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 재활용 기술 및 생분해성 신소재 개발로 탄소 저감 나서
롯데켐, 여수공장 2030년까지 생산제품 바이오 PET로 전환
현대오일뱅크, 탄소로 탄산칼슘 제조…친환경 기술 상용화 '속도'
탄소(온실가스) 배출량을 0으로 낮추는 '탄소중립'이 글로벌 이슈로 떠오르면서 국내 정유·석유화학업계가 '탈탄소' 전환을 위한 체질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들 에너지기업은 일반 제품 보다 이산화탄소(CO₂) 배출이 적은 친환경 제품 비중을 늘리거나, CO₂ 포집 관련 기술(CCS·CCU)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탄소 포집 사업의 경우, 아직 초기 단계인만큼 민관 협력을 통한 결실을 기대하고 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LG화학은 지난해 탄소 배출 순증가량을 2050년까지 제로(zero)로 만들겠다는 '2050 탄소중립 성장' 계획을 발표한 이후 사업장 배출 폐기물을 재활용하는 순환경제 시스템 확장에 주도적으로 나서고 있다.
대표적인 활동이 재활용 플라스틱(PCR)을 원료로 한 친환경 플라스틱 생산이다. LG화학이 만드는 PCR(함량 50%)PC(폴리카보네이트)는 일반 PC 보다 40%나 탄소를 절감할 수 있다.
1만t 규모의 PCR 50%를 쓰면 약 2000만kg 의 CO₂를 감축할 수 있는 것으로, 1만4000대 이상의 자동차가 1년간 뿜어내는 탄소배출량과 동일하다. LG화학은 재활용 플라스틱에 대한 각 기업들의 니즈가 늘어나는 만큼, 이 시장이 2025년까지 연평균 20%대의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일반 PET(페트병 생산 원료) 공정 보다 CO₂를 20% 낮출 수 있는 바이오 PET를 생산하고 있다.
PET 제품은 음료, 생수 및 샴푸 등의 식품, 생활 용기와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제조 용도로 사용되어지는 소재로, PE(폴리에틸), PP(폴리프로필렌), PVC(폴리염화비닐) 다음으로 세계에서 가장 많이 생산되는 합성수지다.
바이오 PET 생산량을 연간 8000t이라고 가정하면, 기존 PET 공정 대비 CO₂를 약 3800t 줄일 수 있다. 이는 약 1만1000 가구가 한 달간 사용하는 전력을 생산할 때 발생하는 CO₂ 와 비슷한 양이다.
롯데케미칼은 SPC그룹의 포장재 생산 계열사인 SPC팩(Pack)과 협력해 바이오 PET가 적용된 컵과 샐러드 용기 등을 생산할 예정이다. 나아가 여수공장 생산제품을 2030년까지 바이오 PET로 전환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여수공장의 생산능력은 연간 7만t이다.
한화솔루션은 가장 친환경적이라는 그린수소(생산 과정 중 탄소 배출 제로) 양산에 나서고 있다. 물에서 수소를 얻는 수전해기술이 경제성을 갖추게 되면 한화솔루션은 그린수소 생산·저장·운송·충전 등 전 과정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게 될 것으로 자신한다.
정유·석화기업들은 이 같은 친환경 제품 다각화 뿐 아니라 배출되는 탄소를 모아 활용하는 기술(CCU) 역량도 확대하고 있다.
CCU는 화석연료 기반의 산업에서 배출되는 CO₂를 흡수해 활용가치가 높은 유용한 물질로 전환하는 기술로, 탄소배출 절감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주목을 끌고 있다. 공정 에너지 소모가 높은 정유·석화사업 특성상 온실 가스 감축이 가능한 유일한 방안으로 전세계적으로 많은 연구가 진행 중에 있다.
현대오일뱅크는 원유 정제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로 건축자재·종이 등의 원료가 되는 탄산칼슘을 제조하는 친환경 기술을 조만간 상용화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태경비케이와 손 잡고 대산공장에 연산 60만t 규모의 탄산칼슘 생산설비를 짓고 있다. 연말까지 완공할 계획으로, 투입 금액은 300억원이다.
현대오일뱅크는 단순 탄소 저감 뿐 아니라 고부가가치 제품 원료를 만든다는 점에서 환경성과 경제성이 있다고 강조한다.
롯데케미칼은 최근 탄소를 포집하고 활용하는 CCU 실증 설비를 여수 1공장에 설치했다.
약 1년 간의 설비 운영을 통해 2023년까지 상용화 설비를 완공한다는 계획으로, 여기서 나오는 연간 6만t 이상의 CO₂를 포집해 순도를 높여 자체 생산중인 폴리카보네이트 제품 생산 원료로 활용하겠다는 목표다.
롯데케미칼은 지난 5월 1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을 통해 "앞으로는 대산과 울산공장까지 확대해 20만t 이상의 CO₂를 포집할 것"이라며 "포집된 탄소는 자체 원료로 활용할 뿐 아니라 사업화까지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한화종합화학은 한국서부발전과 손잡고이산화탄소를 줄이는 수소 혼소 기술 개발에 나서고 있다. 수소 혼소 발전은 가스터빈에 수소와 천연가스를 같이 연소해 발전하는 방식이다. 수소 혼소 비중이 높을수록 CO₂ 배출은 줄어든다. 미국, 유럽 등에서는 탄소 배출 제로인 수소 발전의 전 단계로 평가 받는다.
SK이노베이션의 경우,한국석유공사와 협력해 국내 탄소 포집 및 저장(CCS) 사업에 나서기로 했다. 2025년부터 연간 40만t의 이산화탄소를 포집·이송해 동해가스전에 저장하는 것이 골자로, 정부 주도로 진행되는 첫 중규모 CCS 사업에 SK이노베이션이 참여하는 방식이다.
업계는 탄소 포집 관련 사업의 경우, 상용화를 위한 경제성 확보가 관건이 될 것으로 진단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국내 환경을 고려할 때, 기업들은 CCS 보다는 CCU 기술 개발에 적극 나설 것으로 보인다"면서 "아직까지는 경제성이 높지 않은 만큼 민·관이 협력해 비용을 낮추는 방안을 적극 모색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