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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의대 6년에도 '수의법의학'은 없었다…동물학대사건 전문가 없어 경찰 주먹구구 종결


입력 2021.06.29 04:07 수정 2021.06.28 21:38        정채영 기자 (chaezero@dailian.co.kr)

부검 없이 경찰 자체 수사 종결 다반사…유일한 부검기관 김천 검역본부, 동물사건 수사와 무관

전문가 "동물권에 대한 인식이 높아진 만큼 수의법의학 체계 도입 절실"

"수의법의학 전문 교육 기관 설립해 전문 인력 양성 시급"

한국동물보호연합, 동물의 목소리가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동물학대 강력처벌을 촉구하고 있다 ⓒ뉴시스

참혹한 동물학대의 정도가 갈수록 심해지자 동물학대 사건 가해자 처벌과 재발 방지를 위해 정확한 원인 규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동물학대 수사를 위한 '수의법의학' 도입 필요성이 제기돼 주목되고 있다.


동물자유연대가 내놓은 '동물학대 대응에 있어 수의법의학의 필요성' 보고서를 보면, 지난 2015년 238건에 불과했던 동물학대 사건은 최근 5년간 매해 40%씩 증가해 2019년 914건에 이르렀다. 그러나 여전히 수사기관의 변화는 더딘 실정이다.


특히 명확한 증거가 없는 경우 동물 관련 범죄 수사나 재판에 필요한 증거물(동물 사체) 등에 대한 수의학적 감정인 '수의법의학' 도입이 요구되지만 현재 우리나라에는 '수의법의학'이 전무한 상황이다.


동물자유연대 채일택 팀장은 "강력 범죄와 동물학대와의 연관성을 밝히기 위해 '수의법의학'도입이 필요하다"며 "현재는 동물 사건과 관련된 매뉴얼과 전문가가 없다 보니 경찰이 자체적으로 수사를 종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동물학대가 발생했을 때 수의법의학 기관과 수사 매뉴얼 부재로 인해 명확한 사인 규명까지 이르지 못하고 있다. 동물권행동 카라 최민경 활동가는 "일반적으로 죽은 동물을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하면 현장에서 경찰에서 사체를 확인하고 사건을 종결할 뿐 부검을 보내는 경우도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또 "만약 부검을 하게 돼도 동물 사체 부검을 할 수 있는 곳이 김천 검역 본부 밖에 없다"며 "검역본부는 수의법의학 같은 동물사건 수사를 하는 곳이 아니기 때문에 부검 결과지에 '두개골 골절 사망' 등으로만 기록될 뿐 구체적인 사인인 골절의 원인을 밝힐 수 없다. 이런 이유 등으로 경찰도 동물학대 사건으로 연관짓긴 어려운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반려견에 대한 인식이 높아진 만큼 수의법의학 전문기관 설립이 절실하다고 조언했다. 수의사 설채현 원장은 "수의법의학이란 법의학과 같지만 그 주체가 사람이 아닌 동물이 된다고 보면 된다"며 “동물권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는 만큼 수의법의학 체계 도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설 원장은 "실제로 병원에 오는 동물을 보면 동물학대로 인한 상처나 죽음이 의심스러울 때가 있지만 수의대학 6년 동안 수의법의학이라는 걸 배우지 않았기 때문에 섣불리 동물학대라고 단정 지을 수 없었다"며 "지금이라도 '수의법의학' 전문 교육기관을 설립해 전문 인력을 양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외의 경우 동물학대와 인간폭력 간 연계성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수의법의학 체계가 발달한 곳이 많다. 영국의 경우 1980년대 후반 법의학 연구에 있어 수의학적 참여의 중요성이 대두됐다. 이후 동물 사건과 관련해 법정에서 신뢰도 있는 증거를 제시하기 위한 수의법의학 인식이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미국도 1990년대 후반 동물학대 관련 수의법의학 기초 마련을 시작으로 동물학대 사건 수사와 기소 절차가 구축돼 있다. 특히, 지난 2014년부터는 비영리단체 미국동물학대방지협회(ASPCA)에 과학수사팀을 둬서 동물학대 사건을 수사하는 뉴욕 경찰(NYPD)에 법의학적 평가를 제공해 왔는데, 이후 동물학대범 체포와 동물 치료 사례가 2배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채영 기자 (chaezero@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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