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이어 ‘7~8월’ 인상 시점 탄력
임지원·조윤제 등 ‘매파’ 발언 예상
이달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기준금리 인상 폭 가늠자가 될 전망이다. 금통위에서 금리인상을 주장하는 소수의견이 얼마나 나올지 이목이 집중된다. 특히 소수의견이 2명 이상 나온다면, 8월부터 인상도 가능하다는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7일 금융권의 시선은 오는 15일 열리는 금통위로 향하고 있다. 이번 금통위에서는 기준금리는 현 0.50%로 동결되나 금리인상 소수의견이 나올 것이라는 전망이 거세다.
앞서 한은은 지난해 3월 기준금리를 1.25%에서 0.75%로 낮춘 후 같은해 5월 사상 최저인 연 0.50%로 인하했다. 현재까지 8차례 만장일치로 기준금리를 동결해왔다. 동결 과정에서 소수의견이 한 번도 나온 적은 없었다. 그러나 이주열 한은 총재가 연내 기준금리 인상 의지를 지속 강조해왔고, 심각한 ‘금융불균형’ 우려를 표출함에 따라 시장에서는 10월부터 기준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왔다.
최근에는 이 총재가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재정 통화정책의 방향성을 확실히 하면서, 조기 금리인상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2년 7개월만에 만난 두 사람은 “재정·통화정책은 경제 상황과 역할에 따라 상호 보완적으로 운용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데 의견을 같이 했다. 일각에서 지적한 재정‧통화정책간 엇박자 논란을 털어냈다는 평가다.
홍 경제부총리가 금리 인상을 사실상 지지한 가운데 한은의 연내 기준금리 인상 실행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은성수 금융위원장도 금리인상 임박을 시사하며, 시중은행에 가계대출 리스크 관리를 주문한 바 있다. 앞서 이 총재는 지난달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기자간담회서 한 두번 금리인상은 긴축정책이 아니라는 뜻을 피력하기도 했다. 미국 금리 시계 또한 앞당겨졌다.
연내 인상 시그널이 뚜렷한 상황 속에서 금통위 ‘소수의견’이 신호탄이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과거 사례를 살펴보면, 한은은 소수의견이 나온 이후 2~3개월 이내에 금리 정책을 변경했다. 이 총재는 2015년 3월 금리(0.25%p 인하) 정책만 제외하고 소수의견을 제시한 후 1~4개월의 텀을 갖고 금리를 조정했다.
지난 6월 통화신용정책보고서 관련 금통위 의사록에 따르면 7명의 금통위원 중 주상영 위원을 제외한 6명이 연내 금리 인상 필요성에 공감했다. 일부 위원은 “통화정책 여력을 확보해야 한다” “GDP갭 마이너스 해소 시점이 당초 전망보다 앞당겨질 것”이라고 발언했다. JP모건은 임지원, 조윤제, 고승범 위원들 가운데 금리 인상 소수 의견이 나올 것으로 예측했다. 조윤제·고승범·임지원 위원과 이승헌 부총재, 이주열 총재가 매파, 서영경·주상영 위원을 비둘기파(통화 완화 선호)로 분류된다.
시장 충격 최소화를 위해 소수의견이 1명 정도면 10월부터, 소수의견이 최소 2명이면 8월 인상이 점쳐진다. 한은은 8월 26일 수정경제전망 발표와 함께 금리를 또 한번 결정한다. 이 총재가 ‘질서 있는 정상화’를 강조하는 만큼 예상 인상폭은 0.25%p 수준이다. 이주열 총재의 임기인 내년 3월 31일까지 연내 금통위 회의는 이달 15일, 8월 26일, 10월 12일, 11월 25일, 1월 15일, 2월 25일 총 6차례 남아있다.
시장에서는 기대감이 반영돼 국채가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2일 국고채 3년물 금리는1.484%까지 올랐다. 이는 기준금리가 1.25%였던 지난 2019년 11월 19일(1.485%)에 근접한 수준이다.
물론 코로나19 재확산이라는 변수는 여전하다. 최근에는 ‘델타’ 변이 바이러스 확산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소비 위축 등 경기불안이 가중되면 인상 시기가 늦춰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총재 역시 “연내 기준 금리 인상 여부는 결국 경제 상황의 전개에 달려 있다”고 조건을 달기도 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분위기를 보면 금통위 회의에서 소수의견이 충분히 나올 가능성이 높다”며 이 총재가 금리인상을 강력 시사한 만큼 8월에 인상해도 이상하지 않는 분위기”라고 전망했다.
다만 박 연구원은 “추경 통과나 코로나 델타 바이러스 확산세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추이를 살펴 본 이후 금리인상 단행이 명분있다는 측면에서 10월 인상에도 무게가 실린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