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소들 “거래 지원 대가 받지 않는다”…강경자세 일관
업계 관계자들 “상장수수료 공공연한 비밀”…이미 관례화
검증능력 의구심 확대…“상장·폐지 기준 투명하게 공개해야”
대형거래소를 중심으로 한 ‘잡코인’ 정리가 본격화 되면서 코인 사업자와 거래소 간 갈등 역시 확대 양상을 보이고 있다. 특히 상장 수수료로 불리는 일명 ‘상장피(fee)’ 문제가 수면위로 떠오르면서 거래소의 코인 검증능력에도 의문이 커지고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잡코인 폐지로 인한 투자자의 피해 책임이 거래소에 있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거래대금 1위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와 코인 '피카'의 개발사 피카프로젝트는 최근 ‘상장피’ 존재 여부를 두고 법적 공방을 벌이고 있다. 상장피는 코인 제작사가 상장을 대가로 거래소에 지급하는 일종의 수수료다.
앞서 피카프로젝트는 업비트가 피카를 포함한 24개 코인에 대해 거래 지원 종료 의사를 밝히자 공식 블로그를 통해 “업비트 측이 상장 대가로 상장피를 요구했다”고 폭로한 바 있다. 이에 업비트 측은 “어떠한 명목으로도 거래 지원에 대한 대가를 받지 않는다”고 전면 부정하고 있다.
이처럼 상장피 문제가 가상자산시장 전반에 일파만파 퍼지고 있지만 당사자인 거래소들은 업비트와 마찬가지로 존재 자체를 부정하고 있다. 체계적인 검증과 통일된 절차를 통해서만 상장을 진행할 뿐 별도의 수수료를 받고 상장하는 경우는 없다는 설명이다.
실제 국내 대형 거래소 중 하나인 빗썸은 공식적으로 별도의 상장피를 받지 않는다고 거듭 강조하고 있다. 특히 상장 컨설팅과 브로커 등 다른 채널을 통할 경우에는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며 강경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
하지만 다수의 업계 관계자들은 상장피가 오래전부터 존재해 왔다고 말한다. 거래소 밖에서는 전혀 가치를 가지지 못하는 한국산 가상자산, 일명 ‘김치코인’이 난립한 이후에는 사실상 ‘관례화’ 됐다는 설명이다. 특히 이번 피카프로젝트 건과 관련해서는 “터질게 터졌다”라는 반응이 대다수였다.
한 가상자산 프로젝트 관계자는 “대부분의 거래소들이 공식적으로는 부인하고 있지만 상장피가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라며 “거래소 규모에 따라 요구하는 상장피도 천차만별”이라고 설명했다.
한 중소 거래소 관계자 역시 “통상 대형거래소일수록 투명하다고 생각하지만 오히려 반대”라며 “거래량이 많은 거래소일수록 코인 가치를 올리기 더 쉽기 때문에 이를 악용한 일부 거래소들은 노골적으로 상장피를 요구한다”고 말했다.
거래소 상장 담당자가 아닌 다른 직원들을 통해 브로커가 접근해 상장을 시도하는 경우도 있다는 증언도 나왔다.
다른 거래소 관계자는 “브로커들이 상장 담당자 외의 직원에게 접근해 프로젝트사와 연결을 시도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라며 “다양한 방법을 통해 접촉해 오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코인 거래소의 상장 검증 능력에 대한 의문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이미 거래소들은 무더기로 잡코인을 정리하며 애초 기준 미달인 코인을 상장시킨 것이 아니냐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러한 와중에 거래소 상장 절차 근간을 흔들 수 있는 상장피의 존재가 드러나며 신뢰성이 크게 훼손됐다는 설명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최근 거래소들이 기준은 밝히지 않은 채 수많은 코인을 상장폐지하면서 검증 능력에 대한 의구심을 키우고 있다”며 “상장피의 존재는 이같은 의구심을 더욱 키울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거래소들이 이를 해소하기 위해선 상장 및 폐지와 관련된 규정을 외부에 투명하게 공개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