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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대 은행 '깡통대출' 4조 돌파…억눌린 부실 '분출'


입력 2021.06.27 06:00 수정 2021.06.25 10:46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무수익여신 4조1153억, 연말보다 1319억↑

금융지원 정책 후폭풍 조짐에 시중은행 촉각

국내 5대 은행 무수익여신 추이.ⓒ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국내 주요 대형 은행들이 고객들에게 빌려준 돈에서 더 이상 이자를 거둘 수 없게 된 이른바 깡통대출이 올해 들어서만 1000억원 넘게 불어나며 4조원을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대출의 건전성이 개선되는 모습을 보였지만 시간이 갈수록 상황이 악화되는 형국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사태 이후 실시된 금융지원 정책에 억눌려 있던 대출 부실이 서서히 고개를 들면서 은행들도 혹시 모를 후폭풍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기준 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은행 등 5개 은행이 보유한 대출 중 무수익여신은 4조1153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1319억원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무수익여신은 은행 입장에서 돈을 빌려 주고도 수입을 기대하기 힘든 상태에 빠진 대출을 일컫는 표현이다. 3개월 이상 연체된 대출과 채권재조정 또는 법정관리·화의 등으로 이자 수익이 전혀 발생하지 않는 여신이 무수익여신에 포함된다.


은행별로 보면 하나은행의 무수익여신이 9074억원으로 같은 기간 대비 146억원 늘며 최대를 기록했다. 농협은행 8758억원, 신한은행 8485억원으로 각각 438억원과 502억원씩 증가하며 그 뒤를 이었다. 국민은행의 무수익여신도 7258억원으로 508억원 증가했다. 조사 대상 은행들 중에서는 우리은행의 무수익여신만 7578억원으로 275억원 감소했다.


은행들의 무수익여신 확대 흐름은 최근 들어 불거지고 있는 현상이다. 5대 은행의 무수익여신 규모는 지난해에만 6000억원 넘게 축소됐는데, 올해 들어 증가로 반전된 것이다. 5대 은행의 지난해 말 무수익여신 규모는 3조9834억원으로 전년 말보다 6271억원 감소했다.


은행 대출의 질이 안정적으로 관리돼 왔던 배경에는 정책적 효과가 자리하고 있다. 은행들은 금융당국의 요구에 따라 지난해 초부터 코로나19로 피해를 입은 가계와 소상공인 등을 상대로 대출 만기를 연장하고 이자 상환을 유예해주는 지원 방안을 시행 중이다. 당장 원금이나 이자를 갚기 어려워 연체로 이어질 수 있었던 대출이 수면 아래로 눌려 있다는 의미다.


◆코로나發 충당금 부담 가중 우려


하지만 이제 은행 무수익여신이 증가세로 돌아섰다는 건 금융지원만으로 억제되지 않을 정도로 대출 부실이 확산되고 있다는 의미다. 코로나19 충격이 생각보다 길어지면서 대출 이자를 더 이상 감당하지 못하게 된 가계와 기업들이 많아졌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은행으로서도 대출의 질 악화는 달갑지 않은 소식이다. 무수익여신이 불어난다는 건 은행 입장에서는 돈을 빌려줬다가 떼이는 돈이 늘고 있다는 뜻이다.


이렇게 되면 은행의 수익성에는 타격이 불가피하다. 무수익여신에 비례해 은행은 충당금을 쌓아야 하고, 그 만큼 순이익이 줄어들게 되는 구조여서다. 지난해 은행들이 여신 건전성 개선 추세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 장기화에 대비해 선제적으로 충당금을 적립했지만, 올해 추가 부담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금융권에서는 뚜렷한 연착륙 대책 없이 취약차주의 대출 만기를 미뤄주고 있는 코로나19 금융지원 정책이 위험을 키우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초부터 시작된 대출 원금·이자 유예 조치 기간을 계속 연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가계는 올해 말까지, 기업은 오는 9월까지 관련 조치를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현재까지의 기조대로라면 정책 기한이 추가 연장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금융권 관계자는 "일시적인 자금 조달로 위기를 넘길 수 있는 이들과, 금융지원으로도 회복이 불가능할 것으로 예상되는 차주를 구별해 선별적 대응에 나서는 세심한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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