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혜진 대표, 코끼리 똥으로 종이 만들게 된 이유
"아이들이 살아갈 미래, 무언가 하고 있다는 것에 보람 느껴"
업사이클링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높아지면서 관련한 다양한 기업들이 만들어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국내에서 업사이클링 관련 기업이 본격적으로 만들어진 건 2005년으로 보고 있다. 현재는 관련 전문 기업이 벌써 60여개 이상 만들어졌고, 지금도 계속해서 새로운 기업들이 등장하고 있다.
EDP(코끼리 똥 종이) 관련 상품을 취급하는 대구의 스키즈 역시 2008년 첫 발을 내딛었다. 두 아이를 키우며 스키즈를 운영하는 송혜진 대표는 사업 초기 캐릭터를 이용한 여러 상품을 개발했고, 우연히 EDP 관련 상품을 접하고 이를 전문으로 하는 회사로 현재까지 운영 중에 있다.
“이전엔 패션쇼 기획과 스타일리스트로 일했어요. 10년 남짓 되었을 때 우연히 게임캐릭터 패션쇼의 기획과 의상제작을 맡게 되었고, 그 인연으로 한 게임회사의 캐릭터 관련 디자인상품개발을 하게 되면서 스키즈가 시작되었죠. 그때는 뭔가 새롭고 재밌는 일을 찾고 그것에 관련된 일을 하고 싶다는 욕구가 있었을 때라 잘 맞아떨어진 것 같아요. 초기 열정으로 일본 출장도 잡았던 것이고, 여러 상점을 돌면서 이것저것 자료 수집을 하면서 EDP도 발견하게 됐죠. 거창한 결심보단, 재미있고 새로운 무언가을 찾아서 긍정적인 방향으로 발전시켜보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해나간 것 같습니다.”
송 대표가 취급하는 제품들은 스리랑카에서 만들어진다. 풀을 주식으로 하는 코끼리의 똥을 말리고, 24시간 동안 끓여 가라앉은 불순물을 거른 후 남은 것들을 재생지와 섞어 죽 형태로 믹스한다. 다음은 한지를 만드는 것과 비슷한 형태로 한 장 한 장 떠서 햇볕에 말리면 종이로 만들어지는 식이다.
“코끼리 똥 종이의 효과는 두 가지로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첫 번째는 EDP가 만들어진 이유이기도 한데요, 멸종위기 동물인 코끼리의 똥으로 종이를 만들고 이 종이로 여러 가지 팬시제품을 만들어 유통시킴으로써 멸종위기동물보호에 대한 인식을 높일 수 있죠. 두 번째는 나무를 이용해 새로운 종이를 만들어 사용하기보다는 이미 사용된 후 버려진 종이, 즉 재생지를 다른 의미와 결합해서 재사용함으로써 자원의 낭비를 줄일 수 있다는 점입니다. 흔히 요즘 말하는 업사이클링과 같은 이치죠.”
동물권 보호와 환경보호라는 지속가능한 지구를 만드는 일에 일조하고 있지만, 여전히 사람들의 편견도 존재한다. 예컨대 ‘똥’으로 만든 종이라고 하면 대뜸 냄새부터 맡고 보는 식이다.
“실제로 ‘이거 코끼리 똥 종이에요’라고 이야기하면 백이면 백 모두 냄새부터 맡아요(웃음). 그런데 처음엔 냄새를 맡지만 이후에 생각을 하고, 그 다음엔 신기한 듯 많이 만지고 그것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져요. 그러다보면 어떨 때는 환경에 대한 이야기, 그래서 ‘어떻게 해야 되겠다’라는 이야기까지 번지기도 하더라고요. 물론 이런 대화들이 뭔가의 확실한 변화를 가져오지는 않더라도 자꾸 노출이 되다보면 어느덧 자신도 모르게 환경을 위해 무언가를 하고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어요.”
“제가 이 사업을 시작할 때부터 꾸준히 업사이클링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가, 다시 잠잠해졌다가를 반복한 것 같아요. 그런데 몇 년 전부터는 사람들의 인식도 많이 바뀌었고 무엇보다 대기업에서도 관련한 시도를 꾸준하게 하고 있는 것 같아서 관심이 이어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환경보호라는 말이 뭔가 거창하고 대단한 일이라는 느낌보다는 실제 저의 주위에서도 ‘내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내가 바꿀 수 있는 걸 바꿔보자’라는 생각들로 바뀌고 있는 과정인 것 같아요. 작든 크든 꾸준히 한다면 분명 변화가 생기지 않을까요?”
단순히 종이를 만드는 작업이 아닌, 환경과 사회적 가치를 위한 일을 하는 만큼, 보람도 자부심도 크다. 고쳐 쓰는 문화의 정착은 지속가능한 지구를 만드는 것은 물론, 개인적인 차원에서도 행복감과 자연에 대한 이해라는 소득을 얻을 수 있다.
“아이들이 조금씩 커가니 대화의 깊이도 점점 깊어지잖아요. 물론 외부적으로 느끼는 보람과 자부심도 있겠지만, 아이들이 생각하는 환경과 미래의 생활에 대해 이야기하다보면 ‘아,나도 아이들이 살아갈 미래를 위해 무언가를 하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서 뿌듯하고, 보람을 느낍니다. 가까운 미래의 나, 혹은 우리 아이들의 생활을 위해 내가 조금씩 생각해서 행동하고, 소비한다고 생각하면 내 생활의 작은 부분이라도 바뀔 수 있을 것 같아요.”
송 대표는 재생지를 이용한 코끼리 똥 종이를 만들고, 판매하는 것을 넘어 더 큰 포부를 가지고 있다. 앞으로 이 사업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
“지금은 코로나19 여파로 잠시 접어두고 있지만, 상황이 된다면 동물원과 협업해서 캠페인을 진행하고 싶어요. 앞서 서울대공원에서 여러 가지 행사를 의뢰받아 직접 코끼리 똥 종이를 만들며 환경과 동물에 대한 캠페인을 진행한 적이 있거든요. 그때 아이들과 부모님들의 호응과 관심이 매우 좋았어요. 사실 직업적 신념이라고 거창하게 말할 건 없지만, 아이들에게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일을 해나가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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