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막 준비” 상반기 2600여명 떠나
오프라인 점포 대신 ‘AI 은행원’
올해도 은행권의 체질 바꾸기가 한창이다. 주요 은행들은 디지털화를 진행하면서 대규모 인력과 점포를 감축중이다. 상반기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에서 희망퇴직으로 떠난 은행원들은 2600명이 넘었으며, 지난해 없어진 영업점수는 240곳에 달했다. 은행원 대신 IT•디지털 인력과 인공지능(AI)이 자리매김하는 중이다.
5일 은행권에 따르면 지난해 말부터 6월 말까지 5대 시중은행의 희망퇴직 신청 인원은 2628명으로 집계됐다. ▲KB국민은행 800명 ▲하나은행 511명 ▲NH농협은행 496명 ▲우리은행 468명 ▲신한은행 353명이다.
상당수의 은행원들이 짐을 쌌지만 분위기는 과거와 확연히 다르다. 희망퇴직 연령이 50대에서 40대까지 낮아졌고, 대규모 퇴직금으로 긍정적 시선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신한은행은 올해 이례적으로 희망퇴직을 두 차례 실시했다. 220명이 지난 1월 짐을 쌌으며, 지난달 또 133명이 추가 희망퇴직을 통해 은행을 떠났다.
추가 희망퇴직은 승진 적체, 금융환경 등을 이유로 대상과 기회를 확대해달라는 직원들의 지속 요청에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은행은 RS, 계약직, 무기계약직을 모두 포함한 1972년 이전 출생한 15년 인상 근속 직원으로 대상을 넓혔다. 대상 연령은 ‘만49세’까지 낮춘 것이다. 희망 퇴직자에게는 최대 36개월 특별퇴직금과 자녀학자금·창업지원·건강검진 등을 지원하기로 했다. 퇴직금으로만 3억원 이상의 목돈을 받는 것이다. 앞서 다른 은행들도 재취업 기회까지 보장하는 등 비슷한 조건을 내세우며 희망퇴직을 단행한 바 있다.
은행 관계자는 “디지털화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고, 승진도 쉽지 않기 때문에 은행원들도 희망퇴직을 부정적으로만 보고 있지 않다”며 “일부 워킹맘이나 업종 전환을 염두에 둔 직원들 사이에서는 퇴직 조건이 좋을 때 인생 2막을 준비하는 것이 현실적이라는 반응”이라고 전했다.
인력 감원과 함께 오프라인 점포 감축도 거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비대면업무가 확산되며 은행들은 점포를 지속적으로 통폐합 중이다. 국내 은행 점포 수는 2015년 7281개에서 2017년 7101개, 2019년 6709개, 2020년 6406개로 지속 감소중이다. 이중 NH농협은행을 제외한 4대 은행이 없앤 점포수는 236곳이다.
상대적으로 점포 축소에 소극적이었던 신한은행은 올해 하반기 40여개 점포를 통폐합할 예정이다. 하나은행도 올해 40~50여개 영업점을 줄일 계획이다.
은행원들이 없어지는 자리는 디지털로 메워지고 있다. 주요 은행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수시채용으로 디지털·ICT 분야 인력을 채용한다. 국민은행은 상반기 채용계획에서 전체 인원 200명 중 절반 이상을 ICT와 데이터 부문에서 뽑겠다고 밝혔다. 우리은행도 디지털 부문 채용 비중을 40~50%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신한은행도 관련 수시 채용을 확대할 예정이다.
오프라인 점포 디지털 전환에도 속도를 낸다. 신한은행은 AI 은행원 기능을 하는 데스크형 스마트 기기를 오는 9월까지 40개 점포에 설치한다. 내년 3월까지 도입 점포를 200개로 늘릴 계획이다. 국민은행도 하반기부터 AI 은행원을 적용한 키오스크를 영업점에서 시범적으로 선보인다. 우리은행은 딥러닝 영상합성 스타트업 라이언로켓과 함께 AI 은행원 개발에 매달리고 있다. 직원 연수프로그램과 사내 방송에 먼저 도입 후 화상상담 등 업무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로 비대면 거래가 확산되고, 인터넷 은행 등 빅테크와의 경쟁이 심화되는 추세”라며 “은행권의 체질을 바꾸기 위한 구조조정은 가속화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