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재입찰…인수가 하향조정
대우건설勞 "밀실·특혜 매각"
KDB인베스트먼트가 대우건설을 매각을 놓고 전례가 없는 재입찰을 진행하면서 무리한 결정을 내렸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재입찰 근거가 빈약한데다 특정업체에 유리한 결과가 나올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대우건설 노동조합은 KDBI의 결정으로 밀실·특혜 매각 논란이 다시 제기될 가능성이 높다며 투명하고 공정한 매각절차가 다시 마련돼야 한다고 반발했다.
4일 투자은행(IB)와 금융업계에 따르면 산업은행 자회사인 KDB인베스트먼트(KDBI)는 지난 2일 대우건설 인수 후보인 중흥건설과 DS네트웍스 컨소시엄을 대상으로 재입찰을 진행했다. 그 결과 중흥건설과 DS네트웍스는 대우건설 가치를 주당 9500~1만원 사이로 보고 2조~2조1000억원 사이의 가격을 제시했다.
이번 본입찰은 대우건설 매각을 놓고 진행된 두 번째 입찰이다. 앞서 지난달 25일 KDBI는 대우건설 지분 50.75%을 매각하기 위한 첫번째 본입찰을 실시했다. 당시 KDBI는 대우건설 지분에 대한 최저입찰가를 주당 9500원으로 산정해 2조원 초반대 수준의 가격을 설정했다.
첫 번째 본입찰에 참여한 중흥건설은 2조3000억원의 입찰가를 써냈고, DS네트웍스는 1조8000억원을 베팅한 것으로 확인됐다. 업계에서는 경쟁사보다 5000억원이나 높은 가격을 써낸 중흥건설이 대우건설을 인수하는데 성공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KDBI가 갑작스레 재입찰 공고를 내고 중흥건설과 DS네트웍스에 입찰가격을 다시 제시할 것을 요구하면서 판이 흔들렸다. 업계에서는 중흥건설이 인수를 포기하는 상황을 막기 위해 KDBI가 재입찰을 결정한 것으로 보고 있다. 예상가보다 높은 입찰가를 제시한 중흥건설에 가격 조정 기회를 주기 위해서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다만 이 과정에서 중흥건설에 특혜를 제공했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는 만큼 공정성 측면에서 DS네트웍스 컨소시엄도 참여하는 재입찰을 고육지책으로 들고 나온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또 1조8000억원의 가격을 제시한 DS네트웍스에게 재입찰 기회를 줘 가격을 2조원 초반대로 맞추는 방법을 유도하기 위한 의도이기도 하다. 이에 DS네트웍스는 '매각 작업이 원칙 없이 번복됐다'는 불만을 제기했다. 대우건설 노조도 '매각대응 비상대책위원회 출정식'을 열고 재입찰을 강도높게 비판했다.
심상철 대우건설 노조 위원장은 "KDBI는 초단기간에 본입찰을 강행하는 비상식적 행보를 자행해 두 개 업체만이 참여하는 졸속매각을 자행했다"며 "최초 입찰 1주일 만에 중흥건설이 입찰가를 높게 썼다는 이유로 재입찰을 진행한다는 상식 밖의 결정은 특정업체를 밀어주기 위한 밀실·특혜매각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재입찰 결과 두 회사 모두 2조원 초반대 가격을 써낸 만큼 실제 매각가는 중흥건설이 제시한 2조3000억원에 못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KDBI가 무리한 결정으로 입찰가를 낮췄다는 비판에 시달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IB업계 관계자는 "중흥건설이 1차 본입찰에서 제시한 가격을 기준으로 대우건설 주당 가치는 1만1000원까지 치솟았는데 이 가격이 재입찰로 다시 떨어졌다"며 "산업은행이 투입한 경영정상화 자금이 3조원이 넘는 만큼 이번 딜 자체가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는 부담감이 재입찰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만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