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진 시작으로 與 대선 경선 정국 가열
다수 후보자 나오지만, 이재명 독주 흐름
'이재명 대 반 이재명' 구도 전개 가능성
당내 일각 "이낙연·정세균 단일화 필연"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이 조기 가열되는 분위기다. 9일 박용진 의원이 대선 출마 선언으로 스타트를 끊었고, 같은 날 김두관 의원도 대선 출마 의사를 밝혔다. 오는 12일에는 양승조 충남도지사가 대권 도전을 공식화할 예정이다. 이광재 의원과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의 참전도 예상된다. 단 4명만 도전했던 지난 민주당 대선 경선과 달라진 모습이다.
민주당 '빅3'로 분류되는 이재명 경기도지사,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출마 선언을 하진 않았지만 이미 대선 행보를 시작했다. 이 전 대표는 8일 광주를 시작으로 9일 부산에서 '신복지 포럼' 창립총회를 열었고, 10일에는 서울에서 '연대와 공생' 정책 심포지엄으로 세몰이에 나선다. 이 지사는 12일 '민주평화광장' 발족과 20일 '성장과 공정' 포럼 출범을 예고한 상태다.
다수의 후보가 뛰어들었지만, 현재까지 판세는 이 지사의 독주다. 한국갤럽이 지난 4일과 6일 전국 유권자 1,0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이 지사의 지지율은 25%로 나타난 반면 이 전 대표는 5%, 정 전 총리는 1%에 그쳤다. 민주당 지지층을 대상으로 한정하면 이 지사의 지지율은 52%로 압도적이다.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현재와 같은 국면에서 민주당 경선은 자연스럽게 '이재명 대 반 이재명' 구도로 흘러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게 정치권 관계자들의 전망이다.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인지도와 지지율이 높은 이 지사 중심으로 경선이 진행될 수밖에 없다"며 "나머지 후보들은 1위 후보자에 대한 견제에 들어갈 것"이라고 했다.
이미 대선 경선 연기론을 두고 비슷한 구도가 연출된 바 있다. 이 지사 측은 연기에 강하게 반대했지만, 그 외에는 찬성하거나 혹은 지도부에 일임하는 등 중립적인 입장을 취하며 전선이 형성됐다. 이 전 대표의 경우 '원칙론'을 고수하고 있으나 주변에선 "정권 재창출에 도움이 된다면 연기도 고려해봐야 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결선투표를 고려하면 '반 이재명 전선'이 전혀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라는 분석이 나온다. 민주당 당헌당규에 따르면, 본 경선에서 과반수 득표자가 없을 경우 1위 득표자와 차순위 득표자 간의 결선투표를 실시하게 된다. 이 지사를 제외한 나머지 후보자들의 연대가 이뤄진다면 결선투표에서 반전도 기대해볼 수 있다는 얘기다.
주목되는 것은 빅3로 묶여 있는 이 지사와 정 전 총리 사이 단일화 여부다. 두 사람은 문재인 정부 국무총리를 지냈고, 전현직 서울 종로구 국회의원이라는 점, 안정적 리더십을 내세우고 있다는 점 등에서 공통분모가 많다. 특히 두 사람 모두 호남이 지역적 기반이어서 연대 혹은 단일화가 된다면, 호남에서의 지지율 반등을 기대해볼 수 있다.
민주당의 한 중진의원은 통화에서 "호남마저 이재명 대세론으로 가버리면 이 전 대표나 정 전 총리 모두 마이너 후보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며 "지금은 각자 조직을 다지고 지지자들을 모으는 과정에 있기 때문에 단일화 논의는 이르지만, 어느 시점에서는 이야기가 나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면서 "강제적 단일화가 될지 자발적 단일화가 될지는 예단할 수 없지만, 단일화 움직임은 필연적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단언했다.