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재 가격 급등에 연매출 21조5571억원 달성 전망
‘없어서 못 파는’ 철강제품…6월 t당 130만원까지 뛰어
자동차, 건설 등 전방산업 호황에 기초 철강재를 판매하는 현대제철이 올해 연간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철강 수요는 늘어나는데 공급이 턱없이 부족한 ‘수급불균형’ 현상이 지속되며 철강제품 가격이 연일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29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현대제철의 연결기준 매출은 21조5571억원, 영업이익 1조5150억원으로 추정된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9.6%, 1975.3% 증가한 수치다. 매출액은 역대 최대 수준이다.
현대제철의 이같은 실적 호조 전망은 철강재 가격의 급등으로 인한 것이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보급 확대에 경기가 회복세를 띠며 철강 제품 수요도 지속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공급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수급불균형이 상반기 발생했고, 하반기에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철강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철강제품은 ‘없어서 못 파는 수준’에 이르렀다.
실제 자동차 소재로 쓰이는 기초 철강재 열연강판과 냉연강판, 건설 현장에 사용되는 철근 등의 가격은 고공행진 중이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올 초 t당 86만원이던 열연강판 유통가격은 25일 기준 t당 130만원으로 올랐다. 같은 기간 냉연강판 가격은 t당 82만원에서 133만원으로, 철근 가격은 t당 73만원에서 123만원까지 올랐다.
반면 수입산 저가 제품은 계속 줄어들고 있다. 유진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철강재 수입은 102만t으로 전년 동기 대비 2.5% 줄었다. 지난해 철강재 수입이 이미 전년 대비 26.2% 급감한 상황에서 올해 추가 하락세를 보인 것이다.
이는 지난달 1일부로 시행된 중국의 수출 증치세 환급 폐지의 영향이다. 증치세는 중국 철강사가 해외 수출 시 부과하는 부가가치세다. 중국 재정부는 2019년부터 철강재에 대해 9~13%의 증치세를 환급해주며 수출을 장려해왔다. 하지만 해당 제도가 폐지되면서 중국의 5월 철강 수출은 전월 대비 40% 감소했다.
이같은 상황이 맞물리자 증권업계에서는 현대제철의 올해 실적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반기 현대자동차 실적 개선과 국내 주택 분양 물량 증가 등이 철강 제품 수요를 끌어올릴 것이라는 분석이다. 현대제철의 자동차 강판 생산량은 전체의 25~30%를 차지하며, 전체 매출에서 현대차·기아가 차지하는 비중은 40%, 연간 판매량은 420만t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메리츠증권 문경원 연구원은 “완성차, 조선, 건설 등 전방산업의 수요가 강한 가운데 국내 철강 수입 감소로 타이트한 수급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며 “3분기에도 원재료 투입 단가 상승분을 커버하기 위한 출하단가 인상 시도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하반기는 현대차 실적 개선, 국내 주택 분양 물량 증가의 두 가지 조건을 모두 만족하는 시기가될 전망”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