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 우선 기조 내세워 '검수완박' 제동
검찰개혁특위 출범 미루며 속도조절
강경파들 "검찰개혁 약속 지켜라" 압박
강성 지지층 표심 노리나…정세균 가세
더불어민주당 지도부 내 이른바 검찰개혁 노선을 놓고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송영길 대표와 윤호중 원내대표는 '민생 우선주의'를 내세워 일단 개혁 속도조절론에 힘을 싣고 있다. 하지만 강경파를 중심으로 중대범죄수사청 설치를 통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상황이다.
당내에서는 검찰개혁 이슈의 전면 등장을 경계하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검찰개혁이 4.7 재보선 참패의 원인으로 거론되는 것과 무관치 않다. 지도부의 한 인사는 "민생을 우선 해결해야 한다는 데 공감대가 있다"며 "부동산 같은 중요한 문제에 먼저 집중하자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강경파가 줄기차게 요구했던 검찰개혁 특위 출범도 일단 미뤘다. 송 대표는 최근 △탄소중립특위 △가덕신공항특위 △미디어혁신특위 △재정분권특위 △자본시장특위 △새만금그린뉴딜위원회 등 6개의 특위를 발족했는데, 검찰개혁 관련 특위는 제외했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이전 지도부에서 활동했던 검찰개혁특위의 성과 보고와 평가가 아직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활동 성과에 대한 정확한 평가를 먼저 한 뒤 특위 설치 여부를 논의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문제는 강경파들의 압박이 강도를 더해가고 있다는 점이다. 강경파를 대표하는 김용민 최고위원은 지난 21일 최고위원회에서 "무능과 말 바꾸기 이미지를 극복하지 못하는 한 국민들의 사랑과 선택을 받기 어려울 것"이라며 "지난 전당대회에서 거의 대부분의 후보들은 검찰개혁과 언론개혁을 약속했다. 민생을 강조한 후보도 개혁을 소홀히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분명하게 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어느 지도부가 선출되더라도 당장 약속한 검찰개혁과 언론개혁을 똘똘하게 완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였다"며 "우리 당은 오늘 지금 당장 개혁의 고삐를 당기고 당원과 국민께 약속한 것들을 지켜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특히 강경파를 떠받치고 있는 민주당 강성 지지층이 움직일 경우, 지도부가 받는 압박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강성 지지층의 성화에 결국 법관 탄핵을 추진하고 검찰개혁특위를 출범시켰던 이낙연 지도부가 대표적인 사례다.
전임 지도부에 참여했던 한 인사는 "문자폭탄은 물론이고 법관 탄핵과 검찰개혁을 요구하는 당원들의 목소리가 컸다"며 "당에 상당한 부담이 되는 일임을 모르지 않았지만, 당원들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었다"고 회고했다.
무엇보다 민주당 대선 경선이 본격화되면서 대선주자들이 당심을 얻기 위해 전략적으로 검찰개혁 이슈를 띄울 공산이 크다. 박주민·김종민 의원에 이어 김용민 의원까지 수석 최고위원으로 당선시킬 만큼, 당내 강성 지지층 표심의 위력은 상당하다는 평가다.
전날 한명숙 전 총리와 만난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정치검찰은 노무현 대통령을 죽음으로 몰아가고 한 총리마저 감옥에 가두고 말았다"며 "다시는 이 땅에 검찰 조작 수사의 희생양이 생기지 않도록 반드시 검찰개혁을 완수하겠다"고 했다.
정 전 총리는 이날도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문재인 정부의 검찰총장이 아니라 검찰 조직의 특권을 지키기 위한 총장이었다"며 "검찰 내부와 측근의 불법과 비위와 비리는 묵살하는 고무줄 수사와 기소로 대한민국을 그들만의 검찰 공화국으로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견제와 균형, 인권보호와 성숙한 민주사회를 위해서 반드시 치러내야 할 곪은 환부의 수술"이라며 거듭 검찰개혁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