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사 단계 지난 '피의사건' 입건…경찰 불송치 결정에도 '이의제기' 가능
전문가 "정당한 권리 행사…새로운 증거 나오지 않는 한 결론 바뀌기 어려워"
"비슷한 사건과의 형평성 문제 제기, 바람직하지 않아…경찰의 공명정대한 처리 요구"
한강에서 숨진 채 발견된 고(故) 손정민 씨 사건 수사 종결을 앞두고, 손 씨의 아버지가 실종 당시 동석자였던 친구 A씨를 경찰에 고소하면서 향후 수사 향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수사 결과가 근본적으로 뒤집힐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고 전망하면서도, 절차적으로 검찰의 판단을 받아볼 수 있게 됐다고 내다봤다.
경찰에 따르면 손정민씨의 아버지 손현 씨는 A씨에 대해 폭행치사·유기치사 혐의로 지난 23일 서울 서초경찰서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다음날 경찰은 손 씨를 불러 4시간가량 고소인 조사를 진행했다.
앞서 경찰은 손정민씨가 사망한 원인을 찾기 위해 50여일 넘게 고강도 수사를 벌였지만 A씨의 혐의점을 찾지 못하고 변사사건심의위에 회부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제출한 폭행치사·유기치사 고소 건은 증거 불충분으로 ‘혐의없음’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는데 전문가들의 의견이 모아진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사법대학 교수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시신에서 타박상 등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고, 피부 밑 눌린 자국들도 없다는 부검 결과를 내놨다"며 "상처가 없는 상황에서 익사한 것은 죽음 직전에 폭행행위가 없음이 명백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임준태 동국대 경찰사법대학 교수는 "수사기관이 내린 결론에 동의할 수 없는 유족 등 국민은 누구나 이의제기를 할 권리가 있고 손씨도 정당한 권리를 행사했을 뿐"이라며 "다만 그동안 많은 수사력을 투입했던 점에 비춰 특별히 새로운 증거가 나오지 않는 이상 결론이 바뀌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부연했다.
일각에서는 손씨가 경찰의 수사에 그치지 않고 검찰의 판단을 받아보길 원하고 있는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실제로 손씨는 지난달 사건 직후 '경찰의 초동수사가 미흡했다'는 취지의 진정서를 검찰에 제출하는 등 경찰의 수사에 줄곧 불신을 표출해왔다.
당초 예정대로 지난 24일, 변사사건 심의위원회의가 개최되고 위원회 과반이 사건 내사 종결을 결정했으면 수사는 전면 종료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번 고소장 제출로 사건이 내사 단계를 지나 '피의사건'으로 입건되면서 검찰로 넘어갈 가능성이 커졌다.
승재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경찰이 내사 종결한 사건은 검찰이 들여다볼 수 없다"며 "반면 고소 사건은 경찰이 불송치 결정해도 고소인의 이의신청이 가능하고, 검찰이 사건을 살핀 뒤 필요에 따라 재수사를 요청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승 연구위원은 이어 "한 사건의 공정 실현도 물론 중요하지만, 다른 비슷한 사건과의 형평성 측면에서는 현재 진행 상황을 바람직하다고 평가하기 어렵다"며 "전국에서 각종 연유로 고소·고발이 난무하는 상황에서 경찰의 공명정대한 사건 처리가 요구된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법조계 관계자는 "객관적·과학적인 증거를 바탕으로 범죄 혐의 입증이 이뤄져야 하는데도 어떻게든 인과관계를 끼워 맞추려고 ‘없는 증거도 만들어 오라’는 식의 여론이 아직도 만연하다"며 "일부 유튜버들이 제기하는 의혹이 흥미로워 보일 수는 있어도 객관성과 신빙성이 상당히 결여돼 있어 허황된 시나리오로 끝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A씨의 법률 대리인인 정병원 변호사는 "이번 손씨의 고소 건도 저희 로펌에서 대리할 예정"이라며 "구체적인 고소 내용을 확인한 다음 대응할 방침"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