췌장암 투병 고백하며 "반드시 그라운드에 돌아오겠다"
"항암치료 고통스러워 도망가고 싶을 지경, 쓰러지지 않겠다"
K리그 강등과 잔류 경쟁이 한창이던 지난 2019년 10월 19일, 인천 유나이티드는 성남과의 원정경기서 무고사의 결승 골로 1-0으로 승리, 강등권 탈출에 성공했다.
경기가 끝난 뒤 승리의 기쁨을 만끽할 것으로 보였던 인천 선수단은 미소 대신 눈물을 훔치며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심지어 선수들뿐만 아니라 구단 프런트 직원, 특히 2002 한일월드컵 4강 멤버였던 이천수 전 전력강화실장의 오열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그로부터 한 달 뒤, 유상철 감독은 구단을 통해 직접 자신의 상태를 전했다. 유 감독은 “정밀 검사 결과 췌장암 4기라는 진단을 받게 되었습니다. 분명 저에게는 받아들이기 힘든 진단이었습니다만 저로 인해 선수들과 팀에 피해가 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아 받아들였습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맡은 바 임무를 다함과 동시에 우리 선수들, 스태프들과 함께 그라운드 안에서 어울리며 긍정의 힘을 받고자 합니다. 팬 여러분과 했던 약속도 지키고자 합니다. 저 또한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버티고 또 버텨 ‘할 수 있다’는 긍정의 힘으로 병마와 싸워 이겨내겠습니다”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암과의 사투는 고된 일이었고, 무엇보다 평정심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았다. 유 감독은 수원전에서 만난 동갑내기 친구이자 당시 수원 사령탑이었던 이임생 감독에게 “나, 이 나이에 지금 가야 되냐”라고 말한 일화가 공개돼 팬들의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그래도 유상철 감독은 씩씩했다. 13차례에 걸친 항암치료는 성공적으로 이어졌고 간간이 TV에 출연하며 자신의 몸 상태가 호전되고 있음을 알리기도 했다.
유 감독은 지난해 6월 JTBC 예능프로그램 ‘뭉쳐야 찬다’에 출연해 4강 멤버였던 안정환의 뜨거운 환대를 받았고 이 자리에서 “집 안에 있고 병원에 있는 것보다 이렇게 푸른 잔디에 나와 있어야 제일 행복하고 기분이 좋아지는 것 같다. 스트레스가 다 풀리는 것 같다”라며 “약한 모습 보이지 않겠다. 치료 잘하고 이겨내겠다”라고 강조했다.
같은 달, 이번에는 SBS와의 인터뷰를 통해 보다 자세히 자신의 근황을 전했다. 유 감독은 “여러 검사들을 받았고 육안으로도 좋아진 것이 보인다”라며 “하지만 항암 치료는 너무도 고통스러웠다. 주사를 맞는 날에는 도망가고, 포기하고도 싶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는 13번 항암치료를 받았는데 어머니는 30번 넘게 받으셨다. 힘들다고 말하시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유상철 감독의 모친은 그해 초 췌장암 투병 후 세상을 떠났다.
상황이 좋아지자 유 감독의 시선은 다시 그라운드로 향했다. 특히 강한 애착을 보였던 인천이 지난해 6월 성적 부진에 시달렸고 임완섭 감독이 사퇴하자, 유 감독은 직접 구단 측에 현장 복귀에 대한 뜻을 드러내기도 했다.
하지만 인천 구단은 “주치의로부터 유 감독의 상태가 기적적으로 호전된 것은 맞다고 들었다. 다만 스트레스가 심한 감독직 수행에는 무리가 있다”라며 그라운드 복귀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해를 넘겨 지난 3월에는 한 매체로부터 위독설이 보도되기도 했다. 그러자 유상철 감독은 곧바로 반박에 나서며 “많이 아플 땐 치료가 힘들어 목소리가 잘 안 나오고 발음도 좋지 않아 전화 통화를 안 했다”며 “지금은 밥도 잘 먹고 많이 좋아졌다. 항암 치료 때 오는 눈의 피로가 실명으로 와전된 것 같다. 내가 약속한 게 있는데 이대로 쓰러지겠나”라고 말했다. 그리고 이 말을 끝으로 3개월 더 암과 사투를 벌인 유 감독은 영면에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