으로 해석하는 사람들. 문재인 정권 출범 이후 지긋지긋하게 목격했다”며 “긴 악몽이 쉽게 끝나지 않을 것임을 김의겸 의원이 깨닫게 해줬다”고 적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