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씨 'X파일 소문' 공개 반박에 설왕설래
정치권 "긁어 부스럼" "치명적 실수" 부정평가
발 빠른 대응으로 '네거티브 김 빼기' 호평도
유창선 "'생태탕'은 명함도 못 내밀 흑색선전"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배우자 김건희 씨가 자신이 '쥴리'라는 예명으로 유흥업소에서 일했다는 소문을 공개 반박한 것을 두고 정치권 설왕설래가 한창이다. 여야는 소문의 사실관계나 민의를 왜곡하려는 본질을 짚기 보단 대선가도에 미칠 '정치적 득실 계산'에 분주한 모습이다.
與 한마디씩 거들며 '소문의 기정사실화'
김어준 질문하고 촌평까지 "납득 힘들다"
1일 정치권에 표출된 목소리를 종합하면 윤 전 총장 측의 이번 대응이 미숙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부정적 이슈는 덮고 간다'는 기존 정치 문법과 맞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여권 인사들은 한마디씩 거들며 소문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특히 방송인 김어준씨는 이날 자신의 방송에 출연한 여야 인사 모두에게 관련 질문을 던지며 답변을 유도했다. 김씨는 "지금 윤 전 총장 부인이 등장해서 인터뷰한 것은 정무적으로 납득하기 힘들다"는 촌평도 내놨다.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김씨가 진행하는 TBS라디오에 출연해 "김건희씨 해명은 굉장히 불리한 판단"이라며 "오히려 직접 인터뷰하면서 전 국민이 (소문을) 알게 한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같은당 정청래 의원은 페이스북에 "사람들이 앞으로 '쥴리' 찾아 삼천리를 떠돌 것"이라며 "코끼리를 생각하지 말라 하면 더 생각하게 된다. '쥴리를 생각하지 마'란 건 하책 중 하책"이라고 비꼬았다.
김진애 전 열린민주당 의원도 "과연 누가 '쥴리'를 처음 거론할까 싶었는데, 놀랍게도 윤석열 아내 김건희였다. '나는 사기꾼(crook)이 아니다' 했던 닉슨 대통령의 거대한 실수. '나는 쥴리가 아니다'하는 순간 사람들 머리에 무엇이 떠오르겠나"라고 했다.
윤 전 총장의 잠재적 경쟁자인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도 "대응할 만한 성질의 것이 아닌데 너무 일찍 객관화, 일반화시켰다. 과연 윤 전 총장에게 무슨 득이 되겠나"라며 "치명적인 실수였다"고 말했다.
이미 온라인에선 "쥴리 누구냐" 조직적 확산
"해명 타이밍도 좋았고, 적절한 대응이었다"
반면 '생태탕 선거'를 계기로 네거티브에 대응하는 정치공식이 달라진 만큼, 발 빠른 공개대응이 통할 것이란 긍정적 평가도 적지 않다. 이미 김 씨와 관련된 소문이 물밑에서 조직적으로 확산되고 있던 상황에서 대응 타이밍도 적절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여권성향의 유튜브와 게시판 등을 통해 김 씨와 관련된 소문이 급속도로 유포되고, 윤 전 총장 관련 기사 댓글에도 "쥴리가 누구냐"는 내용이 도배되던 상황이었다. 적극적으로 해명에 나서서 소문 확산을 차단할 필요가 있었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윤 전 총장 출마선언 기사 댓글이 온통 '쥴리'뿐인데, 가만히 있는게 더 이상한 거 아닌가"라며 "대선은 인물 선거라서 확실한 해명은 해명으로 받아들여진다. 흑색선전에 대한 사전예방과 김빼기를 예상할 수 있는 적절한 대응이었다"고 평가했다.
또 다른 야권 인사는 "여당이 등장시킨 윤지오씨가 의인에서 사기꾼으로 규정되기까지 족히 1년은 걸렸다. 루머는 지금부터 털고 가는 게 맞다"면서 "선거직전에 '쥴리'를 떠들면서 재탕삼탕해봐야 약발이 떨어지고 난 뒤"라고 말했다.
"진실을 능가하는 전략은 없다.
고로 진실을 말해도 되는거다"
아울러 이번 파장은 '여성인권' 문제로도 번지고 있다. 정치권이 검증이라는 미명 하에 한 여성의 인권을 짓밟는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의당은 정파적 입장과 관계없이 "여성의 과거에 대한 성적인 의혹을 제기하는 행태는 너무 낡은 방식"이라고 지적했다.
"'쥴리'를 들어봤다"고 공개 언급한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도 여론의 질타에 부랴부랴 해명에 나섰다. 추 전 장관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인터뷰 중에 쥴리를 아느냐고 (질문받았고), 그래서 들은 바가 있다고 답변한 것뿐"이라며 "여성이라는 이유로 공격한 것이 아니다"고 했다.
진보 운동가 출신인 유창선 정치평론가는 이날 페이스북에서 "대선 막판에 '김대중은 빨갱이'라는 삐라가 곳곳에 뿌려졌던 기억이 떠오른다. DJ는 그나마 후보 본인이기라도 했다"면서 "여당 정치인들은 쥴리 얘기를 은연중에 흘리며 가세한다. 생태탕 선거는 명함도 못내밀 수준의 흑색선전이 대선 정국 초입에서 대대적으로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 평론가는 김씨의 공개 해명에 대해선 "전략적으로 다듬어지지 않은 방식이다. 더 영향력 큰 매체에 더 정치적 효과가 큰 워딩으로 시선을 모을 방법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서투름이 무슨 대수이겠는가"라며 "진실을 능가하는 전략은 없다. 그러니 그냥 나타나서 진실을 말해도 되는 거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