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성적 학대 및 위력에 의한 추행 인식 못하게 만들어"
검찰 "종교적 특수성 있는 유대관계에서 마음 사서 범행"
교회 여성 신도들을 대상으로 '그루밍(길들이기) 성폭력'을 저지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30대 목사가 실형을 선고 받았다.
그루밍 성폭력은 가해자가 경제·심리적으로 취약한 피해자에게 호감을 얻거나 돈독한 관계를 만든 뒤 성폭력을 가하는 행위를 일컫는다.
인천지법 형사13부(재판장 호성호)는 9일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상 위계 등 간음 및 유사성행위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목사 김모(37)씨에 대해 징역 7년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교회 담임목사의 아들이자 학생들 사역을 담당한 전도사로 나이 어린 피해자들에게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이를 범행 수단으로 활용했다"며 "신도들을 심리적으로 지배하거나 조종해 성적 학대인지, 위력에 의한 추행인지 인식을 하지 못하게 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어 "피고인이 (혐의를 부인하는 등) 현재에 이르기까지 보인 태도로 피해자들이 정신적 고통을 겪었고, 피해 회복도 이뤄지지 않았다"며 "범행 횟수가 많고 범행 당시 피해자들 나이를 감안할 때 책임이 무겁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법원에 따르면 김 목사는 2010년 전도사 시절부터 목사가 되기까지 8년간 자신의 아버지가 담임목사로 있는 인천 모 교회 중·고등부와 청년부를 맡아 당시 15~17세에 불과했던 여성 신도 3명을 성폭행·추행하는 등 그루밍 성폭력을 저질렀다.
이 교회 여성 신도들은 2018년 12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상 위계 등 간음 혐의로 김 목사를 경찰에 고소했고, 경찰은 김 목사에게 5개 혐의를 적용해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검찰은 "종교적 특수성이 있는 유대관계에서 장기간에 걸쳐 지위를 이용, 어린 피해자들을 상대로 마음을 사서 범행이 이뤄졌다"며 "이 사건은 성적 자기결정권이 미성숙한 어린 피해자들을 상대로 한 명백한 범죄"라고 징역 7년을 구형했다.
김 목사는 법정에서 "피해자와 합의 하에 성적 접촉한 적은 있지만 원하지 않는 성적 접촉을 하지 않았다"며 "위력을 행사해서 추행한 사실도 없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혐의 대부분을 인정해 검찰 구형량을 그대로 받아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