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70달러 돌파…정유사, 재고평가이익↑
석화 제품·윤활유 수요 견조…하반기 '정제마진' 관건
국내 정유사들이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대부분 흑자를 낸 것으로 추정된다. 예상 보다 유가가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재고평가이익이 발생했고, 비(非)정유 부문인 석유화학제품·윤활유 수요도 탄탄했다.
정유사들은 글로벌 경기 회복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하반기부터는 석유 제품 수요가 개선돼 정유 부문 수익성 지표인 정제마진이 보다 살아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의 2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추정치)는 4306억원이다. 지난 4월 추정치는 1959억원이었으나 지난달 3590억원으로 올라선 뒤 이달에는 4306억원으로 또 다시 상향됐다.
같은 기간 에쓰오일의 2분기 예상 영업이익도 4월 2252억원에서 6월 3726억원, 7월 4258억원으로 상향 조정됐다. GS칼텍스와 현대오일뱅크 역시 당초 기대치를 웃도는 영업이익을 거둘 것으로 전망된다.
정유사들의 영업이익 전망치가 상향된 것은 국제유가가 급등하고 있어서다. 국제유가는 7일(현지시간) 기준 배럴당 평균 73.0달러를 기록했다. WTI(서부텍사스유) 가격은 72.20달러로 4월 초 61.5달러 보다 10.7달러(17.4%) 올랐다.
두바이유는 11.8달러(19.32%) 많은 73.3달러, 브렌트유는 8.6달러(13.2%) 상승한 73.4달러다. 3월 말 60달러를 돌파한 국제유가가 7월 현재 70달러대를 넘어서면서 정유사들은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재고평가이익이 발생했다. 재고평가이익은 원유 구입 시점과 제품 판매 시점 차이를 통해 올리는 수익을 말한다.
정유사는 원유를 매입한 후 정제 과정을 거쳐 통상 2~3개월 후에 판매하기 때문에 유가가 단기간에 급등하면 상대적으로 싸게 산 원유 비축분의 가치가 올라 이익을 본다.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원유 평균 가격이 오른 만큼 정유사들은 이익을 볼 전망이다.
실제 1분기 6292억원을 기록한 에쓰오일의 경우 정유 부문에서 '유가 효과'로 2500억원의 재고평가이익을 거뒀다. 1분기 4128억원의 영업흑자를 낸 현대오일뱅크의 재고관련이익은 1500억원이었다.
비정유 부문인 석유화학 제품과 윤활유 수요도 견조했다. 정유사들은 나프타를 원료로 분리 공정을 거쳐 벤젠, 톨루엔, 자일렌 등을 생산한다.
특히 2분기 벤젠, 파라자일렌(PX), 폴리프로필렌(PP) 등의 석유화학제품 가격은 수요 호조로 1분기와 비교해 대부분 강세를 나타냈다.
벤젠의 경우 4~6월 평균 국제가격은 t당 982달러로 전분기 761달러 보다 29.0% 올랐고, PX 역시 전분기 평균 가격(768달러) 보다 11.3% 상승한 t당 855달러를 기록했다. PP 가격은 1분기 평균 t당 1140달러에서 2분기 1134달러로 0.5% 소폭 하락했다.
윤활유 수요 역시 탄탄했다. 윤활유는 원유를 정제해 휘발유·등유 등을 생산한 뒤 남은 기름(잔사유)을 재처리에 만든 윤활기유에 각종 첨가제를 혼합해 생산하는 제품으로, '엔진오일'이라고도 불린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4·5월 윤활유 월 평균 수출 금액은 1억8474만3000달러로 전년 동기 8666만2000달러 보다 113.2% 늘었다. 국내 소비 역시 두 달간 월 평균 63만1500배럴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82.5% 증가했다.
에너지 패러다임 변화로 글로벌 각국에서 친환경 제품을 강조하고 있는 만큼 윤활유 수요는 앞으로도 꾸준히 늘어날 전망이다.
다만 정유사들은 제대로 '질적 성장'하기 위해서는 유가 상승·비정유 제품 증가 뿐 아니라 수익성 지표인 '정제마진'이 손익분기점(BEP) 수준으로 올라와야 한다고 말한다.
정제마진은 휘발유와 경유 등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 가격과 수송·운영 등 비용을 뺀 가격을 말한다. 쉽게 말해 원유를 수입한 후 정제해 휘발유, 경유 등의 석유 제품을 만들어 팔 때, 얼마만큼 이익을 남길 수 있느냐는 것으로, 통상 업계에서는 배럴당 4~5달러를 정제마진 BEP로 판단한다.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은 지난해 초 코로나 확산 이후 4월부터 7월까지 마이너스를 지속하다 같은 해 8월에야 플러스로 돌아섰다. 그러나 수요가 개선되지 못해 아직까지도 1달러대에 머무르고 있는 상황이다. 역마진이 지속되는 상황으로, 석유제품 수요가 여전히 낮음을 보여준다.
만일 석유제품 수요 증가 없이 원유값만 올라간다면 정유사들은 연말까지 '유가 효과'만 기대해야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더욱이 수요 회복이 더딘 상황에서 자칫 원유 구매 부담만 높아지게 되면 마진(제품-원유 가격차이)이 떨어져 수익성 악화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실제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 정책, 글로벌 친환경 투자 등이 맞물리면서 석유 공급 부족으로 고유가가 유지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세계 석유 개발투자가 매년 6000억 달러가 필요하나 지난 수년 간 3000억~4000억 달러에 머물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증권가에선 연말까지 국제유가가 80달러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한다.
정유사들은 백신 접종 등으로 경기 회복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어 하반기부터는 석유 제품 판매 증가, 정제마진 상승으로 이어지는 선순환이 가시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리스크가 아직까지 존재하고 있는 만큼, 석유 제품 수요 회복과 정제마진 상승은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이투자증권은 "하반기로 가면서 코로나 확진자 감소와 백신접종 확대로 산업활동이 점차 정상화될 것으로 전망한다"며 "물리적 제약이 많은 국가 간 이동도 보다 자유로워질 것으로 예상돼 항공유, 경유 수요의 본격적인 회복이 예상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