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연대 "렌트비 지급 해명 석연치 않아…필요하면 공수처가 뇌물죄 수사해야"
공수처, 조희연 등 주요 사건 수사 진전 없어…검사인력 충원 및 실전투입 연말에나 가능
법조계 "뇌물수사 경험 적은 공수처 검사들, 최고전문가 박영수 상대할 수 있을까?"
국정농단 수사를 지휘한 박영수 특별검사가 '가짜 수산업자'로부터 포르쉐 차량을 무상제공 받았다는 의혹으로 사의를 표명하면서 향후 거취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뇌물죄 혐의가 적용될 경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수사를 받을 가능성이 크지만, 인력난에 시달리는 현 공수처 여건상 수사가 기약 없이 장기화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잇따른다.
박 특검은 최근 100억원대 사기 혐의로 재판을 받는 '가짜 수산업자' 김 모씨로부터 대당 1억원이 넘는 '포르쉐 파나메라4' 승용차를 빌려 탔다는 의혹을 인정했다. 또 명절 선물로 대게, 과메기 등 수산물을 3~4차례 받았다는 사실도 시인했다.
특히 포르쉐 렌트비를 지급한 시점이 차량 이용 3개월 후인 지난 3월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처음에는 비용을 지급할 생각이 없었다가 김씨가 사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자 문제가 될 것을 우려해 뒤늦게 렌트비를 낸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불거지는 상황이다.
참여연대는 지난 8일 성명을 통해 "렌트비 지급 등에 대한 해명이 석연치 않아 청탁금지법 위반 관련 수사를 피할 수 없다"며 "단순 사기 사건으로 가볍게 볼 수 없다. 경찰은 뇌물죄 등에 대한 수사를 주저해서는 안 되며, 필요하면 공수처가 나서야 한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김 씨가 박 특검에게 금품을 제공한 이유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지만, 직무에 대한 대가성이 인정되면 박 특검에게 뇌물죄가 적용될 수 있으며 처벌 또한 한층 무거워진다는 게 법조계의 설명이다.
뇌물 수수 사건은 고위공직자 범죄에 포함돼 공수처 관할이다. 다른 수사기관이 검사의 범죄 혐의를 발견하면 사건을 공수처로 이첩하도록 규정한 공수처법에 따라 경찰은 공수처로 사건을 넘겨야 한다.
승재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박 특검은 공적 업무를 수행하는 사인(私人)이라는 말을 쓰지만, 대통령한테 특별검사로 지명 받았고 검사로서 기소와 수사 행위를 했다"며 "뇌물죄 혐의가 확인된다면 공수처 수사 대상이 맞고, 그것이 공수처 설립 취지에도 부합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공수처는 출범 초부터 이어진 극심한 인력난을 여전히 해결하지 못한 상황이다. 이에 법조계 안팎에서는 공수처가 사건을 넘겨받더라도 사건을 신속하고 정확하게 처리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올해 초 출범한 공수처는 검사 13명을 선발해 정원의 반밖에 채우지 못했고, 최근에서야 검사 10명 추가 모집에 나섰다. 추가 채용이 이뤄지더라도 대통령 임명 및 법무연수원 실무교육 등 필수 절차를 거치면 실전 투입은 올 연말에나 이뤄질 전망이다.
여기에 공수처는 이미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을 한 달여 만에 연이어 9건을 맡으면서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일례로 공수처 1호 사건인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의 불법 특별채용 의혹 사건의 경우 지난 5월 서울시교육청을 압수수색하고도 7주 가량이 지났지만 피의자 소환 조사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또한 지난달 4일엔 야권 유력 대선 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직권남용 혐의 고발 건을 입건했지만, 피의자 소환은 물론 고발인 조사도 진행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설상가상으로 또 다른 야권 대선 주자인 최재형 감사원장 직권남용 혐의 고발장까지 접수되면서, 여야 정치권 모두로부터 감시와 경계의 대상이 되고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공수처가 박 특검 건을 넘겨받더라도 사건 처리가 계속 미뤄지면 정치적 중립성 논란이 더욱 커지는 것은 물론, 공수처 설립 명분 자체가 또 흔들릴 수 있다"며 "수사 경험이 적은 공수처 검사들이 뇌물 수사 최고 전문가인 박 특검을 제대로 상대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