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공급 본격화·가계부채 관리 등 집값 하락 가능성↑
2030세대 주거불안 가중, '패닉바잉' 지속
"정책 신뢰 회복 먼저…집값 급등 경고, 시장에서 안 먹혀"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이 집값 하락 가능성을 언급하며 '영끌'에 대한 경고에 나섰다. 하지만 시장에선 주거 불안을 가중시켜 추격매수를 부추긴 건 되레 정부라는 불만이 나온다.
노 장관은 지난 5일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최근 집값이 많이 올라 2~3년 내 반대 고민을 해야 할지도 모른다"며 "시장이 머지않아 정상화될 가능성이 굉장히 큰데 지금 무리하게 대출해 주택을 구입한다면 향후 처분해야 할 시점에 자산가격이 재산정됐을 때 정말 힘들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본적으로 투자에 대한 책임은 본인이 져야 한다"며 "3기 신도시 사전청약을 비롯해 정부의 공급대책이 진행되는 상황을 보고 투자하는 게 방법"이라고 당부했다.
그동안 정부 차원에서 지속적으로 '집값 고점'을 강조했음에도 추격매수가 이어지는 데 대해 재차 경고의 목소리를 낸 셈이다.
노 장관은 또 "시장 안정을 바라지 않는 쪽에서 보면 정부가 어떤 대책을 발표하고 금리 인상 사인을 보내도 대수롭지 않을 것"이라며 "세계적으로도 코로나19로 생긴 유동성 확장에 따른 자산 버블 우려는 2~3년 내 발생할 가장 큰 리스크로 꼽고 있다"고 했다.
이를 두고 시장에서는 당초 영끌을 부추긴 건 정부라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서민 주거안정을 꾀하겠다며 반복한 26번의 부동산대책은 시장 과열을 불러일으켜 주거 사다리만 끊어놨다는 지적이다.
올 상반기 서울·경기 등 수도권 아파트값 상승률은 12.97% 수준이다. 이미 지난해 연간 상승률(12.51%)을 뛰어넘었다.
서울에서는 상반기에만 시세 6억원 이하 아파트 3채 가운데 1채가 사라졌다. 부동산114 조사를 보면 지난 1월 초 25만9785가구였던 시세 6억원 이하 서울 도심 내 아파트는 6월 말 기준 17만6186가구로 32.2% 줄었다. 같은 기간 시세 6억원 이하 서울아파트 비중은 20.2%에서 5.8%포인트 줄어든 14.4%로 집계됐다.
중저가 아파트의 가격 상승을 견인한 것은 20~30대가 한몫한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2030세대의 서울아파트 매수 비중은 전체의 42.1%를 차지한다. 올 1월 44.7%를 기록한 데 이어 두 번째로 높다.
장기간 아파트값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비교적 가격이 저렴한 강북과 비강남권 등 지역을 중심으로 '영끌'해 지금이라도 집을 사야 한다는 '패닉바잉' 현상이 두드러지는 셈이다. 실제 중구(53.8%), 강서구(52.1%), 성동구(50.9%) 등은 2030세대 매수 비중이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전문가들은 정부 정책이 신뢰를 잃은 상황에서 집값 급등에 대한 강한 경고는 주거 불안을 잠재우는 데 큰 효과를 거두기 힘들다고 입을 모은다. 하반기에도 집값 상승 전망이 우세하고 연내 두 번의 금리 인상이 추진되더라도 여전히 저금리여서 당장 시장 유동성을 위축시키기 부족하단 관측이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은 "지나고 보니 '그때가 저점'이었단 인식이 확산하면서 원래 집을 사지 않아도 되는 사람들, 자금력이 부족한 청년들까지 부동산시장에 모두 뛰어들었다"며 "정부의 집값 급등 경고는 모두 타당한 근거가 있고 충분히 일리가 있지만 26번의 부동산대책을 발표하고도 집값을 못 잡았으니 시장에선 전혀 먹혀들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대책이 발표될 때마다 혹시나 하는 기대감이 실망으로 바뀌었고 LH사태로 2·4대책의 동력도 잃어버린 상태"라며 "국민들 목소리에 귀를 막고 정부의 부동산대책만 고집할 것이 아니라 지금이라도 신뢰를 회복하고 부동산거래가 정상적인 흐름을 찾을 수 있는 정책을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