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면책불가’ 강경 기조 유지
4대 거래소 외에는 줄폐업 가능성↑
“경쟁구조 유지한 채 검증 집중해야”
금융당국이 은행의 가상화폐거래소 검증 면책 요구를 또 다시 거절하면서 실명계좌 인증을 받지 못한 중소거래소들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일부 업체들은 애초부터 4대 거래소 외에는 영업 허가를 내주지 않을 생각으로 검증을 진행하고 있다며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사실상 은행들의 ‘코인사고’ 면책 요구를 거절하고 실명계좌 인증에 대한 모든 책임을 은행권이 져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실제 은성수 금융위 위원장은 지난 1일 “(실명계좌 인증) 판단은 은행이 하는 것이지 금융당국이 할 순 없는 일이고, 그 정도도 할 수 없으면 은행 업무를 안 해야 한다”며 은행권의 면책 요구를 다시 한 번 거절했다.
앞서 은행연합회는 가상화폐 거래소에서 자금세탁 문제가 생기더라도 실명확인 입출금 계정 심사 과정에서 은행에 고의 또는 중과실이 없으면 은행에는 책임을 묻지 말아 달라는 취지의 의견을 금융위에 전달했다.
은행들의 면책 요청이 또 다시 거절되면서 실명계좌 인증을 받지 못한 중소 거래소들에게는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그 동안 은행들이 가상화폐로 인한 금융 사고에 휘말릴 수 있다는 우려로 거래소들에게 실명계좌 인증을 내주는데 소극적이었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에서는 업비트와 빗썸, 코인원, 코빗 등 4대 거래소 외에는 은행으로부터 실명계좌 인증을 받지 못하고 있다.
대다수가 정보보호 관리체계(ISMS) 인증만 받아놓은 상태로 오는 9월 24일 시행 예정인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에서 규정하는 가상자산 사업자에 부합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특금법 시행 이후에는 4대 거래소를 제외한 대부분의 업체가 줄폐업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금융당국의 방식 자체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가상화폐 주무부처로 나섰으면서 명확한 기준은 제시하지 않은 채 모든 검증 책임을 회피하려고만 한다는 주장이다. 이 때문에 시장에 혼란만 초래한 채 충분한 여력이 있는 업체들의 기회도 박탈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한 중소거래소 관계자는 “정부가 그 동안 가상화폐 시장을 방치한 채 내버려두다 이제야 자기들 입맛대로 통제하려 하고 있다”며 “그러면서 구조조정에 대한 피해와 혼란에 대해선 책임지려 하지 않는 것은 안하무인적 행태”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전문가들 역시 정부가 진입장벽을 높이는 방식으로 옥석을 가릴 것이 아니라 경쟁구조를 유지한 채 사후 검증체계 구축에 나서야 된다고 보고 있다. 시장 진입은 수월케 하되 비정상적인 거래 등을 강항게 규제하는 것이 올바른 생태계 구축에 도움이 된다는 지적이다.
김형중 고려대학교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4~5개 사이의 거래소만 허가를 내주는 것은 오히려 일부 업체에게 특혜를 주는 것처럼 비춰질 수 있다”며 “검증은 확실하게 하되 많은 거래소를 남기는 것이 투자자 보호 차원에서도 긍정적”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