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매금융 철수‘ 씨티은행 외 은행권 안팎서 노사 대립
디지털 금융 전환에 따른 불안감 내재...대응책 마련해야
금융권이 주요 이슈를 놓고 회사측과 노동조합의 충돌로 몸살을 앓고 있다. 올해에만 KB국민은행, IBK 기업은행, 씨티은행 등은 물론 KB손보, 교보생명 등에서도 노사갈등이 불거졌다. 격변하는 금융 환경 속 생존 활로에 나선 금융권은 노사 갈등이 경영 리스크로 작용할지 우려하고 있다.
15일 은행권 안팎이 한국씨티은행의 노사갈등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국씨티은행이 소매금융 매각을 놓고 통매각에서 단계적 폐지까지 가능성을 열어두자, 노조의 반발 수위가 극에 달했다. 노조가 총파업 등 전면전을 예고하고 나서면서 한국 씨티은행의 소매금융부문 매각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이다. 현재 4곳 이상의 금융사가 씨티은행 인수 의향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소매금융 전직원 고용 승계에 대해선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은행권에서는 노조 고용 승계 문제는 씨티은행에만 국한된 사례가 아니라는 시선이다. 은행 역시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디지털 금융 전환이 가속화로 오프라인 영업 점포 축소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영업점에서 일하는 직원들의 고용불안도 지속 커지고 있다.
보험 부문에서는 교보생명 노조가 최근 기업공개(IPO)와 관련해 회계법인과의 소송전이 회사 경영에 부담이 된다며 사측과 대립하고 있다. 노조는 신창재 회장의 경영 방침과 임직원 차별 대우 등으로 경영을 악화시켰다고 주장하고 있다.
노사문제는 사기업 뿐만이 아니다. IBK기업은행에서는 노조추천이사제를 둘러싼 갈등이 현재진행중이다. 윤종원 IBK기업은행 은행장이 지난 4월 노조추천이사제를 수용하겠다고 밝혔으나, 금융위는 IBK기업은행 노조가 추천한 1명을 배제하고 회사 추천 후보 3명을 임명한 바 있다.
금융감독원에서도 지난 3월 노조가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헌 전 금감원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윤석헌 전 원장은 채용비리 의혹에 연루된 직원들을 승진시켰다는 이유이다. 이후 윤 전 원장이 임기 만료로 금감원을 떠날때까지 노조와의 갈등은 해결되지 못했다.
이 외 KB국민은행은 알뜰폰 서비스 ‘리브엠’의 혁신금융 승인 연장 문제로 노조와 충돌했다. KB국민은행 노조는 사측이 리브엠 영업 실적 압박을 해왔다며 연장에 반대했고, 이에 금융당국은 연장 조건으로 KB국민은행 노사 합의를 주문하기에 이르렀다.
일각에서는 잦은 노사갈등이 자칫 금융사들의 발목을 잡을지 우려하고 있다. 기존 산업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빅테크 등이 진입하며 기존 금융권을 위협하는 상황에서 기업 역시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디지털 혁신이라는 시대 변화에 맞춰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해서는 건전한 방향으로 노사갈등이 진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제학과 교수는 “코로나19로 비대면 금융서비스가 확산되고 인터넷 뱅크 등 새로운 신규 서비스가 진입하며, 금융권이 많은 충격을 받고 있다”며 “최근의 노사갈등은 이같은 불안감이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 노사문제의 가장 큰 이슈는 노조가 파업 등 쟁의활동을 했을 때 경영권 방어수단이 없다는 것”이라며 “이같은 문제가 기업의 지속가능성이나 위기 대응능력을 어렵게 한다는 우려가 있다”고 언급했다.
이병태 교수는 “한국 노사이슈는 해외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사례로 근본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며 “금융권의 경우 가장 큰 변화를 겪고 있어 앞으로도 파열음이 나올 가능성이 큰 만큼 이에 대응하기 위한 업계의 고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