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현금성 공약’ 유감


입력 2021.05.28 07:16 수정 2021.05.25 16:37        데스크 null (desk@dailian.co.kr)

‘현금성 공약’, 무책임하면서 나랏돈으로 표 사겠다는 것

경선 앞둔 여권 주자들 경쟁하듯 증액 모습은 우려 스러워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가 지난 20일 오후 국회 당대표실에서 열린 3선의원 간담회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송영길 민주당 대표가 최근 ‘성년의 날’ 기념 20대 초청 간담회에서 참석자들로부터 거침없는 쓴 소리를 들었다. 한 참석자는 민주당 대권주자들의 청년 대상 ‘현금성 공약’을 언급하며 ‘청년들은 더 이상 이런 공약에 속아서 표를 주지 않는다’고 일침을 놓았다. ‘돈을 얼마 준다는 것보다 절차적 공정을 위한 제도 보완이 더 필요하다’는 비판도 있었다.


4.7 재‧보궐선거 이후 민주당에 대한 20대의 지지율은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5.17 리얼미터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역대 최저인 17.9% 까지 내려갔다. 60대(23.4%), 70대 이상(19.9%) 보다도 낮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여권의 주요 대권주자들은 이처럼 싸늘한 청년층의 지지를 되돌리기 위해 돈을 주겠다는 의견 또는 공약을 경쟁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고졸 취업지원 업무협약’에서 대학을 안 가는 청년들에게 ‘세계여행비 1000만원’을 지원하는 의견을 제시한 바 있다. 이에 대해 포퓰리즘 논란이 제기되자 자신의 발언이 왜곡됐다고 유감을 표했다.


이낙연 전 대표는 의무복무를 한 남성들에게 위헌 판정이 난 군 가산점 대신에 제대할 때 ‘사회출발자금 3000만원’을 주자는 의견을 제시했다. 또한 2022년부터 34세 이하 일정 소득 이하 청년들에게 임대료의 일부를 국가가 보조하는 ’주거급여 제도‘를 실시하겠다는 ’청년주거‘ 공약도 내놨다.


정세균 전 총리는 ‘20살 청년에게 1억원 지급 적립통장’과 ‘국민 1명당 2000만원의 직업개발 지원’ 정책을 발표했다.


‘현금성 공약’은 무책임하면서도 나랏돈으로 표를 사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재원은 얼마가 들던 세금으로 충당하면 되고, 그로 인한 국가채무는 후대의 몫이니 후보로서는 부담스러울 게 없다. 반면에 돈을 준다는데 싫어하는 사람은 없을 테니 찬반이 존재할 다른 어떤 정책공약 보다도 표를 얻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이런 이유로 선거 때마다 각종 ‘현금성 공약’이 남발되고 있지만, 이번 대선의 경우 당내 경선을 앞둔 여권 주자들이 앞장서서 마치 경쟁하듯 증액하는 모습이 우려스럽다. 차후에 야권 주자들이 가세하면 각종 명목으로, 보다 더 많은 돈을 지급하겠다는 공약이 쏟아질 것은 불 보듯 뻔하다.


오늘날 정부여당을 향한 청년들의 분노는 얼마간의 돈을 주겠다는 말로 무마될 수 있는 것들이 아니다. 재‧보궐선거에서 여당이 참패한 뒤 열린 국무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청년 일자리 마련 등에 특단의 대책을 강구하도록 지시한 바 있다. 이에 미루어 짐작할 수 있듯이, 청년들의 취업난도 분노를 야기한 원인 중의 하나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4월 청년(15세~29세) 실업자는 42만5000명으로 1년 전보다 5만 2000명이 늘었고, 청년실업률은 10.0%로 3개월 연속 10%대를 기록하고 있다. 4년 만에 처음 나타난 현상이다. 공식적인 실업률이 10%대 일 뿐이지 1분기 체감실업률은 26.5%로 역대 최고 수준이다. 현 정부가 집권하기 직전이던 2017년 1분기의 23.6% 보다 약 3.0%P나 급등했다.


그나마 신규취업의 경우도 공공 단기 일자리 등 임시직이 대부분이다. 이런 결과는 코로나19 사태의 영향도 있겠지만, 정부의 정책 실패를 지적하는 견해도 많다.


일자리를 만드는 것은 기업이다.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정부가 할 일은 국내외 기업들이 더 많이 투자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최근 한미 정상 회담차 미국을 방문해 ‘미국이 배터리 생산시설에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하면 더 많은 투자가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우리나라에서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지난 1월 개최된 ‘제8회 산업발전포럼’에서 발표된 ‘외국인투자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잦은 정책변동과 과도한 정부 규제가 외국인투자기업의 투자를 가로막는 가장 큰 요인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기업들이 투자를 꺼리는 것도 같은 이유일 것이다. 따라서 이런 부분에 대한 개선과 변화가 없다면 기업들이 선뜻 투자에 나설 리 없다.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되기도 어려워 청년들의 취업난은 계속될 것이다. 이에 대한 차기 대권주자들의 의견과 대책은 무엇인지 공약으로 밝힐 필요가 있다.


‘부모 세대 보다 못사는 첫 세대’가 될 것이라고 자조하는 청년들에게 필요한 것은 시혜를 베풀 듯 주는 얼마간의 돈이 아니라 ‘희망의 사다리’를 만들어 주겠다는 확고한 메시지다.


글/이기선 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총장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