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이재명 견제론과 윤석열 대안론이 키운 개헌론


입력 2021.06.24 00:00 수정 2021.06.23 23:28        이충재 기자 (cjlee@dailian.co.kr)

여권, 反이재명 대선주자 개헌으로 '대세론 흔들기'

야권, 최재형 띄울 지렛대 역할로 '개헌 카드' 고민

"대선 때마다 '인위적 개헌' 유권자 관심 끌지못해"

개헌안이 20대 국회 회기였던 지난 2018년 5월 국회 본회의에 상정돼 있다(자료사진).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대선을 8개월 앞두고 개헌론이 피어오르고 있다. 개헌론은 대선 때마다 빠지지 않고 등장한 단골 이슈로, 임기 말 레임덕에서 벗어나기 위한 청와대와 여당이 국면전환용으로 먼저 꺼내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이번엔 과거의 패턴과는 확실히 차별화되는 양상이다. 단순히 정부여당이 밀어붙이고 야당이 반대하는 대칭구도가 아니다. 복잡해진 대선구도 만큼 개헌을 둘러싼 셈법도 난해한 고차방정식이 되고 있다.


反이재명 공동전선에 친문까지 '대세론 흔들기'


더불어민주당에선 이낙연 전 대표와 정세균 전 국무총리, 김두관‧이광재 의원 등이 개헌 추진에 적극적으로 나선 반면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부정적 입장이다. 개헌론을 고리로 이 지사의 독주체제를 흔들려는 전략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특히 대선주자들의 공동전선에 당내 최대세력인 친문(친문재인)도 힘을 실고 있다. 친문 의원 모임인 '민주주의 4.0'은 지난 16일 대통령 4년 연임제와 대선 결선투표제 도입 등을 골자로 하는 개헌을 제안했다. 이번 대선 때 개헌안을 논의하자고도 했다.


이미 이 전 대표는 토지공개념 강화와 만 40세인 대통령 피선거권 기준 하향 등을 담은 개헌안을 내놨고, 정 전 총리도 대통령 4년 중임제를 핵심으로 하는 개헌안을 제안했다. 이광재 의원은 양극화 해소를 국가 의무로 규정하는 내용을 포함한 개헌안을 띄웠다.


반면 이재명 지사는 "경국대전을 고치는 일보다 국민의 구휼이 훨씬 중요하다"며 개헌 논의에 선을 그었다. 이 지사측 관계자는 "대선을 앞두고 민생을 논의해야할 때인데, 개헌 논의는 뜬금없다"고 했다.


야권 '개헌 3풍' 이준석風 최재형風 김종인風


임기말 개헌론에 반기를 들어온 '야당의 전통'은 이번엔 깨질 분위기다. 국민의힘은 개헌 논의를 예의주시하면서 상황에 따라 참여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내년 대선에서 정권교체에 성공하더라도 현재 여권이 국회 180석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국정동력을 찾기 어렵다는 현실적 이유가 작용하고 있다.


국민의힘에 개헌 논의의 바람을 몰고 온 것은 '만 36세' 이준석 대표가 6.11전당대회에서 일으킨 돌풍이었다. 나이제한으로 대선에 출마할 수 없는데도 대권주자 선호도 여론조사에 이름을 올린 뒤 "현재 40세인 대통령 피선거권을 낮추자"는 개헌론이 고개를 들었다.


무엇보다 '야권 우량주'로 평가되는 최재형 감사원장의 등판을 둘러싼 개헌논의는 들불처럼 번질 수 있는 상황이다. 당내에선 최 원장이 개헌론을 화두로 대선무대에 등장할 것이란 얘기가 끊이지 않고 있다.


실제 최 원장이 '제왕적 대통령제'에 대한 문제를 연구해온 것으로 알려지면서 임기 단축을 감수하고 4년 중임제 개헌을 승부수로 띄울 것이란 출마 시나리오가 힘을 받고 있다.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23일 공개된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최 원장이 대통령 5년 임기 중 2년만 하고 2024년 총선에서 내각제를 도입하는 개헌을 검토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내각제 개헌론자'인 김 전 위원장이 최 원장을 그에 부합하는 인물로 점찍은 것이다.


현재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대선행보가 주춤한 사이 최 원장이 대안으로 급부상하며 야권의 개헌파 전‧현직의원들이 대거 지지에 나설 것이란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정의화 전 국회의장을 비롯한 PK(부산‧경남) 인사들이 최 원장이 결심을 하면 도울 채비"라며 "개헌론을 중심으로 뭉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정 덮으려는 與주류와 사익 추구 야권 손잡아"


다만 정치권에선 여권 반이재명계와 야권 후발주자 간 '정치적 공감대'만으로는 진지한 개헌 논의가 이뤄지긴 어렵다고 지적하고 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도 23일 페이스북에서 "개헌을 고리로 이상한 정치 야합이 꿈틀거리고 있다"면서 "이슈 전환을 통해 실정을 덮으려는 현 정권 주류와 개헌으로 사익을 추구하는 야권 일부가 손잡고 권력을 나누자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안 대표는 이어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현정권의 잘못을 그냥 덮으면 미래로 나아갈 출발점이 사라진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도 대선을 앞둔 '정치적‧인위적 개헌'은 유권자들의 관심을 끌 수도 없고, 실제 개헌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낮다고 지적했다.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는 "낡은 헌법을 손봐야 한다는데 100% 동의하지만, 선거가 코앞에 있어서 개헌이 되겠는가"라고 되물었다. 김선택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대통령이나 국회가 바뀔 때마다 임기 내에 어떻게든지 개헌논의를 하려고 하는데 짧은 기간 내에 그렇게 추진하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충재 기자 (cjlee@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관련기사
이충재 기자가 쓴 기사 더보기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