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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수산업자' 범죄수익 몰수 불가…"한국은 국가가 범죄자 돈 피해자에게 돌려주지 못해"


입력 2021.07.09 10:04 수정 2021.07.09 10:26        정채영 기자 (chaezero@dailian.co.kr)

부패재산몰수법 대상…범죄단체 조직이나 다단계, 유사수신, 보이스피싱 한정

수산업자를 사칭한116억대 사기범 김모(43)씨는SNS에 재력을 과시하는 사진을 올렸다ⓒ연합뉴스

경찰이 수산업자를 사칭한116억대 사기범 김모(43·구속)씨의 범죄수익을 임의로 처분하지 못하도록 몰수보전하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법리적 요건에 맞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다.


김씨는 사기 수익금 가운데 상당 부분을 슈퍼카 구입·리스에 쓴 것으로 알려졌다. 또 개인 메신저 등에 수억원을 호가하는 외국 유명 브랜드 고급 차량들과 함께 찍은 사진을 여럿 올리기도 했다.


김씨는 이처럼 재력가 행세를 하며 수산업체를 운영하는 척했으나 실제로는 변변한 직업 생활을 한 적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이들 슈퍼카의 구입·리스에 쓴 돈은 투자금 명목으로 가로챈 사기 범죄수익으로 추정된다.


경찰은 김씨가 과거에도 사기행위를 한 전력이 있고, 여러 사람을 속여 거액을 가로챈 정황 등을 볼 때 범죄수익을 빼돌릴 우려도 있다고 보고 기소 전 몰수보전을 검토했다.


기소 전 몰수보전은 피의자를 재판에 넘기기 전에 범죄 수익금 등 재산을 처분할 수 없도록 일시적으로 금지해놓는 조치를 말한다.


하지만 현행법상 수사 단계에서 김씨의 차량 등 범죄수익을 몰수할 방법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경찰 관계자는 "법령을 검토해보니 일반 사기는 기소 전 몰수보전 대상에 해당되지 않았다"며 "슈퍼카 등이 범죄수익에서 유래한 재산은 맞지만, 요건이 안 돼 몰수를 못 했다"고 말했다.


근거 법률은 '부패재산의 몰수 및 회복에 관한 특례법'(부패재산몰수법)으로 이 법에서 몰수 대상으로 규정한 사기 범죄는 범죄단체 조직이나 다단계, 유사수신, 보이스피싱에 의한 것으로 한정하고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국가가 범죄자의 돈을 빼앗아 피해자에게 돌려주는 제도가 없어 일반 사기 사건에서 몰수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며 "횡령·배임 등 부패범죄나 서민 다중피해가 발생한 범죄에만 예외적으로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경찰은 김씨가 금품을 제공한 유력 인사가 최소 28명에 이르는 것으로 보고, 청탁금지법 위반으로 이미 입건한 전 부장검사와 총경급 경찰, 전·현직 언론인 외에 추가 위법 사례가 있는지 조사 중이다.


김씨가 여야를 가리지 않고 여러 정치권 인사들에게 접근해 선물을 보낸 것은 인맥 확대를 통해 정계에 진출하려는 목적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김씨는 평소 정치에 입문하고 싶다는 의사를 주변에 여러 차례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는 2018년 6월부터 올해 1월까지 선박운용사업과 선동오징어(선상에서 급랭한 오징어) 매매사업 투자금 명목으로 피해자 7명에게서 총116억2,460여만원을 가로챈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김씨는 특경법상 사기 및 일반 사기 등으로 기소된 상태다.

정채영 기자 (chaezero@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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