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주택자 비중 11개월 째 줄곧 감소…안정 효과는 없어
전셋값, 2019년 7월 첫째 주 이후 106주 연속 상승세
정부가 집값 상승의 원흉으로 꼽은 '다주택자'들의 숫자가 1년여 동안 연달아 줄어들고 있지만, 집값은 요지부동이다.
당초 이들이 가진 주택이 매물로 풀리면 어느 정도 안정세에 접어들 것이라는 게 정부의 생각이었다. 지난해 7·10 대책에서 아파트 임대사업자 신규 등록을 폐지하고 기존 등록자는 의무임대기간 종료 후 자동 말소하기로 한 것도 이런 판단의 일환이다.
하지만 하락은 커녕 오히려 상승세가 매달 가팔라지는 모습이다. 원인은 크게 두가지로 분석된다. 다주택자들이 집을 내다 팔았다기 보다는 증여로 인해 다주택자들의 비중이 줄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과 전셋값이 급등하며 매매가를 받치고 있어 가격이 하락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증여로 돌려, 다주택자 매물 안 풀려
12일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공개된 '부동산 집합건물 다소유지수'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해당 지수는 16.24로 나타났다. 지난해 7월 16.69를 기록한 뒤 11개월 동안 내리 하락했다.
집합건물 다소유지수란 아파트·오피스텔·빌라 등 집합건물 소유자 가운데 2채 이상 소유한 사람의 비율을 뜻한다. 집합건물 소유자 100명 가운데 2채 이상을 갖고 있는 사람이 16명이라면 지수가 16이 되는 식이다.
수치가 낮아졌다는 것은 정부의 다주택자 줄이기 시도가 어느 정도 먹혀 들어간 셈이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7·10 대책에서 아파트 임대사업자 신규 등록을 폐지하고 기존 등록자는 의무임대기간 종료 후 자동 말소하기로 했다. 다주택자들에게 주는 혜택을 줄여 집을 내놓게 하겠다는 복안이었다.
일반적으로 다주택자들이 매물을 내놓으면 집값이 조정 받는다는 패턴을 보인다. 보통 과세기준일인 6월 전 집값이 조정받거나 하락하는 경우가 많다.
다만 계획대로 다주택자는 줄였지만 당초 예상과는 달리 집값은 꺾일 기미가 보이질 않고 있다. 이 기간동안 한국부동산원 통계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하락 없이 줄곧 상승만 이어왔다. 매매수급지수도 여전히 매수수요가 많음을 가리키고 있다.
이는 다주택자들이 집을 내놔서 다주택자들의 비중이 낮아졌다라기 보다는 양도소득세 강화로 증여가 이뤄졌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즉 시장에 매물이 돌지 않았다는 얘기다. 올해 1~5월 전국 아파트 증여건수는 3만9242건으로 전년 동기보다 9921건(33.8%) 증가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 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다주택자들의 비중이 줄어든 것은 이들이 집을 팔았기 때문이 아니라 증여를 했기 때문"이라며 "현 상황에서 집값이 오를 가능성이 더 크다고 보는데다, 양도세 부분이 걸려 집을 내놓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셋값이 매매가 떠받쳐…매물 풀려도 안정 어려워
급등한 전셋값이 매매가를 떠받치고 있어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는 의견도 있다. 한국부동산원 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 5일 기준 서울의 아파트 전셋값은 0.11% 상승했다. 2019년 7월 첫째 주부터 106주 연속 상승세를 유지했다.
계속된 오름세에 지난달 서울 아파트 전세 중위가격은 6억1967만원으로 집계됐다. 중위가격은 전셋값을 순서대로 나열했을 때 중앙에 있는 가격이다. 불과 지난해 9월까지만 하더라도 4억원대에 머물렀다가 지난 3월 처음 6억원을 넘어선 뒤 꾸준히 상승세를 타고 있다.
실제로 현장에서 느껴지는 상승세는 더 가파르다. 중저가 단지가 많다는 노도강 지역에서도 10억원이 넘는 금액에 전세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노원구 중계동 '대림벽산' 전용면적 141㎡는 지난 5월 11억3000만원에 전세 계약을 맺었다. 도봉구 창동 '북한산아이파크5차' 전용 165㎡는 10억원에 거래되기도 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임대차법으로 인해 매물이 적은 상황에서 다주택자들을 줄이겠다고 하니 임대매물이 나오지 않아 전셋값이 급등하는 상황"이라며 "지금 상황에선 일부 매물이 풀린다고 집값이 안정화될 가능성이 없다"고 말했다.
다음 편에서 계속...
[7·10대책①] 최악의 전세난 불러온 임대등록 폐지
[7·10대책②] 적폐라는 '다주택자' 줄었는데 집값은 천정부지
[7·10대책③] "임대등록하라더니 결국 세폭탄 뒤통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