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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나의 기자수첩] "저소득층 감성팔이 말라" 민주당 외침이 불편한 이유


입력 2021.07.01 06:57 수정 2021.07.01 05:57        김하나 기자 (hanakim@dailian.co.kr)

'약자 비즈니스' 옹호 정당, 상대 저소득층 정책엔 '맹공'

오세훈 서울시장이 29일 서울시의회에서 열린 제301회 정례회 제2차 본회의 시정질문에서 더불어민주당 서윤기 서울시의원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연합뉴스

"저소득층 이름 팔아 감성팔이 하면서 예산을 통과시키려고 하지 말라".


더불어민주당 소속 채유미 서울시의원이 29일 서울시의회에서 진행된 제301회 정례회 시정질문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의 핵심 공약인 저소득층 교육 플랫폼 '서울런(Seoul Learn)' 사업을 향해 날린 일갈이다. 약자를 내세웠다며 불같이 분노한 채 의원의 소속 정당에 유독 눈길이 갔다. 불편했던 과거의 기억들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우선 지난 2018년 무더운 여름 옥탑방살이 체험을 하던 박원순 전 시장의 모습이 생각났다. 박 전 시장 부부가 좁은 옥탑방에서 땀을 뻘뻘 흘리면서 선풍기도 없이 부채질하는 모습이 전파를 탔다. 멀쩡한 공관이 있던 그는 서민 체험을 한답시고 서울 시민들의 혈세로 옥탑방 월세를 냈다.


민주당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하나 더 있다. 윤미향 의원의 '약자 비즈니스'다. 윤 의원은 위안부 활동을 지원한 공적으로 민주당 공천을 받았다. 그러나 정작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는 "윤 의원이 30년 동안 할머니들을 이용만 해 먹었다"고 폭로했다. 윤 의원은 위안부 할머니 조의금과 운영비 횡령 등 갖가지 혐의로 '법정의 시간'을 기다리고 있다.


자당의 '서민인 척', '도덕적인 척' 하는 모습에는 언제나 침묵하며 애써 외면해온 집권 여당이 계층 사다리를 복원하겠다는 야당 시장의 사업에는 약자들을 팔지 말라며 준엄하게 꾸짖는 현실이 아이러니컬하다. 이는 시의회 110석 가운데 101석을 차지하는 거대 여당이지만 여전히 약자라는 생각, 또 우리만 옳고 정의롭다는 오만이 없다면 불가능한 발언이다.


상대방을 비난하고 공격하기 앞서 자신들의 현재 모습을 되돌아봤으면 한다. 기실 따지고 보면 오 시장이 추진하려는 서울런 사업은 민주당의 가치인 약자 보호와도 명백히 부합한다. 그런데도 같은 진영이 아닌 상대당이라는 이유만으로, 시의회가 147억원 예산 전액 삭감하고 감성팔이 말라고 외치는 건 좀스러운 일이다.

김하나 기자 (hanaki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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