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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단계 격상에 치솟는 밥상물가…외식업계는 곡소리


입력 2021.07.09 13:15 수정 2021.07.09 13:18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9일 중대본 회의…“거리두기 최고수준, 물러설 곳 없어”

12일부터 2주간 4단계 적용…백신 접종자 인센티브 유보

주요 식재료 가격까지 '껑충'…갈수록 어려움 ↑

서울 마포구 홍대거리에서 시민들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뉴시스

외식업체들의 곡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연초부터 주요 식재료 가격이 줄줄이 오르면서 ‘밥상 물가’에 비상이 걸린 가운데, 정부가 새 사회적 거리두기 방역지침을 최고 수준으로 격상키로 하면서 하반기 반등의 실마리조차 잡기 어려워진 탓이다.


정부는 9일 수도권에 대해 그동안 유예했던 새로운 사회적 거리 두기를 시행하면서 최고 수위인 4단계를 적용한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지난 일주일 하루 동안 역대 최다를 기록하는 등 확산세가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4단계로 격상되는 12일부터는 오후 6시 이후로는 2명까지만 모일 수 있고 설명회나 기념식 등의 행사는 아예 금지된다. 유흥시설 집합금지도 유지하며 백신 접종자에 대한 방역 완화(인센티브) 조치도 유보하기로 했다. 사실상 저녁모임이 불가능해진 셈이다.


이런 가운데 ‘밥상 물가’도 꺾일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올 상반기 농축수산물 물가는 30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올 들어 농축산물 가격이 급등한 배경에는 지난해 여름 긴 장마와 잦은 태풍, 지난 겨울 한파, 올해 봄 저온현상 등 잇단 기상 악화에 따른 작황 부진이 크게 작용했다.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집밥 수요 증가로 주요 농축산물 소비는 늘어나는데 반해 공급부족이 길어지면서 수급 불안이 이어졌다. 아프리카 돼지열병(ASF)과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등 가축 전염병도 축산물 가격 상승을 부추겼다.


물가 상승으로 음식점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은 고충을 호소하고 있다. 제품을 팔아 이윤을 남기기 위해서는 물가 상승률을 반영해 가격을 올려야 하지만 가격 인상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감을 고려해야 하는 데다, 손님들의 발길이 끊길 경우 매출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외출을 자제하고 집에서 식사를 해결하는 ‘집밥족’ 비중이 증가하면서 외식은 줄고 서민들의 소비 씀씀이도 감소한 상태다.


외식업계는 자포자기의 마음이라고 호소하고 있다. 최악의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거리두기 4단계 격상 소식은 사실상 ‘사형 선고’와 다를 바 없다는 게 관계자들의 공통된 하소연이다. 매출 회복에 대한 희망 조차 기대할 수 없다는 점에서 죽을 맛이라는 반응이다.


서울시 용산구에서 맥주집을 운영하는 이모(50대)씨는 “정부는 매번 방역을 누군가의 희생을 통해 하려 한다. 지난해 자영업자 다 죽여 놓고 한 번 더 죽이려 한다”며 “이번 여름이 지나면 또 얼마나 많은 자영업자들이 문을 닫을지 정말 걱정된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서울 시내의 한 음식점에서 주인이 안내문을 게시하고 있다.ⓒ뉴시스

가장 큰 문제는 저녁장사다. 고깃집과 주점 등 저녁 매출 비중이 큰 업종일수록 ‘4단계’로 인한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불과 일주일 전까지만 해도 ‘6인 모임’ 허용에 대한 기대감으로 부풀었던 자영업자들은 이제 ‘3인 모임’ 금지를 우려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서울시 서대문구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최모(60)씨는 “델타변이로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거리두기 연장은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도 대출로 하루하루 버티고 있는데 4단계 격상은 자영업자의 회복 희망마저 짓밟는 꼴”이라고 토로했다.


서울시 은평구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김모씨(50대)씨도 “하나부터 열까지 모순 덩어리 방역지침에 울분이 터진다”며 “백신 인센티브도 준다고 했다가 안 준다 했다가, 오락가락 국민들만 헷갈리게 하고 소비만 위축 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오락가락 헷갈리는 방역 지침에 대한 원성의 목소리가 가장 크다. 새로운 거리두기 개편안에서는 유흥주점·단란주점과 같은 일부 유흥시설은 기존 집합금지에서 오후 10시까지 영업이 가능하다. 4단계의 경우 클럽(나이트 포함)·헌팅포차·감성주점만 집합금지 대상이다.


서울시 강서구에서 헌팅포차를 운영하는 이모(30대)씨는 “정부가 하라는 대로 하면 금방 이 상황이 끝이 날 줄 알았다. 그러나 더 극한의 상황만 직면할 뿐 아무것도 달라지는 게 없다. 무조건적인 희생을 강요하기 때문에 자영업자들이 반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지키지 않으면 영업 정지 시킨다는 협박이나 하고, 우리가 무슨 큰 범죄를 저질렀나 싶다”며 “일찍 문 열어도 손님은 근무 중일텐데, 집콕 휴가나 가는게 속 편할 것 같다. 일년 내내 나온 정책들이 한숨이 되어 돌아오고 있다”고 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자영업자를 괴롭힌 적자가 또다시 종업원들에 대한 피해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회복될 기미가 없는 경영난은 종업원들의 임금을 갉아먹었고, 폐업 위기가 닥치자 고용 안정마저 흔들었다. 종업원을 줄이지 않은 외식 업체가 없다는 게 관계자들의 공통된 목소리다.


경기도 광명에서 식당을 운영 중인 한모(50대)씨는 “지난해 어떻게든 살아보겠다고 함께 일하던 직원 3명을 집으로 보냈는데, 힘이 나는 날이 없다”며 “7월 거리두기 완화 된다고 해서 에어컨 준비까지 마쳤는데 물가상승에 대출 이자에 하루도 마음 편히 발 뻗고 자는 날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서 “4단계 격상 발표 보고 말문이 막혔다. 경제 활동은 기업들만 하냐고 정부를 향해 되묻고 싶다”라며 “자영업자는 땅파서 장사하는 줄 안다. 정말 해도해도 너무한다. 대책이라고 내놓기만 하면 자영업자희생이자 떠넘기기식 방역”이라고 비난했다.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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