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경제 회복 목적 역대 최대 규모 추경
코로나19 피해 극복·소상공인 지원 핵심
손실보상 소급적용·카드 캐시백 논란도
정부는 1일 올해 2차 추가경정예산안으로 역대 최대 규모인 33조원을 편성해 국회에 제출했다. 여기에 기정예산 3조원을 더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피해 국민과 소상공인을 지원하고 방역 안정, 일자리와 취약계층 등 민생경제 회복에 사용할 예정이다.
이번 추경안은 크게 4개 부문으로 나뉜다. 코로나19 피해지원과 백신·방역 보강, 고용 및 민생안정 지원, 지역경제 활성화다.
코로나19 피해지원 경우 전체 추경의 절반 가까운 15조7000억원을 투입한다. 소급 적용 문제를 놓고 여야 갈등을 빚었던 소상공인 피해지원에는 3조9000억원이 편성됐다. 정부의 집합금지·제한으로 피해를 본 소상공인을 지원하는 내용이다.
코로나 상생 국민지원금은 그동안 지급했던 재난지원금과 같은 내용이다. 논란 끝에 가구소득 하위 80%에 1인당 25만원을 지급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여기에 기초생활수급권자와 차상위계층, 한부모가정 등에 10만원을 추가 지급한다. 전체 예산은 10조4000억원을 배정했다.
상생소비지원금은 처음 시도하는 신용·체크카드 사용액에 따라 캐시백을 해주는 제도다. 올해 2분기에 사용한 금액과 8~10월에 사용한 금액을 비교해 늘어난 금액 가운데 일정액을 돌려주는 내용이다. 실효성과 형평성 등 논란 속에 정부는 1조1000억원을 편성했다.
백신구매와 접종, 진단검사 등 하반기 코로나19 백신 관련 예산에는 4조4000억원이 배정됐다. 1억9000만 회분 백신을 구입하는 데 1조5000억원을 투입하고 백신 접종 확대를 위한 공공예방접종센터 증설, 민간위탁의료기관 접종 확대 등에 5000억원이 예정돼 있다. 여기에 예방접종에 따른 이상반응 피해보상금과 중증이상반응 치료비 지원에도 181억원을 편성했다.
코로나 진단검사 확대와 격리자 생활지원 등 방역대응에는 1조3000억원을 투입한다. 일선 의료기관 치료병상 확보 등 안정적 의료대응체계 지원과 재정부담 완화를 위한 예산은 9000억원을 배정했다.
글로벌 백신허브 구축과 국내백신 개발에는 2000억원을 반영한 상태다. 백신허브 구축에 208억원, 임상개발비 지원에 980억원을 지원한다. 백신 선구매에도 720억원의 예산을 투입할 예정이다.
고용 및 민생안정 지원에는 2조6000억원이 예정돼 있다. 신규 일자리 창출(6000억원)과 소프트웨어·조선업 등 직업훈련 인력양성(2000억원), 고용유지 지원 등 고용안전망 보안(4000억원)을 비롯한 고용 조기회복지원에 1조1000억원을 투입한다.
청년 일자리 지원(4000억원)과 창업 생태계 조성(6000억원), 주거비 부담 완화(7000억원) 등 청년 희망사다리 패키지 사업에도 1조8000억원의 예산을 배정했다
지역경제 활성화에는 12조6000억원이 소요된다. 온누리상품권 발행 등 지역상권·농어가 지원에 4000억원, 지방교부세(금)로 12조2000억원을 지출한다. 지방교부세는 지역경제 활성화와 코로나19 피해지원금 지방비 매칭 등에 사용된다.
이 밖에도 문화·예술·관광업계 활력 제고에 3000억원을 투입하고 폐업 소상공인 사업정리 지원, 저소득층 생계급여 등에 모두 6000억원을 지원한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일 “이번 추경 규모는 세출증액 기준으로 역대 최대 추경”이라며 “철저한 방역과 완전한 경기회복을 위해 재정역할을 최대한 강화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홍 부총리는 “정부는 국민지원금과 소상공인 피해지원금 등 추경 3종 지원패키지사업 등이 하루라도 빨리 국민에게 전달될 수 있길 고대한다”고 덧붙였다.
선별 vs 전 국민 지급…갈등 끝에 탄생한 카드 캐시백
고소득층 ‘타깃’이지만 백화점·명품관 등 소비는 제외
이번 추경안 편성에서 가장 관심을 끈 부문은 15조7000억원 규모 ‘코로나 피해지원 3종 패키지’다. 소상공인 피해지원과 코로나 상생 국민지원금, 상생소비지원금(카드 캐시백)이다.
소상공인 피해지원은 소상공인지원법 국회 처리 과정에서 소급적용 논란을 낳았다. 영업제한 등으로 피해를 본 소상공인을 지원하는 내용인데 야당인 국민의 힘에서는 과거에 이미 발생한 손해까지 소급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 힘은 법이 국회를 통과하더라도 실제 시행까지 3개월 정도가 걸리는 점도 소급 적용 이유로 들었다.
반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소급적용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대했다. 대신 그동안 소상공인들이 피해를 본 부분에 대해 ‘희망회복자금’이란 이름으로 지원하는 대안을 제시했다. 결국 소급적용을 제외한 법안은 여당 단독으로 국회 법사위를 통과해 1일 본회의 처리를 앞두고 있다.
소상공인지원법이 여야 대립이었다면 코로나 상생 국민지원금은 여당과 정부 의견이 갈렸다. 정부는 한정된 재정을 이유로 선별지급을 주장했고, 여당은 전 국민 지급을 고수했다.
경제전문가들은 취약계층에 지원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며 선별지급에 무게를 실었다. 국민지원금 지급 효과가 불분명한 상황에 고소득까지 지원할 것이 아니라 최소 소득 50% 이하 계층에만 집중해 이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문가 지적에도 불구 당정협의 끝에 가구소득 하위 80%에게 1인당 25만원씩 지급하는 것으로 결정됐다. 가구소득은 건강보험료 납부액을 바탕으로 선정하는 데 정부는 소득하위 80% 기준을 4인가구일 때 연간소득으로 1억원 남짓이 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상위 20%를 제외하는 대신 신용·체크카드 캐시백 제도를 도입했다. 이번에 최초 시도되는 것으로 소득과 관계없이 지난 2분기(4~6월)에 사용한 카드 월평균 사용액 보다 오는 8월부터 10월까지 월 사용액이 3% 이상 늘어난 경우 초과한 금액의 최대 10%를 캐시백으로 돌려주는 형태다.
예를 들어 2분기 월평균 카드 사용액이 100만원이고 8월 카드 사용액이 153만원이라면 늘어난 53만원 가운데 5만원을 캐시백 형태로 돌려준다. 8월부터 3개월 동안 1인당 월 최대 10만원까지 돌려받을 수 있다.
카드 캐시백 대책은 시작 전부터 다양한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다. 월별 캐시백 한도 최대 10만원을 환급받으려면 월 100만원을 쓰던 사람이 203만원을 써야 하는데 저소득층에겐 사실상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정책이란 비판도 있다.
이 때문에 고소득층만을 위한 제도라는 지적이 많다. 실제 고소득층을 목표로 도입한 제도인 것도 사실이다. 캐시백 제도 자체가 여당에서 처음 나온 아이디어인데 국민지원금을 받지 못하는 소득 상위 20%를 겨냥해서 만들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고소득층을 대상으로 하지만 정작 고소득층은 사용 실적을 인정받기 힘들다는 점이다. 고소득층의 주요 소비처인 백화점과 명품관 등에서의 소비가 인정되지 않고 차량구매 금액도 제외되기 때문이다. 소상공인과 골목상권 활성화를 위한 조치인데 결과적으로 고소득층과 저소득층 모두 혜택을 누리기 힘든 제도가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개인 사정에 따라 2분기에 소비를 많이 한 사람은 3분기에 돈을 더 쓰기 힘들 수 있고 2분기에 돈 쓸 일이 없었던 사람은 3분기에 여유가 있을 수 있는 등 우연적 요인에 의해서 이익을 보는 사람과 손해를 보는 사람이 생기는 왜곡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며 “신용카드를 사용하지 않는 사람은 혜택을 받기 어려운 문제도 있다”고 지적했다.
오정근 자유시장연구원장 또한 “카드사용액 증가분의 10%를 돌려주는 캐시백 제도는 백화점과 대형마트, 온라인 쇼핑몰 등을 제외해 사실상 실효성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